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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새싹들 '싸움'을 뜯어말렸습니다

등록|2016.08.15 11:54 수정|2016.08.15 16:49

▲ ⓒ 전갑남


▲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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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갑남


▲ ⓒ 전갑남


배추모 어린 새싹 싸움을 뜯어말렸습니다. 배추모를 부은 지 1주일. 벌써 떡잎에서 본잎이 나왔습니다.

어린 새싹을 보면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말이 맞습니다. 함께 모를 부은 이웃집 아저씨는 배추모 자라는 게 궁금한 모양입니다. 이른 아침이면 배추모한테 인사라도 하듯 우리집에 오십니다.

"지금 뭐 하는 거여?"
"배추모 솎아주고 있어요!"
"벌써 솎아?"
"지금 솎아내야 싸우지 않고 자라죠!"


포토 한 구멍에 두 개씩 싹이 자라고 있습니다. 한 구멍에 씨 한 알만 넣어야 하는데, 혹시나 몰라 두알 씩 넣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다 발아가 된 것입니다.

이제 한 구멍에 한 녀석만 자라야 합니다. 좁은 데서 싸우면 두 녀석 모두 부실하게 되기 때문이죠. 아저씨가 배추모를 솎는 것을 거들면서 뜬금없는 말을 꺼냅니다.

"이 녀석들도 말이야, 줄을 잘 서야 해!"
"왜요?"
"잘난 놈도 함께 있으면 버려지고, 좀 못난 놈은 혼자 있으면 살아남으니까!"
"세상이치나 마찬가지네요."

주로 배추모는 못난 녀석들이 솎아집니다. 그런데, 잘난 녀석도 여러 녀석 틈에 끼어있으면 한 녀석은 버려져야하는 운명에 처합니다. 좀 못났어도 혼자 싹 튼 녀석은 사람 손을 피해갑니다.

세상 이치와 연관시켜 보니 재미있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는 경쟁하며 살아갑니다. 이른 바 치열한 생존경쟁을 합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살아남습니다. 사람사는 세상은 경쟁이 발전의 원동력이라면서 끊임없은 경쟁을 부추깁니다. 이른 바 선의의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 사는 세상에서 경쟁이란 것을 피할 수 없다지만 그 경쟁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갑니다. 경쟁보다 협력하여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하면 좋을 텐데, 그건 뒷전으로 밀립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반칙이 난무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앞세우는 것 때문입니다. 반칙은 정의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런데, 작물은 자라는 과정에서 경쟁을 하며 싸우게 되면 잘 자라지 못합니다. 혼자 차지해야 할 공간에서 여럿이서 빛과 영양분 등을 나눠 먹으면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를 솎아주고, 김을 매주는 이치도 알고보면 경쟁을 피해주려는 것입니다.

싹 트기 좋은 환경에서 자란 새싹은 포토에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버팁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한계가 있습니다. 물고기가 더 크려면 큰물에서 놀아야 하듯 녀석들도 본밭에 옮겨져 새롭게 적응하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한아름 크기의 배추로 자랄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일을 끝내고 아저씨께 말했습니다.

"야! 요 녀석들 싸움 뜯어말렸으니, 이제 잘 자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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