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촛불집회 앞두고 전기 끊고 문까지 잠근 성주군수

을지훈련 첫날인 22일, 어둠 속에서 촛불 든 주민들 군수 성토

등록|2016.08.23 09:03 수정|2016.08.23 09:12

▲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들의 41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22일 오후 성주군청의 불이 모두 꺼져 있다. 김항곤 군수는 이날 오전 사드 배치 지역으로 제3후보지를 검토해줄 것을 국방부에 요청한 뒤 촛불집회에서 전기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해 원성을 샀다. ⓒ 조정훈


국방부에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성산포대 대신 제3의 후보지를 검토해 달라고 요구한 김항곤 성주군수가 촛불집회에 앞서 군청 문을 걸어 잠그고 전기와 화장실 이용마저도 막아 군민들의 비난을 샀다.
 
을지훈련 첫날이기도 한 22일 오후, 김 군수는 주민들이 촛불집회에서 전기와 수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군청 내 모든 출입문을 잠그도록 지시했다. 을지훈련을 통해 비상사태 시 위기관리 대응능력을 점검해야 하지만 모든 행정을 마비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어둠 속에서 촛불을 들어야 했고 투쟁위는 인근 식당 등에 협조를 구해 대체 화장실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투쟁위는 결국 발전기를 임대해 최소한의 조명과 음향장비만을 사용해 집회를 열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1200여 명의 주민들은 촛불을 들고 '애국가' 대신 '고향의 봄'을 합창하고 김항곤 성주군수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이재동 투쟁위 실무위원은 "문을 잠그고 전기를 끊고 화장실을 막아도 사드를 막아내기 위한 우리의 촛불은 계속될 것"이라며 "성주군수는 치졸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저들은 30여 명이 모여 제3후보지를 건의했지만 우리들은 200여 명이 모여 반박 기자회견을 가졌다"며 "결국은 촛불을 든 우리가 김항곤 군수를 이겼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매일 언론브리핑을 하는 배윤호씨는 "김항곤 군수가 제3부지 요청도 독단적으로 하더니 주민들의 촛불마저도 방해하고 있다"며 "하지만 불빛이 어둠속에서 더 빛이 나듯 우리의 사드 철회 운동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들의 41번째 촛불집회가 22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가운데 주민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더욱 높았다. 초전면에서 온 김국동(41)씨는 "우리 애들이 사드가 뭐냐고 물었지만 나는 공부를 못해서 그냥 나쁜 거라고만 했다"며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우리를 원망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김씨는 "군수님이 삭발도 하고 단식도 하시더니 갑자기 워싱턴 백악관의 찰스 군수가 와 있는 것이냐"며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이유가 양고기를 먹고 돌변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무식해도 우리가 똘똘 뭉치면 한반도에 사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기타리스트 박종호씨는 "언론이 성주 투쟁의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며 "촛불이 들풀로 피어올라 한반도를 사드 반대의 불길로 태우는 그 날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SNS를 통해 성주 촛불 집회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다고 말했다.

▲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 1200여 명이 22일 오후 불이 꺼진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촛불을 들어보이고 있다. ⓒ 조정훈




김충환씨는 제3후보지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국방부를 비난했다. 그는 "국방부는 성산포대가 최적지라더니 나중에는 골프장이 최적지라고 할 것이냐"며 "소가 웃을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김씨는 "투쟁위가 제3의 부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순간 동력을 잃어버릴 것"이라며 "촛불이 명분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힘든 여정이 있더라도 매일 즐겁게 촛불을 들자"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한편 성주군은 이날 군청 건물의 모든 출입문을 잠그고 폐쇄한 이유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