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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민 모르게 핵폐기물 반입, 말이 됩니까

원자력연구원에 사용후핵연료 1699봉 이송... 정보 공개해야

등록|2016.08.12 15:34 수정|2016.08.12 15:34

원자력 연구소 간판유성구에 위치한 원자력 연구소 ⓒ 이경호


최근 사용후 핵연료 반입과 관련된 논란이 대전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6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1987년부터 2013년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국내 원자력발전소에서 대전 유성구 덕진동 원자력연구원으로 사용후핵연료 1699봉을 옮겨온 것으로 확인된다.

운반량을 보면 많을 때는 매번 차이를 보인다. 2002년 12월 264봉을 옮겨온 것이 가장 많았고, 2000년대 이후에는 매회 2봉~10봉 정도를 옮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 핵연료 보관량은 2016년 3월 기준으로 4.177톤이다.

이중 타 발전소에서 이송해 와서 보관되고 있는 양이 3.327톤이고 하나로 원자로에서 발생한 양이 0.858톤이다. 대부분이 외부 발전소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을 이송해 온 것이다.

용어를 우선 정리하면, 사용후 핵연료, 고준위 핵폐기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모두 같은 물질을 두고 사용하는 용어이다. 이후에는 고준위 핵폐기물로 용어를 통일하여 사용하려 한다.

지금까지 고준위 핵폐기물은 각 원전 안에 있는 임시저장소에 보관 중이고, 외부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타 발전소에서 원자력연구원으로 26년 동안 꾸준히 옮겨온 것이다.

그동안 원자력발전소 내에 보관돼 있다고만 알려졌던 고준위 핵폐기물을 대전까지 어떻게 옮겼는지, 얼마나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는지 등을 현재 외부에선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 운반이 지역 사회와 아무 소통 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대다수 대전 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용후핵연료 이송시간과 내용, 국민은 알 권리 있어

고준위 핵폐기물은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중저준위 폐기물과는 전혀 결을 달리 한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핵연료로 사용한 원재료로 폭파위험과 방사능 수치 등에서 중저준위 폐기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핵발전에 사용되었던 기구나 의복 등 방사능이 적게 나오는 것들을 중저준위 폐기물이라고 한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한 뒤 남은 방사성 물질을 말한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핵분열 반응 중 생긴 생성물이기 때문에 여전히 높은 수준의 열에너지와 방사능이 남아 있어 가까이에서 노출되면 생명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다. 이런 물질이 고속도로 등을 통해 이송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안전과 매우 밀접하기 때문에 이송시간에 고속도로의 차량을 통제하여 접근을 막는 등 적절한 안전조치들이 필요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서라도 시민들은 이송시간과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

또한 차량을 통제하거나 사고발생시 대응요령 등을 국민들에게 숙지시켜야 함에도, 당국은 이를 방기했다. 위험천만한 고준위 핵폐기물을 국민이 전혀 알지 못한 상태로 이송하고 일상적으로 실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에는 원료가 됐던 우라늄 외에 제논·스트론튬·세슘·플루토늄 등과 같은 맹독성 방사성물질이 새로 생기고,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거친 후에도 다량의 방사선과 뜨거운 열이 방출되므로 직접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사용 후 연료봉을 깊은 물 속에 담가 열을 떨어뜨리고 방사선을 차폐하게 된다. 높은 방사능의 독성이 반감되는데 약 50만년에서 수백만년이 걸리는 위험한 물질이다.

핵폐기물 실험, 시민들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되다니...

파이로 프로세싱 토론회대전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하여 파이로프로세싱 토론회를 열었다. 이토론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해 대부분 반대했다. ⓒ 이경호


대전 시민들이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고준위 핵폐기물이 안전하게 운반, 관리, 보관되어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하고 우려하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사용후핵연료 관련 운반부터 실험과정, 보관상태 등은 대전시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과 직결된다.

대전과 세종 인근지역을 포함하여 약 200만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각종 고준위 핵폐기물을 사용한 실험이 시민들 의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실험용 연구라는 명목으로 대전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실험들이 시민들의 알 권리는 무시된 채로 무방비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송과정과 실험내용에 대한 안전성 검증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더불어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고준위 핵폐기물과 관련 과정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역이 추천하는 전문가, 시민,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제3자 검증을 통한 안전성 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대전 반입은 매우 신중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원자력연구원은 최근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와 소듐냉각고속로 실험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고준위 핵폐기물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수거하는 기술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7년부터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사용하여 실험을 할 계획이다. 파이로프로세싱(건식재처리)은 위험천만한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실험으로 실험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참고 : 파이로프로세싱, 사회적 공론화 필요해).

가동 중단되거나 폐쇄된 일본 '몬주'와 프랑스 '슈퍼피닉스'

소듐냉각고속로 실험은 파이로프로세싱에서 가공한 새로운 핵연료를 사용하는 고속로를 개발하는 실험이다. 문제는 고속로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속로는 실험 단계에서도 사고가 빈발해 제대로 가동된 적이 없다.

특히 냉각재로 사용되는 소듐(나트륨)은 물과 공기가 닿으면 폭발하는 성질 때문에 '핵 재난'의 잠재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이 잠재해 있는 소듐냉각고속로 실험을 150만 대도시에서 진행한다는 것이 원자력연구원의 계획이다. 이는 대전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실험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추진 중인 파이로프로세싱, 소듐냉각고속로 실험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의견이 많고 논란이 되는 기술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경제성과 안전성 문제 때문에 이미 핵선진국(미국, 독일 등)에서도 포기한 사업이다. 고속로를 설치한 일본의 '몬주', 프랑스의 '슈퍼피닉스'는 잦은 사고 탓에 가동이 중단되거나 폐쇄중이다.

결국 고준위 핵폐기물은 재활용할 대상이 아니다. 영구 폐기처분을 통해 국민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핀란드는 문제가 되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땅속 깊은 곳에 묻는 직접처분방식을 결정했다. 최종처분 결정을 하는데 30년 넘게 공론화 과정을 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핀란드는 핵폐기물 처리를 위해 30년간의 준비, 정부-기관-국민 간의 신뢰, 독보적인 처리 방식, 후세대를 위한 대처방안까지 차근차근 준비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고준위 핵폐기물의 운반과 실험내용과 그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 같은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에서 현격한 차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고준위 핵폐기물은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이런 위험한 물질을 대전에 반입하고 실험하는 것은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

시민들과의 공론화 과정없이 이송과 실험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150만명의 대전시민을 담보로 실험하는 원자력연구원이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자력연구원은 이제라도 제 3자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통해 대전지역의 시민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동의 절차를 구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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