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가 공무원노조위원장을 1면에 올린 이유
이화영씨 "다른 이유 있다"... 신문사는 "고유권한"
▲ <동양일보>의 지난 12일 자 1면 마리기사 ⓒ 심규상
'이화영 씨(충북 음성군 공무원노조위원장), 범법 숨기고 11년 근무'
충북에 본사를 둔 <동양일보>의 지난 12일 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동양일보>가 지적한 이씨의 범법내용은 '2004년 공무원노조 총파업 당시 해임 징계를 피하려고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허위진술서를 소청심사위원회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정부는 '공무원노동조합법'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이 법은 노동 3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입법안은 단결권은 6급 이하로 한정했고, 교섭도 인사, 예산을 제외했다. 단체행동은 아예 금지했다. 공무원노조는 '노동조합 금지법'이라며 총파업을 벌여 대항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모두 2000여 명이 중징계를 받았고, 이중 파면, 해임만 428명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결국 단결권과 제한적인 단체교섭권을 허용했다.
당시 이씨는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진술서에도 불구하고 소청심사위에서 해임처분을 받았다. 반나절 출근을 거부한 경우 '해임' 처분하도록 정부가 일방적으로 징계 수위를 정해 내려보낸 때문이었다. 그의 복직은 그로부터 2년여 뒤인 2007년, 행정소송을 통해 이루어졌다.
의아한 것은 법원조차 '부당 징계'라고 판결한 데 대해 언론이 나서 11년 전 진술서가 허위라며 톱기사로 문제 삼은 연유다.
이에 대해 이씨는 "소청심사위에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다른 문서를 제출한 것은 부당한 징계에 대한 저항이었고, 자기방어였지만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갑자기 이게 1면 머리기사가 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17일 자 <동양일보> 누리집 톱기사 ⓒ <동양일보> 누리집 갈무리
앞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이씨는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에 '사이비 기자 비호하는 <동양일보> 규탄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이씨의 이날 기사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지역본부'(아래 충북본부)의 기자회견문을 인용한 것으로 '동양일보 소속 S 기자가' 3자 뇌물취득' 혐의 등으로 현재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공갈 협박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전력도 있다. <동양일보> 또한 'S 기자의 인사시, 노조와 협의를 거치기로 했는데 지난달 25일 일방적으로 음성지역 주재 기자로 다시 발령해 반발을 불렀다'는 내용도 있다.<관련 기사/ "사이비 기자 비호하는 <동양일보> 규탄한다">
이씨는 또 기사에서 "S기자는 지난해 10월 <충청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2004년) 건설업자 A씨에게 받은 5천만 원의 뇌물을 전 음성군수 후보 B씨에게 건넸다'고 밝혔다"며 "이런 기자를 다시 발령한 것은 충북본부 조합원의 자존심을 짓밟고 신뢰를 저버린 처사"라고 보도했다.
이씨는 "이날 기사에 대한 보복성으로 나를 범법자로 몰아가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무원노조 지부장=범법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계산도 깔렸다"고 말했다. 이어 "보복 기사를 위해 지면을 이렇게까지 낭비하는 데 대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동양일보>는 17일에는 주요 기사로 '음성군 공무원노조 사무실 불법운영'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지난해 행자부가 법외노조인 전공노 사무실 폐쇄 조치를 하자 '직원 휴게실'로 용도 전환한 후 노조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이 또한 소속 기자의 인사문제를 비판한 데 대한 보복성 기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동양일보>의 S기자는 "보복은 이씨가 속한 공무원 노조에서 지난해 말, 14년 전 일(뇌물 전달 건)을 이유로 나를 사이비 기자로 매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먼저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이씨가 충북본부 노조위원장들을 데리고 회사 본사를 항의방문 등 나에 대한 공격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엇을 주요하게 다룰 건지는 회사 편집부의 고유권한"이라며 "이에 대해 보복성 기사 운운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덧붙였다.
▲ 지난 16일 음성지역 17개 단체로 구성된 '음성민중연대'가 음성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음성민중연대
그는 14년 전 일은 이미 공소시효가 끝나 마무리됐고 휴직 또한 억울하게 '3자 뇌물취득혐의'를 받아 회사에 누를 끼치기 싫어 스스로 낸 것이었고, 지금은 경찰에서도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듭 "확인결과 회사에서는 나에 대한 인사 시 공무원 노조와 협의를 거치기로 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며 "법외노조인 공무원노조가 남의 회사 인사권까지 개입하는 것도 분명한 월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양일보>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음성지역사회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음성지역 17개 단체로 구성된 '음성민중연대'는 1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S기자는 음성군민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사퇴하라"며 "음성군청은 S 기자가 출입할 경우 해당 신문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고 구독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충북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수희 사무국장은 "공소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새로운 비위행위가 드러난 언론인을 재발령한 것은 누가 봐도 적절한 인사가 아니다"며 "이를 지적하는 시민단체와 노조에 대해 인사권과 편집권 침해라고 맞서는 것은 횡포이자 언론이 사회적 공기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각이라면 동양일보가 보도하는 대부분의 기사가 남의 일에 간섭하는 월권행위가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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