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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이광수 문학상 제정 13일 만에 철회

역사정의실천연대 등 문단 안팎의 거센 반대에 직면하자 백지화

등록|2016.08.09 14:04 수정|2016.08.09 14:04
한국문인협회(문협)가 '친일문학상 제정을 철회하라'는 문단 안팎의 거센 반대에 직면하자 "두 문학상의 시행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13일 만에 '육당문학상'과 '춘원문학상' 제정을 사실상 백지화했다.(8월 4일 보도 : "'이광수 최남선 문학상, '이완용 상'이나 마찬가지")

문협은 8일 "당초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의 문학적 업적을 기린다는 순수한 차원에서 이 상을 제정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문단 안팎에서 그들의 문학적 성과보다는 친일 문제를 중점 부각함으로써 이 상의 기본 취지가 크게 손상됐다"며 "문학상 본연의 목적과는 관계없이 육당과 춘원의 친일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비화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이 상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문효치 이사장은 "문협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자발적으로 중대 결단을 내린 만큼 모든 문인들이 이 상에 따른 논란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더 화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협은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육당문학상과 춘원문학상 제정안을 가결하고 내년에는 이광수의 소설 '무정' 발표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기로 했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바로 거센 반발과 저항에 직면했다.

특히 역사정의실천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월혁명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465개 민주진보단체들은 지난 4일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문인협회가 육당과 춘원을 기리는 문학상을 만들기로 한 것은 사실상 이완용을 기리는 상을 제정하는 것과 똑같다"며 "문협은 '친일 문학상'제정을 즉각 철회하고, 시대착오적 친일 미화를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상당수 문인들도 반대의사를 문협에 강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기자회견문협은 ‘친일 문학상’제정을 즉각 철회하라 ⓒ 김형태


최남선과 이광수를 꿇어앉히는 퍼포먼스465개 민주진보단체들을 지난 4일 오전 11시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협은 ‘친일 문학상’제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김형태


한상권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는 "문협의 '친일 문학상' 제정 철회 결정을 환영한다"고 운을 뗀 뒤, "문협이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퇴행적 움직임을 반복하지 말고 문학이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만큼 앞으로는 시대정신을 일깨워주는 올바른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와 유사한 기사를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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