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 배치, 김대중이라면 달랐을 것"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44]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
▲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대변인이 지난 2009년 12월 30일 오후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1층 입구에서 "대통령님은 저 그림을 보고 내가 아닌 것 같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일화를 전하고 있다. ⓒ 권우성
18일은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는 유언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의 7주기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통일 문제에 일평생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 버려서 김 전 대통령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다시 곱씹어 보고자 그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을 만나 국회의원 신분으로 7주기를 맞는 소회와 함께 남북 문제, 그리고 국민의당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지난 16일 최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 어느덧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7주기를 앞두고 있어요. 국회의원 신분이라 감회가 예년과 다를 것 같아요.
"제가 20년 전에 국회에서 3년 반 동안 환경노동위 소속 보좌관 생활을 했어요. 20년 만에 국회에 들어온 거죠. 김대중 대통령이 하늘에서 보시면 기뻐하실 것 같아요. 김 대통령의 유지를 마지막 비서관으로서 잘 받들어 나가야 하는데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사람들이 저를 볼 때 김 대통령을 생각하며 볼 거 아니에요? 그런 점에서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아무래도 의원님 하면 '김대중'이 늘 따라다니니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게 있을 것이고, 그걸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저는 김대중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이라는 타이틀로 정치를 시작했고 그것의 도움을 받아 국회에 들어왔죠. 동시에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이름이 저의 어깨를 누르고 있어요. 책임감을 느낀다는 거죠. 김 대통령이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큰 업적을 남기신 분이라서 그 뜻을 잘 받들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어떤 때는 중압감마저 느껴요."
- 김 대통령 하면 민주주의, 인권,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가 떠오릅니다. 이를 위해 한평생을 바치셨잖아요. 그러나 현재는 이것들이 모두 무너져 버렸어요. 그래서 김 대통령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은데.
"김대중 대통령에겐 두 가지 인생의 모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민주주의, 둘째는 분단국의 정치인으로서 한반도의 통일 문제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정치를 했습니다. 특히 통일에 대해서는 '평화적 통일'을 주장했습니다. 1960~1970년대에 정치인들에게 '평화통일'이라는 것은 일부 좌파적인 생각으로 공격을 받곤 했습니다. 그래서 김 대통령은 항상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빨갱이다'라는 공격을 받았지만, 그것을 이겨냈죠.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죠. 민주주의라는 것은 야당이 여당 되고 여당이 야당 되는 것인데, 김대중 대통령이 1997년 정권 교체를 최초로 이룩해 민주주의 시대의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참여정부까지 민주주의가 꽃피기 시작하고 남북관계가 평화와 화해, 협력의 관계로 들어서서 '통일의 날도 머지않았다'는 꿈을 꾸게 되었죠.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들어와서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이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2009년 5월 김 대통령은 역사가 후퇴하는 것을 보고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관계 위기' 등 3대 위기를 얘기했죠. 막무가내로 가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2009년 노무현 대통령과 일종의 공동 투쟁 전선을 꾸미려고 구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노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의 강압에 의해서 그렇게 죽음의 길을 선택하시고. 3개월 후에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말았는데, 만약 살아계셨다면 지금이라도 흩어져 있는 야당, 시민사회, 또 국제 사회 힘까지 빌려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시키고 또 보수정권들을 견제하는 많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어떤 메시지를 주실까요?
"어제(15일)가 광복 71주년이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의 역사에 대해 '칠전팔기'란 표현을 자주 쓰셨어요. 우리 민족은 그런 저력을 발휘해서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외환위기도 극복하고 산업화도 이루고 지식 정보화 국가도 만들고, 대결과 갈등의 남북관계도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만들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비록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남북관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희망을 갖고 양심으로 나서자'는 메시지를 주셨을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불안 상황에서 김 대통령의 특유의 국제 사회 네트워크를 총동원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중국, 또 북한 정부에 압력을 가해서 한반도 상황을 추슬러 나가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특히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쏟으셨어요. 그 결과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이었죠. 10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 즈음 통일은 몰라도 남북이 더욱 협력하지 않을까 기대했었죠.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2008년에 중단됐고 개성공단마저 중단되어 남북관계는 19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인데.
