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모이] 유치원 친구 '살림'에 끼어들어봤습니다

등록|2016.08.08 13:14 수정|2016.08.08 13:14

▲ ⓒ 조상연


▲ ⓒ 조상연


소꿉놀이

회사의 유치원 친구들이 동산에서 소꿉놀이를 합니다. '왜 퇴근을 안 하고 여기에다 살림을 차렸냐'고 물었더니 친구들께서는 밥 해먹고 집에 갈 거라면서 쫑알쫑알 조그만 입으로 수다가 끝이 없습니다.

어찌 이 재미난 놀이를 지나치겠습니까. 친구들에게 온갖 아양을 떨어가며 같이 놀자고 했더니 반찬 만들게 나물을 뜯어오라고 합니다. 알았다면서 냉큼 일어나 함박꽃잎나물, 솔잎나물, 붓꽃나물을 뜯어왔지요.

분홍옷을 입은 친구가 참 잘했다면서 칭찬합니다. 그래서 옛날에도 나물 뜯어오면 내 친구 태숙이도 칭찬을 해줬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머리를 자기쪽으로 대라고 합니다. "하~, 참 잘했어요." 도장 대신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친구에게 칭찬받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내가 뜯어온 꽃나물로 친구들이 햄버거랑 도너츠를 만들어줬습니다. 간도 적당했고 내 입에 꼭 맞습니다. 도너츠는 시럽을 너무 뿌려서 많이 달았습니다. 그래도 출출하던 차에 맛나게,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친구들에게 함박꽃과 붓꽃으로 만든 음식을 얻어먹고 제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습니까. 해서, 오인태 시인의 시 한 수를 친구들에게 선물합니다.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숲이 눈부신 것은 파릇파릇 새잎이 눈뜨기 때문이지 / 저렇게 언덕이 듬직한 것은 쑥쑥 새싹들이 키크기 때문이지 /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도랑물이 생기를 찾는 것은 / 갓 태어난 올챙이 송사리들이 졸래졸래 물속에 놀고있기 때문이지 / 저렇듯 농삿집 뜨락이 따뜻한 것은 / 갓 태어난 송아지 강아지들이 올망졸망 봄볕에 몸부비고 있기 때문이지 /

다시 봄이 오고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운것은 / 새잎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새싹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

다시 오월이 찾아오고 이렇게 세상이 사랑스러운 것은 / 올챙이 같은, 송사리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 송아지 같은, 강아지 같은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지 /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