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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상에 백제가 붙은 이유는???

일본 나라현 호류지 절을 찾아서

등록|2016.08.08 17:58 수정|2016.08.08 17:58
7일 오전 나라현 이카루가초(斑鳩町)에 있는 호류지 절을 찾았습니다. 호류지(法隆寺) 절은 금당벽화로 유명한 곳입니다. 고구려 스님 담징(曇徵, 고구려 영양왕 때 유명한 스님)이 그렸다는 벽화가 있는 곳입니다. 607년 처음 절이 지어졌을 때는 이카루가노데라(斑鳩寺) 절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뒤 670년 4월 절에 불이 나서 모두 타버렸습니다. 이후 다시 지은 것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담징이 그린 벽화도 이때 다 타버려서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 호류지 절 금당벽화 6호 벽화입니다. 왼쪽 사진은 구다라관음당 박물관에 전시된 것이고, 왼쪽사진을 모사도입니다. ⓒ 박현국


어떤 사람들은 금당벽화를 비롯한 절 모두가 불이 나서 타버렸지만 베껴놓은 그림이 있어서 그것을 보고 다시 그려놓았다는 말하기도 합니다. 지금 남아있는 금당 벽화는 그림 성격상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그렸다기 보다는 한반도를 비롯한 대륙의 성격이 강해서 그런 말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다만 소설가 정한숙 선생의 담징 벽화 소설은 소설적 상상력으로 고구려 스님 담징이 고국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민하면서 벽화를 그려나가는 과정을 썼습니다. 한때 이 작품은 교과서에 실려 있었기 때문에 이 교과서로 공부한 세대는 거의 모두 호류지의 금당벽화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나라 호류지 절에는 한국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호류지 절은 나라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16km나 떨어져 있고, 교통이 불편하여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나라에서 버스나 전차로 호류지초까지 가서 다시 걷거나 택시로 호류지 절까지 가야합니다.

▲ 호류지 절 5중탑과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입니다. 두 탑은 모두 목조탑으로 비슷한 양식입니다. ⓒ 박현국


호류지 절에는 금당뿐만 아니라 5중탑을 비롯한 여러 건물이나 탑들, 그리고 불상도 많이 있습니다. 5중탑은 탑 꼭대기에 놓인 청동 상륜부 길이가 10미터나 되고 탑 전체 높이는 32.45m입니다. 특히 맨 아래층 처마 길이는 맨 위 5층 처마 길이의 두 배입니다. 이러한 비례로 안정된 삼각형 구조를 실현했으며 미적으로도 돋보입니다. 이와 비슷한 탑으로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을 들 수 있습니다.

호류지 절은 구다라 관음상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절에서 오래전부터 보존해 온 것으로 불교 조각의 걸작입니다. 8등신 미인의 훤칠한 키와 섬세한 조각이 일품입니다. 구다라 즉 백제라는 말이 붙여서 전하는 것으로 보아 백제에서 전해졌거나 백제 사람이 만든 것임이 분명합니다. 투조 장식이나 조각 기법 역시 한반도 백제나 대륙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 금당 안에 안치된 금동석가 삼존상<왼쪽 사진>과 강당 안에 안치된 불상입니다. 금당 안에도 전에는 어두웠으나 최근 LED 조명 덕분에 밝아졌습니다. ⓒ 박현국


그밖에 호류지 절에는 구세관음상(4.11-5.18, 10.22-1.22 공개)이나 멋진 불상이 많지만 늘 보여주지 않고, 날을 정하여 특정한 날만 볼 수 있습니다. 호류지 절은 오래전에 생겨서 여러 역사를 거듭하는 동안 절을 늘여왔습니다. 그래서 절 안에 건물들도 많고, 절에서 사는 스님이나 스님 가족들의 거처가 있어서 절이 넓고 큽니다. 1993년 일본에서는 처음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에는 미륵신앙이 강한 것에 비해서 일본에는 관음 신앙이 강합니다. 미륵신앙은 미륵불에 근거하여 석가모니부처님이 입멸하여 56억 7천만년이 지난 뒤 구제받지 못한 중생들을 모두 구제한다는 사상입니다. 이에 비해서 관음신앙은 중생이 관세음보살을 믿고 입으로 외우면 여러 가지 모습을 한 관세음보살의 자상한 손길이 인간의 불만족이나 불안을 해결해 준다는 사상입니다. 미륵불이 미래불이라면 관음불은 현세불입니다. 구다라 관음상이 호류지 절에 오랫동안 있었던 것도 일본 사람의 관음신앙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거의 20년 동안 어른 입장료가 1천 엔이었으나 이번에 찾아갔을 때는 1500엔이었습니다. 갑자기 50%가 올랐습니다. 입장료 수입이 큰 절을 관리하고, 보수하는 데 쓰인다고 하니 불만은 없으나 비싼 것은 분명합니다. 일본 물가가 비싼 것은 절 입장료만이 아닙니다.

▲ 호류지 절에 있는 백제관음상입니다. 유리 상자 안에 들어서 사진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 박현국


참고 문헌> 정한숙, 정한숙작품집, 지만지, 2010.
윤장섭, 일본의 건축, 서울대학교출판부, 2000

참고 누리집> 호류지 절, http://www.horyuji.or.jp/, 2016.8.7.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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