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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가 하면 로맨스, 이석수가 하면 불륜?

[주장]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수사, 결말은 이미 나와 있다

등록|2016.08.30 10:58 수정|2016.08.30 10:58
지난 2012년 12월 16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간의 18대 대선후보자 3차 TV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두 후보는 저출산, 고령화, 교육, 범죄, 과학기술 분야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토론이 막바지로 향할 때 쯤 두 후보는 당시 정국을 뜨겁게 달구던 국정원 여직원 사건과 관련해 격렬히 토론을 이어갔다.

포문은 박 후보가 열었다. 그는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서 발생한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서 한마디 말도 사과도 없다며 문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어 그는 실제로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는지 증거가 없다고 나왔다며 "성폭행범 하는 방식으로..."라는 원색적인 수사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박 후보의 공세에 문 후보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박 후보가 국정원 여직원을 보호하는 것은 명백한 수사 개입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불법 선거 운동을 하다 선관위에 적발된 '십알단' 사건에 대해 역공을 취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불법 선거 사무소를 운영한 것을 인정하느냐는 문 후보의 질문에 박 후보는 그 부분은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며 논점을 비켜갔다. 대신 그는 국정원 여직원의 인권 침해 문제로 화제를 빠르게 전환시켰다.

아전인수, 박 대통령의 국정 키워드

이석수 특별감찰관, 우 수석 '직권남용 의혹' 검찰에 수사 의뢰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오른쪽)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특별감찰관실이 있는 건물을 나서고 있다. 앞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왼쪽은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우병우 수석 모습. ⓒ 연합뉴스


이 장면에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숨겨져 있었다. 원칙과 기준이 배제된 '아전인수'가 그렇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이것 하나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공학에 따라 원칙과 기준이 자유자재로 변신할 뿐더러 형평성과 공정성은 아예 찾아보기가 힘들 지경이다. 최근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행태만 보더라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19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말이 청와대의 입장이지 내용은 검찰을 향한 청와대의 노골적인 '수사 오더'나 다름이 없었다. 청와대는 이 감찰관이 감찰 진행 상황을 특정 언론에 유출했다며 이를 문제삼았다. 그리고 이 감찰관의 행위가 위법행위이고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며 사실상 검찰에 수사를 촉구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우 수석과 이 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상반된 태도다. 청와대는 우 수석에 대해서는 털끝만큼의 의심도 용납치 않고 있다. 언론과 시민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각종 문제들은 단지 의혹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에 우 수석이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그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 감찰관에 대해서는 그와 정반대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 감찰관 역시 감찰 내용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와 사법부의 법리적 판단을 거쳐야 유무죄가 판가름 나는 사안인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감찰관이 특별감찰관법을 위반하며 국기를 흔들었다고 단정부터 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 수석과 이 감찰관에게 제기된 문제를 '의혹'과 '사실'로 구분짓는 확실한 기준점이 없다는 점이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의 비위를 감찰하기 위해 자신들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을 검찰이 수사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는 어디까지나 청와대가 철저하게 자신들의 입장에서 상황을 재단하고 국면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촌극이다.

이 장면은 지난 대선후보 TV토론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 당시 토론에서 박 후보는 '십알단'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은 막무가내로 인권 유린 사건으로 몰고 갔다(그러나 당시 박 후보의 주장은 이후 검찰 조사와 사법부에 의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한 마디 말도 사과도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인 박 대통령의 아전인수식 국정운영이 임기 내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선공약 파기 논란, 끊이지 않는 인사 문제,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성완종 게이트, 국정교과서 논란, 누리과정 예산 문제, 담뱃세 인상 논란 등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국정 난맥들이 모두 이와 연계되어 있다.

최소한의 형평성은 있어야

논란이 되고 있는 우 수석과 이 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이중적 잣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행태는 보편적 이성과 상식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국민적 불신을 덜어내려면 최소한의 형평성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건이 전개될수록 형평성에 하나 둘 금이 가고 있을 뿐이다. 일관된 원칙과 기준, 형평성이 결여된 청와대의 행태에 국민들이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는 이유다.

검찰의 수사 역시 국민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나 검찰의 공정한 수사는 애시당초 기대난망인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검찰은 29일 우 수석과 이 감찰관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우 수석의 자택과 사무실을 제외해 논란을 자초했다. 권력에 종속된 검찰 조직의 속성에 미루어 이같은 장면은 시간이 갈수록 자주 목격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날까. 박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사안들이 모두 '혐의 없음'으로 밝혀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사건의 향배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미 결론은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 흉터가 하나 더 새겨질 모양이다. 더 늦기 전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모해 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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