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회생 조사보고서, 회계·법률적 근거 없다"
한영회계법인이 회생법원에 제출한 보고서... 민변 등 "폐기해야"
"몇 명을 정리해고할 것인지를 정해두고 사후적으로 조사보고서를 꿰맞춘 것 같다."
회생법원에 제출된 'STX조선해양 관리인 조사보고서'를 분석한 김경율 공인회계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가 한 말이다.
STX조선해양의 기업회생절차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조사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이 보고서 내용이 '회계적' '법률적' 관점에서 모두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사위원은 STX조선의 계속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3419억 원 가량 높다고 판단했다. 또 STX조선에 대해 2018년까지 매출이 대폭 감소하고, 그 이후에도 매우 완만히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위원은 이같은 매출 추정에 기초해 2016년 현재 1993명 인원을 2026년까지 968명(현재의 49% 수준)으로 감축하고, 일부 감축된 정규직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내용을 전제로 해 회생절차 유지가 타당하다고 했다.
창원 진해에 있는 STX조선은 한때 직원이 8000여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동안 경영상 어려움으로 많이 줄었다. 정규직은 2014년 3023명이었지만, 올해 3월말 2081명으로 줄었다. STX조선은 2013년 자율협약 상태에 들어갔고, 지금은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조사보고서, 회계적-법률적 검토해 보니
그런데 이 STX조선해양 조사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와 민주노총 경남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금속법률원은 "회계적, 법률적 관점에서 모두 근거없는 조사보고서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김경율 공인회계사와 안한진·김태욱·김두현 변호사,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이선임 금속노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과 STX조선지회 관계자들은 23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리인 조사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매출 추정에 대해, 김 공인회계사는 "과거 5년(2011~2015) 매출추세와 비교했을 때, 조사보고서에 나타난 매출액은 현저히 낮은 수치"라며 "2015년도의 매출액이 2조 원을 상회하였던 데 반해, 2017년도 예상 매출액은 17%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미래의 매출을 과거의 매출 추세에 기대어 예상할 수만은 없을 것이지만, 그 수치의 타당성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2016년 반기 검토보고서에 나타난 수주잔량'과 관련해, 그는 "올해 6월 30일 현재 기말환율인 1164.7원(1달러)으로 원화 환산한 수주잔량은 1조 7012원에 달한다. 조사보고서대로라면 이 수주잔량을 소화하는데 4년 가까이 소요된다"며 "그런데 조사보고서 기준일인 2016년 6월 7일 이래 2019년까지 신규 수주액이 없다는 것을 가정했다. 이처럼 조사보고서에 나타난 매출 추정치는 지나치게 과소 계상되었으며, 수주잔량에 기대어 보건대 비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 구조조정 타당성과 관련해, 김경율 공인회계사는 "현재 회사의 고용형태는 대단히 유연하며, 다른 측면에서는 극히 파행적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STX조선해양은 STX건설 등 자회사에 터무니 없이 무분별한 지원을 해왔고, 이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사보고서를 법률적으로 검토한 김태욱 변호사는 "회생절차에서의 인력구조조정에는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된다"며 "조사보고서가 전제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은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보고서는 2018년까지 매출이 대폭 감소하고 그 이후에도 매우 완만히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러한 추정이 합리적이라고 볼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일부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조사보고서가 전제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부당함은 명백하다"며 "대법원 판례는 정리해고 규모의 경우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될 것을 최소한의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보고서가 전제한 인원 감축 규모는 어떤 근거에 기초한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상당한 합리성'이 없다"고 말했다.
해고회피 노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조사보고서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세운 휴업과 휴직계획만을 일부 검토하였을 뿐 노조에서 제시하는 여러 방안들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며 "조사보고서가 전제한 인력 구조조정대로 정리해고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아 무효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김 변호사는 "조사보고서는 '직영 직접 인원 감축에 따른 사내협력사 대체 채용 200명'을 외주비에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STX조선해양의 업무 특성 등 고려하면 조사보고서가 말하는 '사내 협력사 대체 적용'은 결국 근로자 파견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정리해고 후 2년간 파견근로자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파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STX조선해양 조사보고서 수정 제출 돼야"
민변과 민주노총은 STX조선해양 조사보고서의 수정 제출을 요구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구조조정을 많이 하면 할수록 당장의 고정 비용이 줄어들어 계속 기업가치가 높게 산정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러한 막무가내식 구조조정은 결국 해당 기업의 잠재력을 훼손하여 결국 회생 계획의 원만한 수행 자체를 어렵게 할 것이고 이는 회생채권자 등에게도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과 관리인은 이러한 점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위와 같이 터무니없는 구조조정이 전제된 조사보고서를 다시 수정하여 제출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이번에 제출된 조사보고서는 회생계획안의 전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회생계획안 역시 근로기준법에 맞게 작성되어야 하는 점은 명백하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된 구조조정이 회생계획안에 반영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설사 위법한 구조조정 계획이 회생계획안에 반영되더라도 회생법원으로서는 그러한 구조조정 계획의 실행을 허가해서는 안 되고, 회생계획안 역시 인가해서는 안 된다"며 "회생법원은 쌍용자동차 사건에서 저질렀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 회생절차와 관련해 오는 26일 '1차 관계인 집회'가 예정되어 있고, 이후 '2차 관계인 집회' 등 과정을 거쳐 법원은 회생 인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경남도당은 24일 오후 금속노조 STX조선지회 사무실에서 'STX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한 간담회를 갖고, 뒤이어 "STX조선해양은 노동자의 희생이 없는 회생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연다.
