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산부인과 환자 많은 이유... '너무 씻어서'
[전문가의 창 - 김애양] '칸디다성 질염'의 역설
▲ '칸디다균 번성' 때문에 여름철에 산부인과를 찾는 여성이 많다. ⓒ pexels
출산율 하락으로 한산하기만 한 산부인과 진료실이 반짝 바빠질 때가 있다. 여름 한철 환자가 몰리는 시기다. 여름을 '산부인과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산부인과 의사치고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 환자가 많아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많은 일이 계절에 따라 변화하지만 병원도 계절에 따라 바쁜 정도가 다르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왜 여름에 산부인과 환자가 많이 생겨나는 걸까? 휴가철에 바닷가나 물놀이를 다녀와 세균 감염이 되는 일도 흔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칸디다균 번성' 때문일 것이다. 환자는 갑자기 분비물이 많아져 마치 짓이긴 두부찌꺼기나 몽글몽글한 리코타 치즈 같은 내용물이 나온다며 병원을 찾는다. 외음부가 몹시 가려워 밤잠을 설쳤다고 호소하는 여성도 많다. 이들의 분비물을 검사해보면 '칸디다 알비칸스'라는 곰팡이가 검출되곤 한다. 곤혹스러운 건 이들 환자의 반응이다.
곰팡이가 원인균이라고 설명해주면 화들짝 놀라며 몹시 민망해하거나 심지어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무좀이나 비듬이 곰팡이 때문에 생긴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다. 곰팡이로 인해 질염이 생겼다는 사실이 마치 청결 관리를 잘못해 생긴 것처럼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머, 곰팡이라뇨? 제가 씻지 않아 더럽다는 말씀인가요?"
이렇게 묻기가 일쑤다. 천만에! 칸디다성 질염은 너무 자주 씻어서 생긴다는 역설을 어떻게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
자꾸 씻으면 이로운 균이 사라지기도 한다
여성의 질엔 유익한 간균인 되델라인 균이 서식해 젖산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항상 PH 3.8~4.5의 산성도를 유지하고 있다. 자꾸 물로 씻으면 몸에 이로운 간균이 없어짐과 동시에 물에 희석돼 산성 환경이 파괴되는 게 당연하다.
같은 이치로 알칼리성 비누를 사용하는 것도 불리하다. 깨끗이 닦는다는 게 거꾸로 역효과만 내게 되는 것이다. 비데를 사용하거나 사우나를 즐기는 사람에게 질염이 더 잦다는 것도 특이 사항이다. 항생제를 복용했을 때도 좋은 균이 박멸돼 칸디다성 질염이 생기곤 한다. 최근에 개발된 여성 전용 유산균 제품인 프로바이오틱스가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질염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하지만 환자는 자주 씻는 게 나쁘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참 힘든 것 같다. 하루에 한 번 샤워로 충분하다고 말해줘도 정색하며 왜 씻지 못하게 하느냐고 되묻는 환자가 많다.
흐르는 물로 간단히 세정하는 것으로는 석연치 않아 더 깊은 곳까지 속속들이 닦겠다고 말한다. 그럴 때엔 이런 말로 급구 만류한다. 우리가 안구 속에 손을 넣어 눈동자를 닦아내지 않듯, 콧속 깊은 곳까지 물로 씻어내지 않듯, 귀속을 물로 닦으면 큰일 난다고 알고 있듯 그곳도 스스로 정화되도록 조금 내버려 두라고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김애양 님은 은혜산부인과 원장이자 수필가입니다. 저서로는 수필집 <초대> <의사로 산다는 것> <위로> <명작 속의 질병이야기> <아프지 마세요> 등이 있습니다. 이 기사는 '데일리 푸드앤메드'(www.foodnmed.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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