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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 '제3후보지 결정 촉구' 보수단체 회견 개입 의혹

참석자 상당수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왔다"... 성주군측 "강제로 동원한 것 아냐"

등록|2016.08.16 21:18 수정|2016.08.16 21:18

▲ 성주지역 보수단체들이 16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배치 후보지로 성주군 내 제3지역을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 기자회견은 성주군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 조정훈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들의 촛불집회가 16일로 35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수단체들이 성산포대 대신 제3의 장소로 결정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의 기자회견에 성주군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성주군 재향군인협의회를 비롯해 27개 단체는 16일 오후 2시 성주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도지사 성명서 발표에 따른 우리의 입장'을 통해 성산포대 대신 성주군 내 제3의 후보지를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평화통일성주군협의회, 성주군청년유도회, 성주향교전교, 성주유도회, 박약회, 담수회,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보훈단체협의회, 6.25참전유공자회, 고엽제전우회, 성주군재향군인회, 성주군재향군인회(여성), 무공수훈자회, 월남전참전자회, 한국자유총연맹성주군지회, 자유총연맹성주군지회(여성), 성주군의용소방대, 성주군여성의용소방대, 성주군환경지도자연합회, (사)전국한우협회성주군지부, (사)낙농육우협회성주군지부, (사)대한양돈협회성주군지부, 성주군축산단체협의회, 여성기업인협의회성주지회, 성주군중소기업협의회 등 27개 단체가 참석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날 사용된 현수막에는 '대화와 소통을 통합 타협으로 난관 극복하라'는 문구 아래는 '축산단체협의회'라는 단 하나의 단체 이름만 있었고 다른 단체의 이름은 하나도 적혀있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성주군은 기자들에게 "김관용 도지사 사드 관련 성명 발표에 따른 성주군 안보단체, 요식업, 중소기업회, 유림단체 입장 발표"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 문자는 성주군 고위관계자가 보낼 것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그냥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기자들에게 알려달라고 단순히 말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회견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느냐는 질문에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들었다"고 발뺌했다.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지사 오는데 와달라' 해서 왔다"

이 기자회견에는 모두 23명이 참석했으나 이들 중 상당수는 기자회견의 내용도 모른 채 참석했다. 특히 축산인 3인은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무슨 내용인지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문정식 성주군축산단체협의회장은 "군청 축산계장이 '도지사가 오는데 참석해 달라'고 해서 왔다"며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참석했는데 제3후보지로 결정하라는 내용인줄 알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회장은 또 "현수막에 축산단체협의회라고 씌여 있어 여러군데 확인해 보았지만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우리 단체 이름을 도용한 것이 아닌가 해 상당히 불쾌하다"고 얼굴을 붉혔다.

축산단체 회장들을 부른 것으로 알려진 성주군청 A과장은 "오늘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는데 무슨 내용인지 듣고 와달라고 부른 것"이라며 "기자회견이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B과장도 기자회견 사실을 누군가에게 들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행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해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인 줄 알았다"며 "누구에게 지시받은 적도 없고 단지 내용이 궁금해서 알아봐 달라고 부른 것 뿐, 강제로 동원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B과장은 부하직원을 통해 알 수도 있는 내용을 꼭 축산단체 대표들을 불러야 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단순히 상황을 알고 싶어서 부른 것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유림단체 "왜 우리 단체 포함해는지 모르고 협의한 적도 없어"

기자회견에 참가단체로 이름을 올린 유림단체들도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며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림단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하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어떤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했는지, 왜 우리 단체들을 포함시켰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협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8월 4일 대통령께서는 우리지역 내 다른지역으로 사드부대 주둔지 이전의 검토가 가능하다고 발표하였으나 국방부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며 "우리 군민들은 34일째 촛불문화제를 통해 분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성주는 예로부터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는 자랑스런 호국의 고장"이라며 "국가의 안위와 자치단체의 행복은 어느 누구도 정해주지 않으며 성주의 미래는 우리의 책임있는 결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사회를 맡았던 김해득 전 재향군인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대답을 하지 않았고 김진용 현 회장은 사드의 안전성에 대한 지식은 없다면서도 제3의 후보지에 대해 찬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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