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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은 노모, 그가 건넨 '돈봉투'

삼성 에어컨 수리 중 추락사한 노동자의 어머니... 노조에 "고맙다"며 후원금 전달

등록|2016.08.02 16:40 수정|2016.08.02 16:40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희망 사연을 소개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그 꿈과 희망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 지옥 같은 이 나라에도 작은 희망들이 피어나는 사연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기자말

7월 30일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허리가 많이 휘시고, 연세가 많으셔서 걸음걸이가 어려워 보이는 노 할머님과 노모의 걸음걸이를 보필하는 아드님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조합 사무실에 찾아오셨다.

어머님(노모)을 보필하는 아드님은 바로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는 삼성 에어컨을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성북센터 동료의 형님이었다(관련 기사: 사람 죽었는데... 회사는 일처리 독촉 문자).

회의실 탁자에 모시고 차를 한 잔 내어드린 후, 어머님과 형님분과 대화를 나눴다. 갑자기 찾아온 두 분은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지난번 막내아들 죽음에 동료들이 슬픔을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다라는 말을 전하러 왔다"라고 말씀하신다.

어머님께서는 "남은 동료들이 그 이후로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삼성과 싸우는 것들을 언론을 통해 많이 보셨다, 선전물 하나라도 만드는 데 사용하시라"면서 자그마한 봉투를 꺼내면서, 내게 받아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큰 아들만 보내면 받지 않을 것 같아 불편한 몸으로 직접 오시게 됐다고 말씀하셨다.

▲ 어머님이 남기고 간 후원금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순간 눈물이 흘러 어머님을 꼭 안아드렸다. 어머님도 마치 먼저 떠나보낸 막내아들을 안아주듯 꾹 힘을 주어 껴안으시면서 등을 보듬어 주신다. 그리고, 불편한 걸음으로 고인 형님분의 보필을 받으면서 사무실을 떠나셨다.

홀로 남은 나는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만 흘렸다. 지옥 같은 이 나라에 작은 희망들이 피어나고 있다. 희망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꿈과 희망을 찾기 위해 함께 싸웠으면 좋겠다. 어머님 말씀처럼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더 많은 사연과 삼성에 맞선 투쟁 상황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페이스북'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라두식 시민기자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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