회생법원에 제출된 'STX조선해양 관리인 조사보고서'를 분석한 김경율 공인회계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가 한 말이다.
STX조선해양의 기업회생절차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조사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이 보고서 내용이 '회계적' '법률적' 관점에서 모두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사위원은 STX조선의 계속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3419억 원 가량 높다고 판단했다. 또 STX조선에 대해 2018년까지 매출이 대폭 감소하고, 그 이후에도 매우 완만히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위원은 이같은 매출 추정에 기초해 2016년 현재 1993명 인원을 2026년까지 968명(현재의 49% 수준)으로 감축하고, 일부 감축된 정규직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내용을 전제로 해 회생절차 유지가 타당하다고 했다.
창원 진해에 있는 STX조선은 한때 직원이 8000여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동안 경영상 어려움으로 많이 줄었다. 정규직은 2014년 3023명이었지만, 올해 3월말 2081명으로 줄었다. STX조선은 2013년 자율협약 상태에 들어갔고, 지금은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조사보고서, 회계적-법률적 검토해 보니
그런데 이 STX조선해양 조사보고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와 민주노총 경남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금속법률원은 "회계적, 법률적 관점에서 모두 근거없는 조사보고서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김경율 공인회계사와 안한진·김태욱·김두현 변호사,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이선임 금속노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과 STX조선지회 관계자들은 23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리인 조사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매출 추정에 대해, 김 공인회계사는 "과거 5년(2011~2015) 매출추세와 비교했을 때, 조사보고서에 나타난 매출액은 현저히 낮은 수치"라며 "2015년도의 매출액이 2조 원을 상회하였던 데 반해, 2017년도 예상 매출액은 17%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미래의 매출을 과거의 매출 추세에 기대어 예상할 수만은 없을 것이지만, 그 수치의 타당성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2016년 반기 검토보고서에 나타난 수주잔량'과 관련해, 그는 "올해 6월 30일 현재 기말환율인 1164.7원(1달러)으로 원화 환산한 수주잔량은 1조 7012원에 달한다. 조사보고서대로라면 이 수주잔량을 소화하는데 4년 가까이 소요된다"며 "그런데 조사보고서 기준일인 2016년 6월 7일 이래 2019년까지 신규 수주액이 없다는 것을 가정했다. 이처럼 조사보고서에 나타난 매출 추정치는 지나치게 과소 계상되었으며, 수주잔량에 기대어 보건대 비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 구조조정 타당성과 관련해, 김경율 공인회계사는 "현재 회사의 고용형태는 대단히 유연하며, 다른 측면에서는 극히 파행적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STX조선해양은 STX건설 등 자회사에 터무니 없이 무분별한 지원을 해왔고, 이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사보고서를 법률적으로 검토한 김태욱 변호사는 "회생절차에서의 인력구조조정에는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된다"며 "조사보고서가 전제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은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보고서는 2018년까지 매출이 대폭 감소하고 그 이후에도 매우 완만히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러한 추정이 합리적이라고 볼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일부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조사보고서가 전제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부당함은 명백하다"며 "대법원 판례는 정리해고 규모의 경우 '상당한 합리성'이 인정될 것을 최소한의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보고서가 전제한 인원 감축 규모는 어떤 근거에 기초한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상당한 합리성'이 없다"고 말했다.
해고회피 노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조사보고서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세운 휴업과 휴직계획만을 일부 검토하였을 뿐 노조에서 제시하는 여러 방안들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며 "조사보고서가 전제한 인력 구조조정대로 정리해고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아 무효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김 변호사는 "조사보고서는 '직영 직접 인원 감축에 따른 사내협력사 대체 채용 200명'을 외주비에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STX조선해양의 업무 특성 등 고려하면 조사보고서가 말하는 '사내 협력사 대체 적용'은 결국 근로자 파견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는 정리해고 후 2년간 파견근로자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파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STX조선해양 조사보고서 수정 제출 돼야"
민변과 민주노총은 STX조선해양 조사보고서의 수정 제출을 요구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구조조정을 많이 하면 할수록 당장의 고정 비용이 줄어들어 계속 기업가치가 높게 산정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러한 막무가내식 구조조정은 결국 해당 기업의 잠재력을 훼손하여 결국 회생 계획의 원만한 수행 자체를 어렵게 할 것이고 이는 회생채권자 등에게도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위원인 한영회계법인과 관리인은 이러한 점을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위와 같이 터무니없는 구조조정이 전제된 조사보고서를 다시 수정하여 제출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이번에 제출된 조사보고서는 회생계획안의 전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회생계획안 역시 근로기준법에 맞게 작성되어야 하는 점은 명백하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된 구조조정이 회생계획안에 반영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설사 위법한 구조조정 계획이 회생계획안에 반영되더라도 회생법원으로서는 그러한 구조조정 계획의 실행을 허가해서는 안 되고, 회생계획안 역시 인가해서는 안 된다"며 "회생법원은 쌍용자동차 사건에서 저질렀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 회생절차와 관련해 오는 26일 '1차 관계인 집회'가 예정되어 있고, 이후 '2차 관계인 집회' 등 과정을 거쳐 법원은 회생 인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경남도당은 24일 오후 금속노조 STX조선지회 사무실에서 'STX조선해양 구조조정'과 관련한 간담회를 갖고, 뒤이어 "STX조선해양은 노동자의 희생이 없는 회생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연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