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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에 억울한 황금물고기...제 이름은 '홍어'

일베에게 충고하는 홍어 주인장의 충고..."먹어보면 환장한다"

등록|2016.08.04 11:08 수정|2016.08.04 11:09

▲ 홍어삼합은 콘드라이친과 콜라겐 성분이 풍부하다. 여수영산포홍어에서 홍어삼합 한접시를 시켰다. ⓒ 심명남


"홍어 택배 왔습니다."

3년 전 일베 회원이 한장의 사진과 글을 올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홍어'로, 시신이 안치된 관을 '택배'로 표현한 글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을 '홍어택배'로 비유한 이 글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일베 회원이 사자 명예훼손과 함께 전라도 비하 발언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만만한게 홍어x?...홍어가 뭐길래

▲ 코를 톡쏘는 맛을내는 홍어탕은 혓바닥이 얼얼할 정도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는다. ⓒ 심명남


또 인터넷상에는 지금도 '만만한 게 홍어×', '전라도 홍어'라는 단어가 난무한다. 이는 '홍어=전라도 출신'이란  부정적인 낙인을 찍어 지역감정을 조장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이런 댓글. 참 식상하다.

대체 홍어가 뭐길래 이토록 조롱꺼리의 대상이 되었을까?

예로부터 전라도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토속음식 홍어는 집안의 애경사에 꼭 빠지지 않는 귀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어느때 부턴가 홍어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홍어가 안잡히고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몇년 전 목포수산시장에서 8㎏급 상품 흑산도 홍어 1마리(암컷) 가격이 64만원을 호가하는 경매가를 보였다.

이후 '흑산도 홍어는 황금물고기'에 비유됐다. 예로부터 산 홍어는 흑산홍어를, 삭힌 홍어는 영산포 홍어를 최고로 쳤는데 잘 삭힌 홍어는 찰지고 감칠맛이 그만이다.

또 영산포 홍어의 유래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구의 침략이 잦자 조정에서는 1363년 섬을 비우게 하는 공도정책을 폈다. 흑산도 옆 영산도 주민들이 강제로 이주해 정착한 곳이 바로 영산포(榮山浦)였다. 당시 삭힌 홍어가 출향민을 먹여 살렸다.

'만만한 게 홍어×'이란 유래도 재밌다. 홍어를 일명 해음어(海淫魚)라 부른다. 음탕한 물고기란 뜻이다. 수컷은 성기가 두개다. 어부들이 막잡은 홍어의 암컷을 던져놓으면 수컷들이 수없이 몰려 들었단다. 하지만 홍어는 암컷을 알아주기에 그물에 잡힌 수컷은 생식기를 떼어내서 버렸다. 이후 흔해빠진 홍어를 두고 어부들 사이에 회자된 말이 바로 이말이다.

홍어맛은 누가 뭐래도 전라도다. 서남권인 목포에 가면 김대중 대통령이 즐겼다는 인동주와 홍어삼합이 유명하다. 목포맛집 '인동주마을'이 그곳이다. 전라도 홍어음식 명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홍어1번지...목포 인동주마을, 여수 영산포홍어

▲ 여수영산포홍어의 기본 상차림 모습 ⓒ 심명남


반면 전남 동부권은 그보다 홍어의 인기가 덜하다. 지난 1일 여수의 홍어1번지라 자부하는 '영산포홍어'를 찾았다. 이곳은 칠레산과 국내산 홍어를 동시에 골라 먹을 수 있다. 국산 홍어삼합 한접시가 8만원이다. 반면 칠레홍어는 5만원이다.

이곳은 홍어무침과 홍어전이 기본이다. 또 3년 된 묵은지와 국내산 수육을 고집한다. 주인장은 겨울철과 유사한 온도로 홍어를 삭히기 위해 저온냉장고에서 홍어를 식힌다고 일러줬다.

홍어집을 운영하는 황금연(52세)씨는 홍어가게를 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술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다 보니 좋은 분들에게 홍어를 대접하는 마음으로 가게를 차렸다"라고 말했다. 전문가가 들려주는 홍어 맛있게 먹는 비법은 뭘까?

"홍어는 중간 정도 삭여 먹어야 제 맛입니다. 제일 맛있는 홍어는 홍어를 먹은후 막걸리 한 사발에서 달달하게 단맛이 도는 맛이 최고의 식감입니다."

홍어에 대해 그는 "갓잡은 홍어는 가오리 맛과 같고, 가오리에서 약간 숙성된 정도가 제일 맛있다"면서 강한 맛을 원하는 분들에겐 홍어전, 홍어찜을 권했다.

▲ 홍어삼합의 알싸한 맛은 오감만족이다. ⓒ 심명남


▲ 이곳의 별미는 홍어삼합을 곰치에 싸먹는 맛이다. 곰치에 묵은지를 놓고 그 위에 홍어와 수육을 얹어먹는 홍어는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 심명남


이곳의 별미는 홍어삼합을 곰취에 싸먹는 맛이다. 곰취는 산에서 자라는 야생취나물이다. 곰취에 묵은지를 놓고 그 위에 홍어와 수육을 얹어 먹으면 톡쏘는 듯 감칠맛나는 홍어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금세 막걸리 몇 병이 동이 난다.

이런 귀한 토속음식 홍어요리는 독특한 맛과 영양면에서 뛰어나다. 세계적인 셰프들이 그 비법을 배워야 할 요리지만 지역감정을 덧칠하는 일베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홍어에 빗댄 전라도 비하발언에 대해 그는 강하게 톤을 올렸다.

"일베 그놈들 홍어 한 번 제대로 먹어보고 얘기하라 이거예요. 먹어보면 환장해 버려요. 아주. 제 경상도 지인이 홍어 맛에 빠지더니 라면을 끌일 때도 빠지지 않고 넣는게 홍어거든요. 자고로 음식 가지고 장난 치는 놈들은 큰벌 받아요."

콘드라이친과 콜라겐 성분이 풍부한 홍어삼합. <1박2일>에선 홍어부위중 가장 톡 쏘는 부분이 홍어 코라 했다. 홍어 코가 정력에 좋긴 좋다는데 홍어코, 생식기, 꼬리, 애, 아가미 5가지 부위중 이왕에 홍어를 먹을 바에는 코부터 먹는 것도 지혜란다. 오감을 저리게 하는 톡쏘는 홍어맛. 이런 맛 전라도 음식 아니고는 맛보기 힘들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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