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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노무현-문재인 '공수처', 누가 반대했었나?

20년 간 표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이젠 정말 필요하다

등록|2016.07.25 10:21 수정|2016.07.25 10:21

▲ 7월 21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원순씨 X파일’에서 박원순 시장은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임병도


지난 21일 포털에서 '공수처'라는 검색어가 올라왔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저녁 '서울을 지켜라' 팟캐스트 팀과 함께하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원순씨 X파일'에서 이를 언급하며 "격세지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박 시장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이른바 '공수처'는 1998년 제가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설치를 주장했다"고 밝혔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공수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과 검찰의 반대로 표류하다 폐기됐다'면서 '그 후로 10년이 지났지만, 공직사회는 바뀌지 않았다'라며 진경준 검사장 비리,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비리 의혹 등을 언급했습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공수처'는 박원순 시장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시대별로 주장했던 사안입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모두 무산됐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공수처→공직비리수사처, 검찰 내 준독립기구로 전락'

▲ 1998년 참여연대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만나 특별검사제 형태의 '공수처' 설립 등을 논의했고, 1999년 김대중 정권은 공직비리수사처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 한겨레, 동아일보 캡처


공수처에 관한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1998년 참여연대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만남 때였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참여연대 박상중 공동대표, 박원순 사무처장 등을 만나 특별검사제 형태의 '고위공직자비리 특별수사처' 추진을 논의했습니다.

참여연대와 한나라당은 공수처 설립이 포함된 부패방지법 제정에는 찬성했으나, 이 총재는 특별검사를 상시적으로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해인 1999년 박상천 법무부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공직비리수사처'를 만들겠다고 보고했습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아닌 '공직비리수사처'의 가장 큰 문제는 '독립기관'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 당시로는 특별하게 대검중수부와 다르게 준독립기구로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검찰총장 산하 기구라는 태생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비처(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백지화 촉구 결의안을 낸 한나라당

▲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을 백지화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결의안 ⓒ 임병도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부패 방지를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비처' 설치를 추진했지만, 한나라당의 반대가 너무나 거셌습니다.

2004년 8월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을 비롯해 서병수, 안상수, 주호영, 유승민, 정두언 의원 등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신설추진계획백지화촉구결의안'을 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고비처'가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기반 구축을 위한 제3의 기관이 될 것이라며 고비처 신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열심히 공을 들였지만,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협조해 주지 않았다. 검찰은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 국회에 로비를 했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기가 어려운 것이 정치인이라 그런지 행자위와 법사위 국회의원들이 미적미적 심의를 미뤘다.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은 정말 후회스럽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국회의원들의 반대가 그들 자신의 비리 때문이었다고 지적하며,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습니다.

공수처 신설, 권력기관 바로 세우기

▲ 2012년 10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권력기관 바로세우기 정책발표 및 간담회’에서 대검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집권 시 권력기관 운용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2012년 10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이 포함된 권력기관 바로 세우기 정책을 발표합니다. 당시 문 후보는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 대검찰 중앙수사부의 직접 수사권 폐지 ▲ 검사의 청와대 파견제도 금지 ▲ 검찰 수사권 조정 ▲ 법무부의 행정 전문화 등의 검찰 개혁안을 발표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정치검찰의 중심으로 비판받아온 중앙수사부의 직접 수사기능을 폐지하겠다"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하도록 해서 부정부패를 뿌리 뽑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공수처 신설이나 정치검찰의 개혁 등을 공약했지만, 대선 패배로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비리 척결 시도는 무산됐습니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 ⓒ 임병도


지난 21일 노회찬 의원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공수처 설치' 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현직 검사장이 120억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되어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지만 특검이나 특별감찰관제가 검찰비리 앞에서 무력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공수처 설치에 관한 법률을 보면 고위공직자에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법관 및 검사', '교육감', '청와대', '고위공직자 가족', '대통령 친족'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고위공직자는 모두 조사할 수 있는 법안인 셈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원순씨X파일'에서 "10년 전에 드렸던 말씀을 다시 드린다"라며 "권력형 부패·비리와 전면전을 펼치는 공직자부패수사처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시장은 "고위 공직자의 권한을 통제하고 견제를 통해 건강한 개혁조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원순-노무현-문재인 등이 강조했던 공수처가 있었다면 아마 지금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지는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는 훨씬 줄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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