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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들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고 있나"

[현장] KBS 전국기자협회 비상총회, "'사드 보도지침 논란' 기자 징계 중단" 요구

등록|2016.08.20 18:46 수정|2016.08.20 18:46

▲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KBS 전국기자협회 비상총회에서 회원 100여 명이 회사를 비판하는 팻말을 치켜들고 있다. ⓒ 선대식


"드라마 <태양의 후예> 10편을 만든 것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회사에 안겨주고, 신변이 무사할 줄 아느냐."

KBS 관계자가 한 말이라고 했다. 이아무개 KBS 대구총국 소속 기자는 지난 달 말 이와 같은 말을 들었다면서 "저희가 한 일은 옳았다, 징계는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같은 달 대구총국 기자들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반대하는 성주군민의 시위에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리포트를 제작하라는 KBS 보도국 간부의 지시를 거부했다.

당시 KBS 지역 기자들이 모인 전국기자협회 대구지회장이었던 이 기자는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는 전국기자협회 명의의 성명서 작성에 참여했다. 이후 KBS의 '사드 보도지침' 논란이 크게 일었고, 그는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전국기자협회 비상총회에 참석한 이 기자는  "대구총국 기자들이 한 일은 추락해가던 KBS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세워준 것"이라면서 "저희가 한 일은 옳았다, 징계는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자리에 함께한 100여 명의 전국기자협회 회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 기자는 "서울 KBS 뉴스에 나가는 리포트를 만들면서 대구총국 기자들은 어느 때보다 부당하고 억압적·강압적 지시를 받았다. (보도국 간부들은) '이 문장 넣어라. 이 그림을 넣어라. 이 주제로 리포트를 해라'라고 했다"면서 "(외부세력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주민들이 하는 얘기가 아니라 경북경찰청, 주민대표가 말했다. 저희는 (윗선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KBS 꺼져라', '인터뷰 안 해준다', '전기 못 빌려준다', 'KBS에 항의 방문하겠다'라는 목소리를 들으니까, 취재부장이 직접 외부세력이 있다는 리포트를 방송했고 이후 성명서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쪽은 이 과정에서 '너희가 현장에 나가면 현장 목소리에 치우치기 마련이다. 그게 선인지 아니?'라고 했다"면서 "기자들은 현장 목소리가 무조건 옳다고 한 적 없다. 현장 목소리에 대해 기자들이 나름대로 판단한 거였다. 그 판단이 윗선과 조율·합의되기를 원했는데 안 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재교 현 전국기자협회 대구지회장은 "대구총국 기자들이 왜 외부세력이라는 단어를 거부했겠나. 외부세력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그 프레임에 빠져 (진실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보도를 차마 못 내겠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지침 없었다? 강압적인 지시가 지침"

현재 KBS 쪽은 "보도지침도 공안몰이도 없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헌주 KBS 보도국 네트워크 부장은 "(경찰의 외부세력) 수사 진행상황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의 내용을 현장 기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도해왔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성재호 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은 (성주군민들의 시위에 외부세력이 있다는 내용은)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윗선에서는) 지속해서 같은 주제로 뉴스를 내보내라는 강압적인 지시를 내렸다. 반복적인 지시가 지침이다"라고 반박했다.

현재 네트워크부 소속인 이영섭 KBS 기자협회장은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7월 중순 <연합뉴스>는 '외부세력이 있다'는 (이재복)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의 한 마디를 보도했다. 보도국 간부는 (이재복) 위원장과 통화해서 '외부세력이 있다'는 코멘트를 따라고 했다. 대구총국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 시도를 했지만, 통화가 안 됐다. 그러자 '전화통화가 안 되면 경위서를 쓰라'라고 했다. 황당했다."

송현준 전국기자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러서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기자들이다. 사실을 써야 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기사를 쓰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회사는 우리(전국기자협회)가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 홍보수석과 KBS 보도국장의 통화는 통상적인 업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도 청와대와 보도국의 누군가는 통화하고 있을 것이다. 그 얘기만큼 KBS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게 어디 있나. 우리를 욕할 게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에 나서고 처벌해야 한다."

그는 "KBS에 손해 끼친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보도국의) 누군가다. 우리 기자들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고 있느냐"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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