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모순 빠진 성주군수, 부메랑 되어 돌아올 것
[取중眞담] 군사작전 하듯 제3후보지 요구... 자신의 발언과도 안 맞아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김항곤 성주군수가 22일 오전 성주군청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배치 제3후보지 결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 조정훈
김항곤 성주군수가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성산포대 대신 '제3의 부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지난달 13일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밝힌 지 41일만이다.
김 군수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군청 공무원들을 1층 대강당 입구에 대기시키고 주민들을 통제했다. 경찰까지 동원해 사드 반대를 외친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공무원들과 보수단체 회원, 경찰 등이 일부 자리를 채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군수는 "저는 오늘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리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국방부에서는 성산포대를 제외한 제3의 적합한 장소를 결정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 군민 모두가 보여준 모습은 정말 위대했다"며 "하지만 더 이상의 극단으로 치닫는 대안 없는 반대는 사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없다"고 말해 정부와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김 군수는 이어 "안보는 국가를 지탱하는 초석이며 국가 없는 국민은 있을 수 없다"며 "국가의 안보에 반하는 무조건적인 반대는 우리 모두를 파국으로 이끌 뿐"이라고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군민들이 제3의 장소를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경북 초선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사드부대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고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성주를 다녀간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다수의 군민들이 꼭 배치를 해야 한다면 제3의 장소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군수는 대다수 군민의 여론이 제3의 장소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 여론이 어떤 방식으로 조사된 내용인지 밝히지 않았고 정작 자신은 군민들을 격리시킨 채 제3후보지 선정이라는 독단적인 판단을 했다. 이는 군민들이 주장해온 민주적 절차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 김항곤 성주군수가 22일 오전 사드 배치 장소로 성산포대 대신 제3의 장소를 결정해줄 것을 요구한 뒤 공무원들이 군수실 입구를 막고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 조정훈
▲ 22일 오후 성주군청에 모인 주민들이 김항곤 군수가 사드 배치 장소로 제3의 부지를 요구한 이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 조정훈
촛불집회까지 방해한 군수... 주민들 결국 눈물
김 군수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사용되는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촛불집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방해까지 하고 나선 셈이다. 그는 결국 성주군민들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하고 주민들의 촛불마저 무참히 짓밟으려 했다.
김 군수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성주 주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주민들은 "군수가 주민들의 뜻에 반하는 일방적인 기자회견을 했다"며 "성주군민들은 제3의 장소가 아닌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하지만 지난 4일 촛불집회에서 "국방부가 대한민국에서 사드 배치의 가장 최적지가 성산포대라고 계속 주장해 왔다"며 "자기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후 국방부가 제3후보지에 대한 검토를 할 수 있다고 밝히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김 군수는 당시 "앞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사드배치를 성주군에서는 용납할 수 없으며 또한 한반도에도 안 된다"며 "저는 정확하게 수렴된 5만 군민의 의견을 따라서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김 군수는 22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결국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그동안 성주군민들이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성산포대를 사드 배치지역으로 발표한 정부를 비판했듯이 이제는 김항곤 군수가 비판을 받고 있다.
성주의 여론을 형성해가는 SNS에서 한 주민은 김항곤 군수를 향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사드 배치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도 성과가 있을지 불투명한데 군수가 오히려 군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군수가 기자회견을 통해 제3의 부지를 요구하고 전기를 끊었지만 성주의 촛불은 오늘도 밝혀지고 사드 배치 반대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김 군수의 '제3후보지' 발언은 김 군수를 향한 비수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 사드 배치 반대 촛불문화제가 20일 오후 김천 강변공원에서 열린 가운데 한 어린이가 촛불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조정훈
김항곤 군수가 성주 내 제3의 부지를 검토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하자 성주와 경계를 두고 있는 김천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성주의 제3부지로 거론되는 롯데 스카이힐 골프장과 염속산 등이 김천시와 경계선에 있기 때문이다.
롯데 골프장과 근거리에 있는 김천시 농소면 주민 50여 명은 지난 17일 성주군을 찾아 김 군수와 성주군의회를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성주군의 '님비현상' 때문에 김천시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천시는 오는 24일 오후 약 1만여 명이 모여 사드 배치 반대의 촛불을 들기로 했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성주군을 비판하고 김항곤 군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김천시민들과 성주군민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연대해 사드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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