"지금 남북관계는 당장이라도 남북이 포격하고 총을 쏘는 국지전 상태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죠. 극도로 위험하고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이런 위기적 상황에 무감각해졌는데, 지금은 안보 위기 중에 최고의 안보 위기 상황입니다.
8년 전인 2008년에 금강산 관광이 끝나버렸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의 지렛대이자 최고의 성과입니다. 앞으로 개성공단과 같은 것 서너 개가 북한에 만들어지면 사실상 통일을 꿈꿀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사업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생각이 짧고 비전이 없는 박근혜 정부가 단칼에 잘라 버렸어요. 수많은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 또 관련 업체들에게 피눈물 나게 하는 일입니다. 폐쇄는 정말 박근혜 정부가 민족 문제를 바라보는 데에서 얼마나 짧은 견해를 가졌는지, 얼마나 무모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북한도 잘했다고 할 수 없어요. 북한은 6자회담이나 남북관계를 잘하면서 대화와 협력, 협상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주변국에 큰 위협이 되는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반복해서 쏘는 것은 잘못입니다. 북한도 그런 태도를 버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6자회담이나 국제사회의 협력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해야 합니다. 특히 남북공조를 기반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힘들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협치, 사드 논란... 청와대의 밀어붙이기는 여전해
▲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 ⓒ 최경환 의원실
- 20년 만에 국회에 돌아오셨어요. 그때 국회와 지금 국회는 차이가 있나요?
"많이 달라졌습니다. 먼저 국회에 사람이 많아요. 20년 전 국회는 국가 최고의 권력기관으로서 일반 시민들이 들어오고 접근하기가 참 어려운 곳이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이 국회에 와서 행사도 하고 관람도 하는 것이 참 보기가 좋습니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은 국회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삼권분립 하에서 입법부의 권한이 대단히 확장됐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기관들이 일하면서 국회와 상의하고 토론하는 것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다만 여전히 똑같은 것은 청와대와의 관계입니다. 20년 전이나 똑같아요. 아무리 여소야대, 야당이 다수를 차지해도 대통령제 아래 권력 구도에서 대통령이 국회와 소통하지 못하면 여전히 갈등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20대 4.13 총선에 국민의 뜻은 이제 여야가 서로 협력하면서 국리민복을 위해서 이른바 '협치'를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초기에는 합의가 되는 것처럼 이야기가 됐지만, 여전히 청와대라고 하는 권력이 자기 생각을 밀어붙이는 식으로 하기 때문에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 사드 배치 문제가 현재 논란입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사드 배치를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와 새누리당은 사드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지만 변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의 외교 보복, 경제보복, 또 한류 보복이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입니다. 둘째는 성주입니다. 지금 최적지라고 얘기하는 성주 주민들이 어제도 900여 명이 삭발하면서 싸우고 있어요. 성주 군민들이 단호히 반대하고 있어 정부 여당도 강행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야당도 전체적으로 반대하고 있고요.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행한다면, 국회나 성주 군민들, 외교 갈등 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불거질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사드 문제를 국민들이 동의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하는 것은 더 큰 사달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국회에 넘겨서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받는 게 바른 수순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드 배치를 내년 12월에 한다고 하잖아요. 12월엔 대선이 있고, 이게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용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내년 12월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겠다는 건데, (대선과) 관계가 있죠. 안보 이슈는 항상 야당에 불리했어요. 아직도 많은 국민이 사드가 들어오면 북한의 핵을 막아 안보를 지켜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드는 2천만 수도권 시민들을 보호하는 무기가 아니라고 정부도 답변하고 있어요.
사드가 미국의 MD와 연동되지 않는다고 정부는 얘기하고 있지만, 성주에서 얻은 정보를 미국 펜타곤이나 다른 MD 체제와 연동하지 않는다면 배치할 이유가 없다고 봐요. 중국의 지금 반발은 저강도이지만 앞으로 고강도로 나올 거예요. 중국의 반발이 더욱더 현실화되었을 경우에 과연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입니다.
한편으로는 야당을 안보 프레임에 가두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사드에 관련해서는 상당히 불안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여론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그런 상황입니다."
