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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 "신체 쇠약해져"... 퇴위 의사 발표

200년 만의 '생전 퇴위' 이뤄지나... 일본 국민들 '충격'

등록|2016.08.08 16:10 수정|2016.08.08 16:10

▲ 아키히토 일왕의 생전 퇴위 의사를 밝히는 동영상 성명 갈무리. ⓒ 일본 궁내청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생전 퇴위하겠다는 뜻을 공식 발표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일본 궁내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에서 고령(82세)으로 인한 신체 쇠약으로 일왕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려워 퇴위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일왕이 동영상으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5년 만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오늘날 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일왕도 고령이 되면 어떤 본연의 자세가 바람직한가를 고민해왔다"라며 "특히 두 차례 수술을 받으며 무거운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지자 국가와 왕가를 위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든을 넘어서도 다행히 건강하지만, 차츰 쇠약해지는 신체를 고려할 때 지금처럼 몸과 마음을 다해 일본의 상징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라며 퇴위하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일왕의 고령에 따라 국사를 줄이거나 섭정을 두는 방법도 있지만, 일왕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생을 다하는 것은 변함없다"라며 "또한 일왕이 타계하면 애도 의식과 새로운 일왕을 위한 행사가 겹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헌법 아래 일왕은 국정에 관한 권능이 없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오랜 일왕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도 왕실이 국민과 함께하며 국가의 미래를 쌓아갈 수 있도록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라며 생전 퇴위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나타냈다.

200년 만의 생전 퇴위... 일본 '충격'

최근 수년간 아키히토 일왕은 고령으로 인해 지방이나 외국 방문 등의 공무 수행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며 퇴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전례가 극히 드물다는 이유로 소극적은 반응을 유지해왔다.

만약 아키히토 일왕의 뜻이 관철된다면 에도 시대 후기 1817년 고카쿠 일왕 이후 약 200년 만에 살아있는 일왕이 퇴위하게 된다. 현재 왕위 계승 1순위는 아키히토 일왕의 장남 나루히토 왕세자다.

1933년 선친 쇼와 일왕의 장남으로 태어난 아키히토 일왕은 11세 때 일본의 패전을 경험한 뒤 전후 부흥기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미치코 왕비와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고, 1989년 쇼와 일왕이 사망하자 '헤이세이'(平成)라는 연호로 왕위를 물려받았다.

아베 정권과 달리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 반성을 강조하며 평화헌법을 수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2005년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비에 참배하는 등 '지한파' 일왕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1년 일왕 생일 회견에서는 "개인적으로 간무 일왕(737~806년)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는 속일본기(續日本記)를 읽고 한국과의 연을 느끼고 있다"라고 밝혔다가 일본 우익 세력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아베 정권, 생전 퇴위 위한 특례법 만드나

그동안 일왕이 직접 퇴위 위사를 밝히면서 일본 정부도 왕위 계승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일왕의 조기 퇴위를 허용하도록 왕실전범을 개정하거나 특례법을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로써는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이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왕실전범을 개정할 경우 장래의 일왕이 정치적 압력에 의해 강제 퇴위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키히토 일왕을 위한 특례법 제정이 유력하다. 

이 밖에도 일왕의 생전 퇴위 후 지위와 호칭, 왕위 계승 순위 및 여성의 일왕 계승 인정 여부 등을 놓고 다양한 논의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왕실전범에 따르면 일왕 계승은 남성만 가능하다.

하지만 왕위 계승 1순위인 나루히토 왕세자는 아들이 없고, 일본 내 여권 신장에 따라 왕가의 여성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왕실전범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왕실전범 개정 논란에 묻혀 아베 정권의 개헌 추진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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