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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을 타는 네팔 오지 아이들

잔타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들려주는 자작곡

등록|2016.08.02 10:31 수정|2016.08.02 10:31
네팔 차 '찌아' 한 잔으로 아침을...

오늘 일정은 무척 바쁘다. 세히드초등학교를 비롯해서, 잔타초등학교, 자나죠티 세컨다리 스쿨 세 곳을 방문해야 한다. 세수를 하고 올라오니 아니샤 어머니가 네팔 찌아(네팔에서는 짜이를 찌아라고 부른다)와 토스트, 계란을 테라스로 가져왔다. 테라스 나무의자에 앉아 네팔 차를 마시며 마을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이 무척 풍요롭고 여유로웠다.  

▲ 아니샤 어머니 준비한 네팔 차 찌아와 토스트, 계란 1개를 아침식사 ⓒ 최오균


차를 마시고 있는데 옆집에 살고 있는 마을 어른이 올라와서 "나마스테!" 하며 인사를 했다. 네팔 전통 복장을 하고 모자를 쓴 모습이 무척 인자하게 보였다. 시토울라 말로는 마을 촌장 어른이라고 했다. 네팔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차 한 잔을 마시며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많고 차 한 잔으로 때운다.

차를 마시고 있는데 잔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찾아와 인사를 했다. 그 뒤로 자나죠티학교 교장 선생님께서도 올라와 인사를 했다. 오늘 두 학교를 다 방문하는데 미리 와서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잔타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시골 농부처럼 수수하게 생겼고, 자나죠티 교장선생님은 네팔 용병처럼 용감한 모습이다.

▲ 아침 일찍 숙소를 방문한 마을촌장(좌)과 자나죠티 세컨다리 스쿨 교장선생님(우) ⓒ 최오균


자작곡으로 환영의 노래를 불러주는 잔타초등학교 선생님들

오늘 첫 방문지인 잔타초등학교는 버드라칼리 학교에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봉고차로 20여 분을 가니 초가지붕으로 지어진 집들이 옹기종기 나타났다. 잔타초등학교는 이 마을 뒤쪽에 자리 잡고 있다. 학생수 208명, 8개의 교실에 9명의 선생님이 근무를 하고 있다.

▲ 잔타초등학교로 가는 마을 풍경 ⓒ 최오균


교정에 들어서니 학생들과 학부형들, 그리고 마을 유지들이 함께 모여 있었다. 좁은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따듯한 환영을 해주었다. 황금빛 꽃다발을 걸어주고 자리에 앉자 이 학교 여자 선생님 세 분과 학부형 세 분이 함께 환영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선생님의 자작곡이라고 하는데, 노랫말 속에 멀리서 이곳 네팔 오지까지 찾아와 아이들에게 장학금과 칠판을 후원해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이 담겨있다고 시토울라가 통역을 해주었다. 소박하지만 매우 의미가 깊고, 정성이 담긴 노래였다 분홍색 옷을 입은 여성들은 이 학교의 여자 교사들이고, 왼쪽의 다른 세 여성은 학부형들이다.

▲ 자작곡으로 환영의 노래를 불러주는 선생님들 ⓒ 최오균


선생님들의 환영노래가 끝나자 이번에는 남녀 아이들이 환영의 댄스를 공연했다. 맨 바닥에서 맨발로 춤을 추자 모두가 박수로 박자를 맞추었다. 소박한 모습이지만 너무나 열심히 춤을 추어 아이들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잠시 이이들과 동심의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

환영식을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손님을 맞이하는 이곳 풍습을 말릴 수가 없단다. 만약에 말리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많은 환영준비를 했을 것이다. 우리가 6년 전에 이곳에 방문했을 때에는 무려 3시간 넘게 환영식을 했다. 학생들의 가무와 학부형들의 춤과 노래를 끝없이 들려주었다.

▲ 아이들이 환영의 춤을 추 고 있다. ⓒ 최오균


환영식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3개월분의 장학금을 나누어 주고 8개 교실에 8개의 새 칠판을 달아주었다. 이 학교에는 20명의 학생을 후원하고 있다. 사실 장학금이라고 해 보아야 한 달에 1000루피(약 1만 2000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돈은 아이들의 한 달 생활비다. 아이들이 책과 노트, 교복을 사 입고 학교에 다닐 수가 있는 돈이다.

네팔은 기본적으로 고등학교까지 교육비가 무료다 그러나 농업이 주업인 이 지역은 많은 아이들은 가정 일을 돌보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아이들의 생활비조로 한달에 1000루피를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다.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저절로 행복해졌다.

▲ 수줍어 하며 장학금을 받는 아이들과 학부모 ⓒ 최오균


수줍음을 타는 네팔 오지의 아이들

이곳 오지의 아이들은 무척 수줍음을 잘 탄다. 장학금을 받는 아이들이 고개를 잘 들지 못하고 수줍어 한다. 학부모님들 역시 무척 순박하고 때가 묻지 않은 모습이다. 그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바라보면 작은 성금으로 후원을 하는 우리들도 부끄러워진다. 덩달아 수줍어 지는 것이다. 수줍어 하는 마음은 소박하고, 작은 것에 기뻐하고 행복해 한다. 그 티없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수줍어 지고 행복해진다. 작은 나눔이지만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다!

이 학교에는 이미 10대의 컴퓨터를 후원했는데, 아이들이 교대로 컴퓨터를 배우고 있었다. 탁자에 분홍색 보자기를 깔고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를 매우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컴퓨터를 켜고 자판을 두들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컴퓨터로 그림도 그리고 워드를 쳐 보이기도 했다. 비록 몇 대 안 되는 컴퓨터지만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동기를 부여 해주고 있는 것이다.

▲ 컴퓨터 교실 ⓒ 최오균


우리는 시간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짧고 간단하게 학교 방문을 마칠 예정이었데 벌써 2시간이 지났다. 이러다간 다른 두 학교 행사를 다 마치지 못할 수도 있다. 아이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서둘러 자나죠티학교로 출발했다.
덧붙이는 글 이 여행기는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5일까지 네팔 동부에 칸첸중가 인근에 위치한 오지학교에 낡은 칠판을 교체해주고 컴퓨터를 후원하기 위해 방문한 봉사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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