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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대표 선출, 엇갈리는 언론보도

새누리당 이정현 당대표 선출 관련 보도(8/10)

등록|2016.08.10 17:25 수정|2016.08.10 17:41
■ 민언련 오늘의 비교되는 보도 l 새누리당 이정현 당대표 선출 관련 보도(8/10) 

9일 새누리당은 이정현 의원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했다. 10일 6개 일간지는 이를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내놓고, 관련 기사와 사설을 쏟아냈다. 이 대표를 다룬 보도는 크게 '호남', '무수저'로 대표되는 그의 '열악한' 출신과 친박이라는 정체성에 관련한 보도로 나뉜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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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이정현 당대표 선출 관련 6개 일간지 보도건수(8/10) ⓒ민주언론시민연합

하나. 새누리당 '소외계층' '호남 출신'의 승리

새누리당 최초 호남출신 당대표가 선출됐다는 사실은 '새누리당의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측면에서 언론에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이 대표가 호남 출신임을 부각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제목에서 호남이라는 언급 없이 '총선 실패'와 '도로 친박당'이라는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1면 머리기사 제목
경향신문
새누리당 대표에 친박 이정현 보수여당 최초 호남 출신 선출
동아일보
보수 여당에 호남대표 깃발 꽂다
조선일보
보수정당 사상 첫 호남 黨대표
중앙일보
새누리 사상 첫 호남 대표 이정현
한겨레
새누리 대표 이정현…총선 참패 넉달만에 '도로 친박당'
한국일보
총선 심판 넉달 만에... 새누리' 도로 친박당'

△ 6개 일간지의 8월 10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

1면 기사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호남 출신'인 그의 새누리당 당대표 선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매체는 더 늘어난다. 한국일보는 1면이 아닌 4면 보도인 <'박근혜의 입'…지역주의 깨고 호남 출신 새누리 첫 당권>(8/10, 4면, 김지은 기자, http://me2.do/5JKKtdUb)에서 그의 출신을 전면적으로 부각했다. 기사는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는 여당의 '호남 거위'였다. 2007년부터 써온 컬러링 '거위의 꿈' 가사대로 당에 '차갑게 서 있는' 지역주의란 벽을 깨려 부단히 날갯짓을 해왔다"는 읽기 민망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호남 출신'이라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곡성'이라는 '깡촌' 출신이라는 점, 그가 정당 사무처 '말단 간사'에서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는 점 등은 결국 '새누리당 소외계층'인 그가 '새누리당 대표'가 됐다는 역전 드라마의 소재로 이용된다.

앞서 언급했던 경향신문은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측면을 직접 언급하거나 평가하지는 않았다. 1면 머리기사 <새누리당 대표에 친박 이정현 보수여당 최초 호남 출신 선출> (8/10, 1면, 유정인·박순봉·허남설 기자, http://me2.do/Fkccnr7w)의 제목에서 '호남'과 '친박'을 모두 부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 기사 본문에서는 그의 '친박'이라는 정체성에 좀 더 집중했다.

그러나 경향신문도 역전 드라마까지 무시하기는 힘들었는지 <바닥부터 17계단…곡성 촌놈, 최후의 진박으로 여당 정복> (8/10, 2면, 박순봉·허남설 기자, http://me2.do/FGggTOY6)에서는 "전라남도 곡성 '촌놈'"이 "당 사무처 말단 '간사병(丙)'"에서 시작해 마침내 당대표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측면을 부각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이정현 의원의 "보수정당 정복기"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평가 뒤에는 곧바로 친박 오더 투표에 대한 의혹이 이어지지만, 그 앞부분의 서술은 사실상 "전남 곡성 '깡촌' 출신으로 1985년 구용상 전 민주정의당 의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거위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동아일보 등의 관점과 큰 차이가 없다.

한겨레 역시 <5공때 민정당 당직자로 첫발…"대선주자 영입시스템 마련">(8/10, 4면, 성연철 기자, http://me2.do/Fh33GZt9)을 통해 그의 '역전 드라마'를 그려냈다.

'소외계층' 이 의원의 '성공담'은 동아일보에서 더욱 극적인 형태로 부각된다. 동아일보는 <보수 여당에 호남대표 깃발 꽂다>(8/10, 1면, 이재명 기자, http://me2.do/FQlleTAA)에서는 이정현 대표를 향해 "한국 정치의 철옹성으로 여겨진 지역주의 벽을 넘은 데 이어 당의 '아웃사이더'에서 '메인스트림(주류)'으로 우뚝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는 찬사를 토해냈다.

