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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가족 상봉... 전복으로 또다시 만났다

[여수맛집] 전복전문점, 여수 돌산 임포 '온새미로'

등록|2016.08.01 10:13 수정|2016.08.01 10:13

▲ 보양식 전복입니다. 데코가 좋습니다. ⓒ 임현철


"삼촌. 우리 밥 먹어요. 짝이랑 같이 봐요."

집안 육촌 형수의 제안입니다. 반갑지요. 결혼생활 19년 동안 두어 번 봤다는 윗동서가 궁금했을까? 아내, 대부분 거절하는데 이번엔 흔쾌히 좋다고 합니다.

"삼촌. 먹고 싶은 거 있음 말해요."
"형수님이 사주고 싶은 거 사주세요."
"엠블 식당서 볼까요?"
"전복 어때요?"
"삼촌. 그럼 바람도 쏘일 겸 짚 앞에서 저 태워 가세요."

찾은 곳은 여수 돌산 향임암 뒤편 성두마을의 전복전문점 '온새미로'입니다. 이 음식점은 돌산 끝이라 드라이브 하며 저녁노을도 볼 겸,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아 가끔 스님들 모시고 식사하던 곳입니다. 스님이 드시는 전복은 보약으로 딱이니까. 형수와 자리에 앉으니 이야기 보따리가 터집니다.

앗! 어디서 많이 봤던 여인의 자태, '깊은 인연'

▲ 여수 돌산 월전포 용월사입니다. ⓒ 임현철


"삼촌을 어떻게 거기서 보냐."
"그러게요. 세상 참 좁네."
"삼촌 얼굴 참 좋다. 입도 들어가고. 치아 교정했어요?"
"교정은 아니고, 임플란트 중이에요."

밥도 밥이지만 15년가량 못 본 형수를 다시 보게 된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집안으로 엮인 인연 외에, 필시 또 다른 깊은 인연이 있음에 분명합니다. 형수를 만나게 된 사연입니다. 매주 일요일 불교대학이 열리는 여수 돌산 용월사에 갔습니다. 원일 스님 법문 중입니다.

앗! 어디서 많이 봤던 여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디서 봤더라? 고민 필요 없습니다. 스치듯 봤는데 바로 알겠더라고요. 큰 형님의 아내, 육촌 형수였습니다. 형수를 용월사에서 볼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놀란 마음에 다가가 조용히 불렀습니다.

"형수!"
"아니~, 삼촌. 삼촌이 모른 체 하면 못 알아보겠네."

형수도 많이 놀랐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친형이 현직 목사임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모태신앙 골수 기독교 집 아들이 절집에서 사진을 찍을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그것도 부모님이 1960년대부터 할머니께 욕 먹어가며 다녔던 교회. 집안 제사라곤 참여하지 않고 기독교식으로 따로 지냈던 집 막내아들과 절집에서 만난 것 자체가 뒤로 자빠질 일이지요. 지금도 부모님께서는 교회 다니라 성화입니다. 종교 선택은 자유.

"살도 적당히 찌고, 부처님처럼 후덕하게 변했네!"

▲ 밑반찬과 전복입니다. ⓒ 임현철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마늘장아찌, 멍게, 낙지, 톳, 삼치, 날치 롤 등이 정갈합니다. 반찬 하나하나를 맛봅니다. 그리고 천천히 음미합니다. 주인장은 그대로지만 혹시 음식 맛이 변하지 않았을까 살피는 겁니다. 요건 직업병입니다. 맛이 여전합니다. 참, 이곳은 자연산과 양식 전복 둘 다 맛볼 수 있습니다. 원하는 걸로 주문하시면 맞춰줍니다. 이야기 중, 전복 코스 요리를 시켰습니다.

"삼촌은 살도 적당히 찌고, 얼굴도 부처님처럼 후덕하게 변했네."
"감사합니다. 환갑 넘은 형수님도 고저 50대로 보이구만."

덕담. 인사인 줄 뻔히 알면서 기분 좋은 건 감추기 어렵습니다. 그럼, 답례해야지요. 형수가 젊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내 말로 젊었을 때 한 인물 했겠다니까. 사실, 집안에서 형수랑 그다지 친하지 않았습니다. 밥을 따로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요. 그런데 절집 용월사에서 만난 이후 바뀌었습니다. 아래, 형수 말처럼 이심전심이었던 게지요.

"절에서 보니 삼촌하고 깊은 마음 나눌 수 있겠네. 가슴 아픈 내 이야기 누구랑 하겠어요."

전복 코스 요리, '눈으로 먹는 맛'까지 일품

▲ 육촌 형수입니다. 환갑이 넘었는데 아직 곱습니다. 삶은 누구나 한 짐이라대요... ⓒ 임현철


누구에게나 한 짐인 인생. 나이 육십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치룬 터라 도사가 된다더군요. 누군들 안 그러겠습니까마는, 육십 넘은 형수도 고생 참 많이 했습니다. 열아홉에 시집와 보니, 눈앞이 깜깜했었답니다. 형님 집 식구들만 11명…. 살아온 인생, 소설로 써도 몇 권이라는 형수. 가슴 아픈, 그러나 멋드러진 그녀의 '삶 이야기' 차근차근 듣겠습니다.

메인인 전복이 나왔습니다. 전복 야채샐러드, 전복 구이, 새우구이. 데코도 예전 그대롭니다. 주위에서 구하기 쉬운 것들과 제철 꽃으로 한껏 멋을 내 '눈으로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아내 입맛도 만족이랍니다. 이처럼 음식 사이사이 이야기 속에는 삶과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상담심리 전공 아내, 형수와 헤어진 후 형수에 대해 한 마디 하더군요.

"형수님이 참 외롭나 보네요. 가슴에 진 응어리 당신이 풀어주세요. 몇 번이고 목 놓고 펑펑 울어도 다 풀릴까 말까. 당신이 형님 대신 꼭 풀어주세요!"

▲ 전복 코스요리입니다. 입으로 먹는 맛 뿐 아니라 눈으로 먹는 맛도 일품입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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