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마비되면 누구 책임?" 청와대 브리핑에 뿔난 비박
비박 이혜훈 의원 "경찰이 강도 내버려두고 신고한 사람 벌주는 격"
▲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왼쪽부터)과 우병우 민정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의 이석수 특별감찰관 비난 논평에 대해 새누리당 비주류를 중심으로 비판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사태의 시발은 우병우 민정수석인데, 우 수석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사건을 조사해온 특별감찰관만을 비난한 것이 민심을 거스르고 있다는 반발이다.
김용태 의원(3선)은 "둘 다 문제가 있다면 본(本, 우병우)도 말(末), 이석수)도 수사하자는 입장이었는데, 청와대 브리핑은 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것 아니냐?"며 "이 상태로 가다가 정치일정 다 어그러져서 국정이 마비되면 우 수석이 책임질 거냐"고 힐난했다.
"청와대 의도는 명백한 것 같다. 우병우는 안 물러나고 이석수 치는 것으로 사태 모면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도 이길 수 있다' 또는 '질 때 지더라도 이렇게 가자'던 20대 총선이 생각난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
이은재 "이 문제로 에너지 써서야, 레임덕 오면 정권재창출 없다"
재선의 이은재 의원은 "대통령 레임덕이 오고 성공하지 못하면 내년 정권 재창출은 없다"며 "우 수석 개인만 생각 하면 되겠냐? 우리 당이 할 일이 많은데 이 문제로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안 된다"고 조속한 결론을 주문했다.
강석호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하면서도 "정진석 원내대표는 '우 수석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안 주기 위해서라도 그만둬야 한다'고 얘기한 것 아니냐? 그런데 청와대 브리핑은 이석수 감찰관 쪽으로 몰고 가더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일단 결심하면 쭉 가는 게 대통령의 스타일인데, 이걸 구기지 않고 (사람을) 바꿀 수 있게 주변에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며 "이럴 때 이정현 당대표가 움직여야 하는데, 정진석 원내대표와는 생각이 다르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 의원은 "청와대가 우 수석을 최소한 직무정지는 시켜야 한다.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면 우병우와 이석수 둘 중 한 사람만 수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이른바 '기밀누설' 의혹에 초점을 맞춘 청와대와 새누리당 공식 논평과는 반대되는 입장이다.
반면, 청와대와 가까운 입장의 이정현 대표는 19일 중앙위원회 임원진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진상 규명해서 문제가 나왔다면 1초라도 기다릴 수 있겠냐. 당연히 의법조치해야 하고, 그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우 수석과 이 감찰관 모두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이 우 수석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의 물음에 확실한 답변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정 원내대표와의 이견 등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와중에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은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어제(18일) 오후 정 원내대표로부터 '우 수석이 사퇴하는 게 옳다는 뜻을 밝혔다'는 문자메시지가 와 곧바로 '언론에 말씀하신 것인지?'라고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정 대표가 '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먼저 언론에 밝혔고, 저는 방금 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고, 당 대표에게도 알렸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 외에 따로 어제와 오늘 정 원내대표와 만나거나 전화 통화한 사실이 없고 우 수석의 거취 문제를 상의한 사실이 없음을 알려드린다."
정무수석의 메시지는 정 원내대표의 '우병우 사퇴' 의사 표명 과정에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음을 언론은 물론, 청와대 내부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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