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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증가만큼 생활 여건도 최악으로 바뀌는 '제주'

생활폐기물 발생량 늘고, 범죄율로 높아져... 지금 필요한 건 '쉼'

등록|2016.08.28 11:30 수정|2016.08.28 11:46

▲ 제주도는 지난 2013년 인구 60만 명을 돌파했고, 제주도청 앞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 제주도청 영상 캡처


지난 2013년 8월 13일 제주도청에는 '제주 인구 60만 시대 개막' 기념행사가 개최됐습니다. 당시 우근민 도지사는 "전문가들이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인구 60만 시대 개막이 7년 이상 앞당겨졌다"면서 "인구 60만 시대는 인구증가의 의미를 넘어 제주의 경제사회적 규모가 커지고 자립경제의 바탕이 확보되면서 앞으로 제주경제 성장에 필요한 밑거름이 마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2021년 제주인구 70만 시대도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근민 지사의 말처럼 제주 인구는 2021년이면 70만 명이 넘을 듯합니다. 이미 2016년에 65만 명이 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 지사의 주장처럼 인구 증가가 경제 성장과 지역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을까요?

인구가 늘어난 만큼 제주도민의 생활 여건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각종 통계로 살펴봤습니다.

인구가 증가했더니 쓰레기 발생량과 범죄율도 높아져

▲ 제주의 생활폐기물 발생량과 성범죄 발생 건수는 전국 최고이다. ⓒ 임병도


2005년 제주도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643.6톤이었습니다. 2014년은 976.2톤으로 무려 51.7%가 증가했습니다. 전국 생활폐기물 발생증가율과 비교하면 제주도 증가율은 17배가 높습니다.

요새 제주도 마트에 가면 물건을 담아갈 수 있도록 비치된 빈 박스를 더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곳이 나옵니다. 쓰레기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2014년 전국의 쓰레기 매립률은 15.7%로 2005년과 비교해 12.5%P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고립된 섬인 제주는 오히려 매립률이 7.5%P 증가하면서 제주 전역이 쓰레기 처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범죄율도 높아졌습니다. 최근 진선미 국회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구 당 4대 강력범죄 발생건수'가 제일 높은 곳이 제주였습니다.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도 2011년 259건, 2012년 285건, 2013년 495건, 2014년 370건, 2015년 437건으로 최근 5년 사이 30% 넘게 증가했습니다.

'만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발생 비율 1위', '만 15세 이하 청소년 성범죄 발생 비율 1위', '성범죄 재범률 전국 2위' 제주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과 여성이 안전하게 살기 좋은 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구 증가와 함께 교통 문제도 심각해져

▲ 제주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2015년 43만 대로 2005과 비교 2배 이상 증가했으며, 교통사고 발생건수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 임병도


제주의 자동차 등록대수를 보면 2005년 21만 대, 2010년 25만 대였습니다. 5년 동안 4만 대가 증가했던 자동차는 2015년 43만 대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렌터카도 2010년 1만4천 대에서 2016년 2만9천 대로 늘어났습니다.

자동차 등록대수가 늘어나면서 교통사고도 증가했습니다. 2010년 3617건이었던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015년 4645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부상자를 보면 2010년 982.6명에서 2014년 1,145.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제주공항이나 우도 등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주말이나 연휴가 되면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으면서 이 지역 도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시내 곳곳에는 주차장이 부족해 불법주차가 기승을 부리며, 출퇴근 시간이 아닌 평일 낮에도 교통 혼잡과 정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 7월 '△차량총량관리의 법제화 검토 △간선도로 일방통행제 검토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실시 △공영버스 공기업 전환 △도시형 신교통수단 도입 검토' 등을 포함한 제주교통혁신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트램 도입은 2012년 우근민 도지사 시절 추진하다 포기했다는 점을 미루어 쉽게 도입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땅값 상승률은 전국 최고, 그러나 도민 소득은 제자리

▲ 2016년 제주의 표준지공시지가는 서귀포시가 19.63%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 임병도


2015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를 보면 제주지역 땅값 상승률은 9.20%였고, 2016년은 서귀포시 19.63%, 제주시 19.15%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2010년 0.43%, 2011년 1.06%, 2012년 2.80%, 2013년 2.01%, 2014년 2.98%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급상승했습니다.

2016년 5월 제주지역 건축허가를 보면 1297동 50만7111㎡로 지난해 같은 기간 975동 34만4649㎡ 대비 면적기준으로 47.1%가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 대규모 아파트 분양이 완료됐지만,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상업용 건축물의 건축허가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제주의 땅값은 계속 오를 전망입니다.

제주 땅값이 올라 부동산 가격은 상승했지만, 제주도민들의 소득은 많이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제주도민의 1인당 개인 소득은 2005년 1074만 원에서 2014년 1567만 원으로 45% 증가했지만, 전국 증가율 47%보다 낮았습니다.

도민 소득의 증가율보다 제주 땅값이 높다는 말은 소득만으로는 집을 구입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제주 도내 청년들의 임금이 낮다는 점을 본다면 미래 세대의 주택 구입은 점점 힘들어질 것입니다.

통계의 위험보다 더 무서운 장밋빛 계획들

▲ 연도별 제주의 주요 통계, 인구가 늘어나면서 각종 수치도 증가하고 있다. ⓒ 임병도


2013년 제주는 "2021년 상주인구 70만 시대"를 준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발표했던 계획을 보면 이주민을 위한 지원 정책 등에 초점을 맞춰져 있습니다. 이주민들이 정착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인구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제주의 현실적인 여러 가지 문제점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했어야 합니다.

원희룡 도정은 인구 100만 명을 기준으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가 인구 65만 명에도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데, 과연 인구 100만 명 시대를 대비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단순히 통계나 숫자만으로 제주에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통계가 말하고 있는 경고를 무시한다면 실제 체감하는 생활 여건은 더 나빠질 수가 있습니다. 지금 제주도는 발전과 증가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쉼을 가져야 할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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