<李 "지금 대선승리 가능성 제로"… 호남 교두보 역할론 먹혀>(8/10, 2면, 강경석 기자, http://me2.do/Fh33Jrbe)에서는 "이 대표가 내세운 '호남 대표론'이 민심과 당심을 모두 움직였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사무처 직원에서 당대표까지… '거위의 꿈' 이룬 朴의 복심>(8/10, 3면, 이재명·홍수영 기자, http://me2.do/5RKK9pDU)에서는 "전남 곡성 '깡촌' 출신으로 1985년 구용상 전 민주정의당 의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갖은 고초를 겪다가 박 대통령을 만나 "'거위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동아일보는 여기에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발탁한 건 박 대통령이지만 '지역주의 타파의 전사' '호남 대표'를 만든 건 스스로의 '무모한 도전'의 결과인 만큼 이제부터 '이정현식(式) 정치'를 보여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도 뒤지지 않는다. 먼저 1면 머리기사인 <새누리 사상 첫 호남 대표 이정현>(8/10, 1면, 박유미·채윤경·박종근 기자, http://me2.do/FOPPgqP2)에서는 "비주류, 비엘리트, 소외 지역 출신이 대표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 방황하는 청년들 문제부터 시작하겠다"는 이 신임 대표의 당선 확정 이후 발언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어지는 2면 <당말단 직원서 당 대표로 … 31년간 17계단 뛰어올랐다>(8/10, 2면, 이가영 기자, http://me2.do/5U77NanK)에서는 "그의 선출은 여당 사상 일대 사건이다. 새누리당(전신 포함)에서 호남 출신이 선출직 당 대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흙수저'를 넘어 '무수저'를 내건 그의 '일하고 싶다'는 호소가 영남이 주류인 새누리당에서 통한 결과"라는 평가를 내놨다. 물론 여기에도 동아일보나 한국일보에서 그랬듯 '거위의 꿈'이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는다.

반대로 조선일보는 이 대표의 인생역전 드라마 자체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1면 보도인 <보수정당 사상 첫 호남 黨대표>(8/10, 1면, 황대진 기자, http://me2.do/GA77sZsh)에서 출신지 호남을 부각하긴 했지만 경향신문과 마찬가지로 실제 기사 본문에는 계파 문제를 더 주요하게 다뤘다. 그의 출신이 지닌 의의는 "말단 사무처 당직자로 시작해 '16계단'을 밟아 당대표가 됐다"는 그의 발언을 기사에 직접 인용하거나 <사설/새누리 새 지도부, 무기력 黨 일으켜 세울 수 있겠나>(8/10, http://me2.do/xcPPwEef)에서 "이 대표는 1980년대 이후 보수 정당에서 선출된 최초의 호남 출신 당대표다. 비례대표를 거쳐 여당 불모지인 호남에서 3선에 성공한 그는 이번에 또 한 번 지역의 벽을 깼다"는 수준으로만 언급된다.

둘. '도로 친박당'에 대한 우려

이 대표의 선출로 새누리당이 '도로 친박당' '박근혜 대통령의 친위정당'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나 박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는 조언은 6개 일간지에 모두 등장했다.

먼저 경향신문은 <총선 참패 책임론은커녕… 4개월 만에 '박근혜 친위정당'>(8/9, 3면, 유정인·박순봉·허남설 기자, http://me2.do/Glqqclb3)을 통해 이 대표 선출에 대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친위 정당'이 탄생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애초 이 결과 자체가 "친박계를 향한 4·13 총선 참패 책임론을 거부하고, '친박 패권 심판'에도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 지적했다. "이 신임 대표가 일성으로 내건 '계파 화합, 정치 혁신'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경우 그동안 친박·비박 갈등·충돌은 전혀 뜻밖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설/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 앞에 놓인 과제들> (8/10, http://me2.do/F5ZZ0Kzj)에서는 "'대통령 비서' 출신 집권당 대표의 등장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라며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했다. "이 대표가 '박근혜의 복심(腹心)'이란 과거는 잊고, 주권자만 바라보고 나아갈 때 새누리당의 살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극복'하라는 주문은 동아일보에도 등장한다. <사설/이정현 새 대표, '대통령 내시' 벗어나 보수혁신 이끌라>(8/10, http://me2.do/5eqqKrwP)에서 동아일보는 "주군(主君)인 박근혜 대통령까지 '극복'"해야 한다며 "지금도 '하청 정당' 소리를 듣는 당을 '내시 정당'으로 전락시켰다간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朴의 남자로 12년… 청와대에 할 말 하는 대표 될까>(8/10, 3면, 선정민 기자, http://me2.do/GkuulHkm)에서 박 대통령과 이 신임대표의 인연을 소개한 뒤 "새누리당은 집권 4년 차 박 대통령과 '신(新)밀월'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그 뒤에 곧바로 "이 대표가 더 이상 박 대통령의 '비서'나 '복심(腹心)' 역할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소개했다.