- 어제 광복절이었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자기 생각만 이야기한 거죠.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듯한데, 국민들이 납득하고 동의하는 수준으로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해야지 대통령이 자기 생각만을 전달하려고 한다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빠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 오늘(16일) 개각 발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병우 민정수석을 해임하고 박승춘 보훈처장 등을 경질하라는 야당과 국민들의 요구는 다 외면했죠. 또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차별 인사를 시정하기 위해 호남인사를 중용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어요. 결국 '나 홀로 인사', '고집불통 인사'를 강행하면서 점점 국민들의 마음과 반대로 가는 것을 보여주었지요. 인사에서도 역시 결국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말한 야권 통합은 '연합'
▲ 지난 2014년 박지원 현 국민의당 비대의원과 최경환 의원.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받고 있다. ⓒ 소중한
-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는 야권 통합이었는데, 지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많은 의원은 어떻게 보세요?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는 단결과 연합입니다. 통합이라 말씀하셨는데 정확히 말한다면 단결과 연합입니다. 야권은 하나로 단결하라는 것입니다. 계보 따지지 말고, 정파 따지지 말고 하나로 단결하라는 것입니다. 단결의 방법은 연합입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당으로 뭉쳐서 하라'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말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단결의 방법을 연합으로 제기하셨던 것이죠. 돌아가실 때 그 당시, 민주당의 여러 계파의 단결을 이야기했죠. 당연히 당시 민주노동당과도 연합하라는 것이었어요.
2017년의 과제도 역시 똑같다고 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대로 단결하고 연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모든 시민사회세력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가 필요해요. 그것은 당이 하나로 되는 통합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을 하나로 합치는 통합은 4.13 총선에서 3당 구도를 만들어준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각자 자기 텃밭을 열심히 갈아야 하죠, 그래서 내년 대선에서 단결하고 연합하는 방법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두 당이 여러 가지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보는데 1997년 DJP 연합, 연합정치의 묘미를 보여줬던 사례도 있습니다. 내년 정권교체의 최고 호기를 맞았어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단결과 연합의 정치를 우리가 잘 이룩해 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국민의당 얘기를 해보죠. 시간이 좀 지났습니다만, 국민의당은 김수민 의원 리베이트 의혹으로 안철수, 천정배 대표가 물러나고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잖아요. 안 전 대표는 책임지기 위해 물러난다고 했어요.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사퇴가 책임지는 건가란 의문이 들어요.
"저도 좀 아쉽게 생각해요. 그러나 안철수 대표의 정치 스타일이에요. 자기가 관련돼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툴툴 털고, 책임지려고 하는 자세는 나쁘진 않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사퇴는 조금 아쉽지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1년 6개월 책임에서 벗어나서 중요한 대선 후보로서 활동하는 공간이 열렸다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 무조건 사퇴하는 것보다 상황을 수습해야 책임지는 것이죠. 만약에 대통령 되어 청와대나 여당에서 문제가 생기면 사퇴하실 건지. 무책임하게 보일 수도 있는 거 같아요.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측면도 있겠네요. 안 전 대표가 '철수를 잘한다'는 이미지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는 야권의 BIG4인 '문재인, 박원순, 손학규, 안철수' 다 매우 불안하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네 분이 더욱 지금의 정권교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국민이 바라는 일인가, 역사의 소명인가를 알고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의 모습을 보면 그것이 보이지 않아요."
-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하나만으로는 어렵다는 발언을 하셨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안철수 의원과 호남의원들의 갭이 있다고 하던데.
"제가 알기로 박지원 의원의 생각이 바로 안철수 의원의 생각과 같다고 해요. 안 의원도 우리 당에 뜻을 가지고 있는 많은 분이 들어와서 아주 시원한 경쟁, 멋있는 경쟁을 통해서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내가 돼야 한다', '나로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나도 경쟁에 참여하겠다, 모든 사람이 국민의당에 들어와서 하자'는 게 이른바 플랫폼 정당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박지원 위원장은 손학규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이런 분들도 우리 당으로 들어와서 같이 경쟁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고 있습니다. 더민주는 지금 한 분으로 굳어져 있다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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