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 '바리캉', 비누 면도... 90년 된 이발소
[큰사진] 목포 신미화이용원 박행성씨
▲ 추억 속의 이발기 바리캉. 오래 전 머리카락을 빡-빡 밀 때 썼다. 스포츠형 이발도 가능했다. ⓒ 이돈삼
수동 바리캉이다. 이발사의 손때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발사의 손놀림에 따라 고정된 날과 움직이는 날이 엇갈리면서 머리카락을 잘라내던 이발 기구다.
오래 전, 머리카락을 빡빡 밀 때 썼다. 두께가 있는 날로 바꾸면 머리카락이 조금 남는, 이른바 '2부 이발'도 가능했다. 앞머리를 적당히 남겨 멋을 내는 스포츠형 '상고 이발'도 했다. 지금의 전동식 이발기계가 나오기 전의 이야기다.
▲ 알루미늄 조리와 면도용 비누 통.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 이돈삼
▲ 신미화이용원의 세면대. 책상 모형의 싱크대가 오랜 세월을 증거하고 있다. ⓒ 이돈삼
비누 거품 가득한 솔과 면도통도 옛 모습 그대로다. 머리를 감겨 줄 때 물통 가득 찬물을 담아 머리에 끼얹었던 조리도 수십 년 돼 보인다. 손님을 왕으로 모실 이발 의자도 생활유물전시관으로 갈 때가 됐을 만큼 묵었다.
좁은 이발관도 갖가지 장식품으로 알록달록하다. 대형 거울 앞에는 하얀 조각상과 박제된 수꿩이 우뚝 서 있다. 날이 빠진 빗도 거울 앞을 차지하고 있다. 벽에 걸린 온도계와 진분홍 헤어드라이기도 정겹다. 비키니 차림의 여성을 모델로 한 주류회사의 달력 몇 장도 여러 해 지난 것이다.
▲ 신미화이용원의 이발 도구들. 날이 빠진 빗이 눈길을 끈다. ⓒ 이돈삼
▲ 신미화이용원의 내부 풍경. 큰 거울 앞에 오래 된 이발용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 이돈삼
추억 속의 이발관이 아니다. 지금도 이발을 해주며 손님을 받는 이발관, 신미화(新美化)이용원이다. 지난 7일과 15일 두 차례 찾았다.
신미화이용원은 목포시 목원동 마인계터로의 고갯마루에 있다. 모여드는 목포부두의 하역 인부들을 대상으로 죽을 끓여 팔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설과, 대밭이 많았다는 설이 공존하는 목포의 옛 도심이다.
상호는 처음의 '조일이발관'에서 바뀌었다. 건물의 바깥벽을 단장하고 출입문과 창문도 알루미늄 섀시로 교체했다. 옛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다. 하지만 90여 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발관이다. 오래 전 영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에 등장하기도 했다고.
▲ 신미화이용원 풍경. 목포의 원도심 목원동의 고갯마루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 이발사 박행성 씨가 이발을 한 손님의 면도를 해주고 있다. 지난 7일 모습이다. ⓒ 이돈삼
"아버지가 하시던 것을 물려받아서 하고 있소. 일제 때 문을 열었응께, 한 90년 됐제. 아버지가 은퇴하시고, 나 혼자 한 것도 55년 정도 된 것 같응께."
'이발사 아저씨' 박행성(72)씨의 말이다. 어릴 때부터 이발관에서 아버지를 돕던 박 씨는 군대에 다녀온 기간을 빼고는 줄곧 이발관을 지켰다. 이발을 해주면서 번 돈으로 2남 1녀를 가르치고 혼인을 시켰다. 하지만 시대변화 앞에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옛날에는 잘 나갔제. 동네사람들이 다 왔응께. 날마다 열댓 명씩은 한 것 같애. 추석이나 설 명절을 앞두고는 줄을 섰어. 이발할라고. 이발소도 밤을 지새웠고. 직공을 두고도 그렇게 했어. 직공들 발이 퉁퉁 부을 정도로."
박 씨의 회상이다.
▲ 원도심 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목포시 목원동의 옛 미술학원 전경. 이 사업이 펼쳐지면서 신미화이용원도 주목을 받고 있다. ⓒ 이돈삼
▲ 이발사 박행성 씨가 머리를 감겨 준 손님의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고 있다. 지난 7일 모습이다. ⓒ 이돈삼
지금은 간간이 찾아오는 단골손님뿐이다. 하루 한 명이 올까 말까 한다. 모두 60∼70대 주민들이다. 손님의 발길이 아예 없는 날도 부지기수다. 이발 요금은 8000원, 면도까지 하면 1만 원을 받는다.
"소일 허요. 노느니, 심심풀이로. 내 집잉께 하제. 남의 집 같으믄 하겄소? 세 줌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는 할라고 하는디, 모르겄어. 얼마나 더 할지는. 눈도 어두워져서 오래 하기는 힘들 것 같은디."
박 씨의 말에서 속절없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 아버지의 대를 이어 90년째 한 자리에서 이발관을 운영하고 있는 박행성 씨. 지난 15일 두 번째 찾았을 때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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