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연금 횡령' 의혹 신부, 과거 '65억 횡령' 해임
서울시, 회계부정·후원금 무단사용 등 박성구 신부 해임 처분... 신부 측 "무고하다" 주장
▲ 천주교 박성구 신부가 세운 경기도 가평의 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달 3일 가족회의 당시 인근 경찰서에서 출동한 모습(뒤에 보이는 시설은 위 시설과는 상관없음). ⓒ 유성애
앞서 경기 가평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박성구 신부(68,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장애인 연금 횡령·기부금 강요 등 의혹이 직원 내부고발로 제기된 가운데, 박 신부가 과거 자신이 세운 사회복지법인에서도 회계부정·후원금 무단사용 등으로 해임된 사실이 확인됐다(관련기사 : "발작하는 장애인에 성수만 뿌려" 천주교 신부 '장애인 학대' 논란).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서울시의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 이사 해임처분 통보'와 '임원 해임 명령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6월 8일 노인양로시설로의 불법 용도변경, 입소보증금·운영비 등의 불법 지출, 법인 기본재산 무단임대, 후원금 부당사용, 이사회 회의록 허위작성 등을 이유로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서울 소재, 등기부상 자산 총액 258억 원) 대표이사였던 박성구 신부를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 기쁜우리월드 법인의 박성구 전 대표이사(서울대교구 신부)가 2015년 6월 서울시로부터 받은 해임 처분 공문(사진). ⓒ 공문 화면갈무리
후원금 부당사용·회계부정·법인 재산 무허가 임대
지난 1976년 사제서품을 받은 박성구 신부는 1980년대부터 중증장애인들과 함께하면서 작은예수수도회와 사회복지법인('기쁜우리월드') 등을 세웠다. 박 신부는 중증장애인시설 외에도 노인요양시설과 여성장애인시설 등을 경기 가평에 세웠으며 이 시설이 모여 하나의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다.
기쁜우리월드의 대표이사였던 박 신부는 2015년 6월 8일 서울시로부터 '해임 명령'을 통보받았다. 회계부정 등 사회복지사업법 9개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법 위반 사항은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 직원과 노인시설 입소자의 진정 등으로 인해 지난 2014년 7월 서울시청·강서구청이 합동지도점검을 벌이면서 드러났다.
박 신부와 관련해 서울시가 지적한 '사회복지사업법 위반사항'은 총 9개 사항이다. 구체적으로는 ▲ 후원금 부당사용 ▲ 회계부정 ▲ 이사회 회의록 허위작성·허위보고 ▲ 장기차입 28억 원 허가조건 위반 ▲ 서울시 허가 없이 법인 재산 무허가 임대 등이다.
이에 따르면 박 신부 측은 후원금 7억5800만 원을 노인양로시설 건축비 장기차입금 부채상환금으로 지출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45조(후원금의 관리)에 따라 제정된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 제41조의7(후원금의 용도 외 사용금지)은 '법인의 대표이사와 시설장은 후원금을 후원자가 지정한 사용용도 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후원금은 부채상환금으로 지출할 수 없다.
또 법인 기본재산을 매도·임대·담보 제공할 경우 서울시로부터 허가받아야 하는데, 박 신부는 수익사업용 기본재산인 '기쁜우리샘물' 임대 계약을 서울시 허가 없이 체결했다. 이는 '기본재산 매도·증여·교환·임대·담보제공하려는 경우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복지사업법 제23조 제3항을 위반한 행위다.
또한 서울시는 대표이사였던 박 신부가, 이사회를 개최한 사실이 없음에도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해 10억 원의 채무 양도를 불법 의결했고, 외부추천 이사 3명을 선임한 것처럼 허위 보고했다고 봤다. 이는 사회복지사업법 제22조 1항 3호(법인 업무 관련해 고의로 보고 지연, 거짓 보고 등)에 해당하며, 임원 해임 명령의 사유가 된다.
서울시는 박 신부가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와 작은예수회의 회계를 구분하지 않아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노인양로시설 용도를 불법 변경해 유품보관소 설치공사 계약을 체결하고, 이 분양금의 25%를 (기쁜우리월드가 아닌) 작은예수회에 입금한다는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위법하다는 것이다. 또 박 신부가 본인 명의로 노인시설 입소자 16명에게 빌린 차입금의 이자 1억6900만 원을 노인시설 운영비에서 지출한 사항도 있다. 이는 비리 정도가 중한 '회계부정'에 해당한다.
