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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라고? 야당, 할 수 있는 게 없다

[取중眞담] 이제는 말해야 할 20대 국회의 '불편한 진실'

등록|2016.08.25 21:42 수정|2016.08.26 05:05

"더 이상 여당 핑계대지 말라" 더민주 당사 점거세월호 가족협의회와 백남기대책위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점거한 채 세월호 진상규명의 당론 채택과 특별법 개정, 백남기농민 사건 청문회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도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백남기농민 사건 청문회 시행이 발이 묶인 것에 대해 더민주 당사를 점거한 이들은 "더 이상 여당 핑계대지 말라"고 질타했다. ⓒ 남소연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국회라는데 뭐 하나 속시원한 뉴스가 나오지 않는 것같다."

국회 개원 뒤 석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야당 지지층의 마음은 이같은 기대에서 실망으로 바뀌는 듯 하다. 이 때문에 야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여소야대 국회의 '민낯'을 드러내고 지지층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백남기농민대책위는 25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당사 점거농성에 돌입했고, 더민주 초선의원들은 비슷한 시각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한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청와대 항의방문에 나섰다.

여야가 이날 오후 서별관회의·백남기 청문회 개최와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야당 지지층에게는 손익 계산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상황 전개다.

조선·해운산업이 구조조정이 이르게 된 원인을 따지게 될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경우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증인에서 빠지면서 '알맹이 없는 청문회'가 될 공산이 크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여야의 현격한 시각 차로 인해 이날 협상안에 아예 올리지도 못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박지원 "여소야대인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차라리 동물국회 돌아가자"

▲ 지난 6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0대 국회 개원식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20대 총선 직후만 해도 "국회 운영의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국민의당의 처지를 포함해 여당과의 타협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여소야대 국회의 엄중한 현실을 고백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여소야대 국회? 국민은 많은 기대를 하시지만 실제로 타협과 합의가 없으면 정기예산 외에는 아무것도 안 되는 진짜 이상한 국회"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국회선진화법에 의거 정기예산안은 법정기일인 12월2일까지 합의가 안 되면 정부안대로 자동 확정되니 정부가 갑이고 국회는 아무런 힘도 없는 을이기에 어떤 방법으로든 합의를 한다. 그 이외 법안 등 어떤 사항도 합의 안 되면 안 된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정부·여당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해도 여소야대이니 통과가 불가능하고 설사 통과되더라도 역시 여소야대인 법사위에서 통과가 안되고 정세균 국회의장도 야당 출신이니 직권상정을 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야3당이 똘똘 뭉쳐도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다.

법안이 걸린 소관 상임위원장이 야당 의원일 경우 여소야대 지형을 이용해서 표결 통과가  가능하겠지만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이라는 '마지막 길목'을 넘기 어렵다.

야당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볼 것은, 신속처리가 필요한 안건을 지정하는 '안건신속처리제도(패스트트랙)'인데, 국회의장은 재적의원 과반의 요구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해당 안건을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무소속의 정 의장을 제외하고 야당이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치는 170석이다(더민주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5석). '패스트트랙' 지정에 필요한 180석(재적의원 5분의 3)에 10석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소야대'는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세월호특별조사위 기간보장법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설치법 등 야당 지지층이 기대하는 모든 법안들이 129석을 가진 새누리당의 벽에 막혀 상임위 논의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여소야대 국회의 견제 카드로 심어놓은 '상임위 법안심사소위 동수 구성'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패스트트랙·직권상정으로 법안 통과시켜도 대통령 거부권 넘어야

▲ 박근혜 대통령이 6월 13일 오전 국회에서 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


더민주의 신경민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법안심사소위 표결에서 동수 또는 반대가 한 명이라도 더 나오면 위원장이 상임위에 표결 올리자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소위에서 찬반이 똑같이 나왔다는 것은 부결로 해석되는데, 소위에서 막힌 법안을 위원장이 직권으로 올리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따져볼 청문회 건수가 10개도 넘는다. 국민들은 여소야대 만들어줬으니 뭔가 해보라고 하지만, 현재의 의석구조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데 우리 당의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야당으로서는 최후의 수단으로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이를 현실화시키는 것도 녹록지 않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 천재지변 ▲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로 제한했는데,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국회의장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조항을 악용해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 해당 조항의 위법성과 불합리성을 질타했던 야당이 20대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해서 당시 여당의 논리를 차용해 쟁점법안 통과를 시도할 경우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를 요청하면 야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박 대통령은 이미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작년 6월 25일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는데, 야당은 재의에 필요한 200석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법제화에 실패했다. 20대 국회의 상황도 달라질 게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로서 야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국회 임명동의안이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정도가 남아있다.

박지원 위원장은 "19대 국회는 직권상정과 본회의 표결처리도 가능했지만 20대국회는 합의가 안 되면 모든 게 안 되는 국회다. 국민의당은 개원 등 특수한 경우에는 능력을 보일 수 있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게 불가능하다"고 무력감을 토로했다.

박 위원장은 "국회의장이 야당(출신)이니 직권상정하고 본회의 표결처리하고 가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국회를 국민이 용서하겠냐"며 "국회선진화법을 여야 합의로 개정해야 한다. 개정하지 않으면 20대 국회는 19대보다 더 비난이 쇄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오전 원내정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아예 "차라리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 동물국회로 돌아가는 게 (지금의 식물국회보다는) 바람직한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결국 야당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아있다.

첫째, 여당이 원하는 것을 주고 야당이 원하는 것을 받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 결과에 항상 만족할 수만은 없는 야당 지지층의 원성을 사게 되고, 더 나아가 "여당과 야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둘째, 새누리당과의 국회법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이 야당 우위의 국회를 인정하는 방향의 법 개정에 찬성할 리 만무하고, 법 개정에 합의한다고 해도 뭔가를 안겨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 답답해할 야당 지지층을 다독여야 하는 숙제는 계속 남게 된다.

결론적으로, 20대 총선으로 형식적인 여소야대는 만들어졌지만 실질적인 여소야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어려운 숙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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