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지역구 이완영 "대통령 발언에 군민 더 난리"
박 대통령, '성주 내 다른 장소' 제시... 지역 반발 가라앉히기 힘들듯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등에 관한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협조를 당부하기 위한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TK) 지역 초·재선 의원들과 면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를 현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 대신 성주군 내 다른 장소에 배치할 수 있을지 조사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3의 장소'에 대한 추천은 성주군의 몫으로 미뤘다. 박 대통령은 "성주군민의 불안감을 덜기 위해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성주군 내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히 검토, 조사하겠다"면서 "그 결과도 정확하고 상세하게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성주군이 아닌 다른 지역에 배치해 달라'는 요구도 일축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성주군이 자신의 선영(고조부터 5·6·7대 조상들 묘역)이 있는 곳임을 거론하면서 사드 성주 배치 결정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성주군은 저의 선영 있는 곳이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새누리당 대구·경북 지역 초선 의원들과 경북 성주군이 지역구인 재선의 이완영 의원을 초청한 자리에서 "(사드 배치 결정은)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나라의 안위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한 것"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사드 레이더가 예정대로 성산포대에 위치할 경우 유해성 논란이 있는 레이더빔이 성주군 중심부를 관통하게 된다는 지역의 우려를 감안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완영 의원도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에게 "성산포대는 성주의 농민들이 자고 일어나면 보는 앞산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 군민의 반발이 크고 여전히 투쟁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고 지역의 우려를 전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정재 원내대변인(경북 포항북)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성주군은 (고령 박씨) 집성촌이고 선영들이 있는 곳"이라며 "배치 결정 이후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고 지켜야 할 국민이 있는데, 나라의 안위가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할 수 있겠느냐"면서 "굉장히 고심을 많이 해서 (사드 배치 등을) 결정한 것"이라고 사드 배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사드 배치 예정지 등을 사전에 밝히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박 대통령은 "국방에 관한 문제라 미리 알릴 수 없었던 점을 국민들이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라면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문제도 미리 검증 했고 안전에 이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역구 이완영 의원 "성주 군내 다른 곳? 찬성 못해"
▲ 수염 기른 이완영박근혜 대통령이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 대신 성주 지역 내 다른 지역으로 사드 주둔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온 4일 오후 성주가 지역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박 대통령이 직접 지역민 설득을 위해 성주를 방문해달라는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의 제안과 달리 성주군민들은 성주군 내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한 의원은 없었냐"는 지적에도 "이미 뉴스를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된 사안이니까 (국무회의에서) '오랜 고심과 철저한 검토를 거쳐서 내린 결단'이라고 말하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원내대변인도 "성주군 내 다른 장소를 검토한다는 것은 (성산포대 배치) 대통령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 아닌가"는 질문에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성주군민들이 괴담으로 걱정하니 그에 대해서 외면할 수 없다는 뜻이다"며 "대통령 결정은 분명하지만 성주군민들이 다른 장소를 말해주면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소통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해당 지자체에서 성주지역 내 다른 부지 가용성 검토를 요청한다면 자체적으로 사드배치 부지의 평가기준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성산포대가 '사드 체계' 배치의 최적 장소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성주군 내 다른 장소를 추천하면 살펴보겠다" 외에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던 셈이다.
지역의 거센 반발 역시 가라앉히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간담회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산포대 외 다른 지역이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선정될 경우 찬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전혀 그렇지 않다, (성주)군민들은 현재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하고 있고 (성주군 내 다른 장소 배치 검토 발언 관련) 이번 보도가 나오니까 더 난리다"라고 밝혔다.
"사드 등 지역 현안 듣는 자리에 정치적 해석 안타깝다"
박 대통령은 사드 문제 외에 대구 공항 등 지역 민원들을 청취하면서 'TK(대구·경북) 민심 달래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신공항 발표 이후 대구지역 주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대구공항 이전은 인근 지역에 소음 피해를 최소화 되도록 제대로 추진하겠다"고도 재차 밝혔다.
'김영란법'에 따른 농축산 업계의 피해를 우려하며 '유연성 있는 시행령 제정'을 요구하는 의원들에게도 "정부 뿐 아니라 국회도 최선을 다 해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자"라며 긍정적 답변을 했다.
이 밖에 지역 현안으로 제시된 ▲ 경북도청 이전 후속대책 ▲ 경주 왕궁 복원 사업 ▲ 포항 R&D 특구 지정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대구·경북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깊이 청취하시면서 최대한 답변을 다 해 주셨다"며 "의원들은 마지막으로 대구·경북의 민심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고 있고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대통령께서 이런 민심을 어루만지기 위해 현장방문을 많이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이번 간담회를 통해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박심(朴心)'을 전하려 한다는 김무성·정병국·주호영 의원 등 비주류의 비판을 정면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이 귀한 자리는 의원들의 요청에 응한 것"이라며 "민심을 듣고 사드를 비롯해 지역 현안을 듣는 자리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변인도 "전대의 'ㅈ'자도 말할 틈이 없었다, 모두 지난 총선을 힘들게 치른 분들이라 지역 현안, TK의 민심을 전달하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간담회는) TK 지역 초선 의원들이 7월에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식사를 하면서 '대통령께서 소통의 폭을 넓혀주셨으면 좋겠다,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고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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