그밖에도 노인시설 건축비 등의 용도로 은행에서 장기 차입한 28억 원을 종교시설 '영성원' 건립 기금으로 지출한 점(장기차입 허가조건 위반), 노인시설 입소보증금 20억 6600만 원을 시설이 관리하지 않고 '영성원' 건립비로 무단사용한 점(법인 자산 무단사용), 기본재산 14건을 취득한 후 서울시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 점 등도 위반사항으로 꼽혔다. 이런 방식으로 박 신부가 횡령한 금액은 65억여 원을 넘는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하지만 박 신부는 서울시의 임원 해임 명령에 불복해 행정처분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졌으나 최근 재차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과거 법인의 일부 직원들도 이런 비리 행위와 관련해 박 신부를 검찰청에 고발했으나, 서울시로부터 법인이사 해임 처분이 나면서 새로운 이사의 '시설 정상화' 약속을 믿고 고발을 취하했다.
▲ 지난달 1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박성구 신부의 모습(오른쪽). 그는 장애인 인권침해, 부당해고 등 질문에 "그 사람들(해고된 직원들) 말은 모두 엉터리"라고 일축한 뒤 자리를 피했다. ⓒ 유성애
박 신부, 무죄 주장... "염수정 추기경, 서울시장이 무고죄로 감옥 가야"
당시 박성구 신부가 해임된 법적 근거는 사회복지사업법 제22조(임원의 해임명령) 중 '회계부정', '거짓보고' 등이다. 동법 제19조·제35조에 따라, 박 신부는 해임된 날로부터 5년간 법인 임원이나 시설장을 맡을 수 없다. 그럼에도 박 신부는 여전히 자신이 경기 가평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의 시설장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작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시설이 속한 상위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월드는 법인 산하에 약 30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서울시로부터 지원금 약 60억 원을 받았다. <오마이뉴스>는 현 법인 대표로 등록된 윤원일 이사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난 7월 말 박 신부 본인이 세운 경기도 가평의 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장애인 연금 횡령과 기부금 강요 등 전횡을 저지른 의혹이 제기됐다. 가평군청에 따르면, 이 시설에는 작년에만 약 5억 원 국가보조금이 지급됐다(관련기사 : 천주교 신부 '장애인 학대' 논란 http://omn.kr/kgy1).
현재 지난 6월 해고된 직원 8명 중 일부 직원, 시설에서 인권 침해 사실을 확인한 경기 장애인인권센터가 박 신부 등 시설 측을 의정부지방검찰청에 고발한 상태다. 또 시설과 관련해 경기도청·가평군청이 면담하는 등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박 신부와 그를 따르는 시설 내 직원들은 여전히 혐의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에 반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서울시 처분과 관련해, 박 신부는 지난 10일 오후 4시께 서울 강서구 기쁜우리월드 복지관을 방문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염수정 추기경이 65억 원을 분명히 자기들이 갚아야 한다, 갚을 때까지 내가 끊임없이 얘기할 것"이라면서 "염수정 추기경님 서울시장님, 65억 횡령도 하지 않은 박성구 신부를, (제가) 횡령했다고 하는 건 이분들이 65억 원을 내놓지 않으면 무고죄로 감옥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신부는 또 "나는 전 세계 80여 공동체를 운영하는, 현존하는 작은예수 기쁜우리월드 회장"이라면서 "(윤원일) 이사장이 직무유기·사기죄를 지었다, 가평군수도 거짓말을 하면서 1억 8000만 원을 안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 신부에게 장애인 연금 횡령 의혹 등에 관해 묻자, 그는 "질문 안 받는다"라며 자리를 떠났다.
한편 경기도는 2014년 1월 이 중증장애인시설이 위치한 경기 가평 지역에 박 신부를 대표로 하는 사단법인 작은예수회 설립을 허가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 분사무소를 둔 이 법인의 등기부 등본에는, 박 신부뿐 아니라 앞서 서울시로부터 함께 징계를 받은 이아무개 이사 등이 이사로 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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