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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경찰 단속 비웃는 윷놀이판

등록|2016.08.26 16:04 수정|2016.08.26 16:04

▲ ⓒ 정병진


▲ ⓒ 정병진


▲ ⓒ 정병진


노인들의 공원 윷놀이 도박이 극성이다. 경찰이 매일 단속해도 근절되지 않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오후 2시 30분경, 여수 신기공원 등나무 아래서 열댓 명의 노인들이 둘러서 윷놀이에 심취해 있다. 잠시 뒤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단속에 나서자 몇몇 사람은 슬슬 이리저리 흩어졌다. 그중에는 50대로 보이는 남성 두어 명이 눈에 띄었다. 나머지 노인들은 경찰이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해도 그대로 등나무 아래 앉아 있다. 경찰이 가고 나면 다시 판을 벌이고자 대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단속 경찰 두 분을 만나 평소 신기공원의 노인들 윷놀이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보았다. 경찰에 따르면 보통 한 판에 1만 원을 걸고 게임 도중 그 위에 더 얹는 형태로 윷놀이를 한단다. 매일 5~6건의 시민 신고가 들어와 출동하지만 경찰차가 보이면 서둘러 판을 정리하기에 '도박'이라 특정해 단속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했다. 윷판과 말은 있으나 돈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껏 고성방가로 두 명가량을 경범죄 처벌한 게 전부라 하였다. 때문에 노인들은 경찰이 출동해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경찰서장이 찾아와 "공원에서 이러면 되느냐? 제발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도 했으나 반짝 효과밖에 없었다.

여수에서는 신기공원, 거북공원, 시민회관 등 세 곳에서 주로 노인들의 윷놀이가 벌어진다고 한다. 그중에서 시민회관의 윷놀이 규모가 가장 큰 편인데 아무리 단속해도 근절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노인들은 "늙었다고 막노동 나가봐야 써 주질 않는다. 일거리가 없는데 종일 이런 거라도 하지 않는다면 뭐를 해야 하느냐? 술내기 놀이 수준인데 이 정도도 하면 안 되느냐"고 항변한단다.

파출소 경찰은 그들대로 노인들의 공원 윷놀이 도박 단속하느라 다른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 고충이 심하다고 호소했다.

몇 해 전부터 노인들이 신기공원에서 붙박이로 윷놀이를 하는 동안 여기서 축구를 하며 뛰어놀던 아이들은 크게 줄었다. 축구를 하다가 공이 노인들 윷놀이 판에 떨어지면 욕을 해대기 일쑤이고 술을 먹고 누워 자는 노인들도 종종 보이기에 무서워 맘 편히 놀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찰은 한밤중엔 가로등 아래서 윷판을 벌이기에 가로등을 없애기도 하였으나 사실상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했다. "CCTV를 설치하는 게 어떠냐"고 묻자, 이미 한 대가 설치돼 있으나 주로 사각지대에서 하기에 소용이 없고 CCTV를 더 설치하려면 시의 예산 확보 문제가 있기에 그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가는 지금, 일거리나 여가 문화 없는 노인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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