이 '온정어린 관점'은 <지도부 9명 중 8명이 親朴… 도로 친박黨 됐다>(8/10, 4면, 양승식 기자, http://me2.do/IxXXPdMs)에서도 반복된다. "'도로 친박당'이 됐다"는 여권의 목소리를 소개한 뒤 그 뒤에 "집권 여당의 지도부를 친박이 장악하면서 당·청 관계도 예전에 비해 부드러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임에도 노동개혁 등 국정 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는 식의 평가를 덧붙이는 식이다. 다만 기사 말미에는 "당내 계파 갈등 해소는 더욱 난망해졌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사설/새누리 새 지도부, 무기력 黨 일으켜 세울 수 있겠나>(8/10, http://me2.do/xcPPwEef)에서는 "이 대표는 대통령마저 거스를 수 있어야 당이 살아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중앙일보는 <사설/새누리 혁신 친박 패권 청산에 달렸다>(8/10, http://me2.do/GJssPL6q)에서 "이 신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을 자처한 핵심 친박"임을 먼저 언급한 뒤 "현재의 새누리당은 대야(野) 협상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대통령에겐 직언 한마디 못하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라 비판했다. "당내에서조차 '박 대통령의 임기 말을 철통같이 보위할 친위 정당'이란 분석이 나온다면 새누리당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한겨레에서도 수직적 당청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이어진다. 먼저 <새누리 대표 이정현…총선 참패 넉달만에 '도로 친박당'>(8/10, 1면, 성연철 기자, http://me2.do/5VzzjvZh)에서는 "이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참모 출신인 탓에 수직적 당청 관계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입'이 당대표로…수직적 당·청관계 심해질듯>(8/10, 5면, 성한용 선임기자, http://me2.do/xmGGCORn)에서는 아예 이정현 대표 체제가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의례적 표현이라도 대등한 당청 관계를 의미하는 발언을 한 적이 별로 없는 이 신임 대표의 등장으로 "새누리당은 자칫하면 여의도에 있는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할 처지"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우려는 <사설/대통령 비서 출신 '여당 대표' 에 대한 우려와 당부>(8/10, http://me2.do/xSmmyoBb)에서 보다 선명하게 부각된다. 해당 사설에서 한겨레는 "오랫동안 '대통령의 입'이라 불릴 정도로 대통령의 총애를 받은 인물"인 "이 대표의 경선 승리에 친박 세력의 조직적 지원이 결정적이었음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 대통령 지시에 순응하고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든 그걸 합리화하는 역할을 하는 게 정권 성공을 위한 올바른 길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총선 심판 넉달만에…새누리' 도로 친박당'> (8/10, 1면, 김지은 기자, http://me2.do/FR22iA4q)에서 "4ㆍ13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도로 친박당'으로 회귀한 것"이라며 "청와대는 '친정체제'를 구축"했으며 그로 인해 "당청관계변화는 물 건너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조했다. <사설/이정현의 새누리당, 계파청산·수평적 당청관계 이뤄야> (8/10, http://me2.do/57vvbg08)에서는 "집권 초 청와대 홍보수석과 정무수석을 역임하는 등 오랜 기간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통했던 그의 경력이 대등한 당청관계 정립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 조언했다.

셋.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의혹과 친박 '오더 투표'

이처럼 비슷한 분석과 조언을 던진 6개 일간지의 새누리당 당대표 선출에 대한 보도에서 실질적인 차이점은 이 신임대표의 '약점'을 언급했는지 여부를 통해 드러난다. 이미 극복한 '호남 출신' '흙수저' 등의 핸디캡이나 '대통령의 입'이라는 지적을 제외한 그의 약점은 바로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의혹과 친박계의 '오더 투표'에 따라 그가 당선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청와대 홍보수석 당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 방송의 언론보도를 통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가 대표에 선출되기 이전부터 이를 언급한 보도는 극히 적었을 뿐 아니라, 이번 당선 보도에서도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에서는 그의 공영방송 보도 장악 이력을 문제 삼은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경선 막판 친박 주류가 이른바 '오더 투표'로 이정현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는 지적은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에 등장했다. 반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오더 투표 의혹을 직접 지적하는 대신, 비박계 의원들의 발언을 인용해 당내 불만을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 조선일보의 경우 "친박들이 악착같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공천을 한 결과가 오늘 전당대회로 나타났다"는 비박계의 불평을 소개하면서도 이번 투표 결과를 "친박 의원들의 결속력" 정도로 해석했다. 동아일보 역시 "친박 조직 지원이라는 부채를 떠안은게 아니냐"는 바박계 재선 의원의 발언을 소개하는 선에 그쳤다.

*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종이신문에 한함)
덧붙이는 글 민언련 활동가 배나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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