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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든 것 <사우디아라비아>

등록|2016.09.02 16:20 수정|2016.09.02 16:20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에 대한 취재보고서인 <사우디아라비아>(메디치)에서 저자 캐런 엘리엇 하우스(Karen Elliott House)는 사우디왕국이 유지 작동되고 있는 힘의 배경에 석유와 미국, 이슬람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의 모습은 심각한 한계상황에 다다랐음을 여러 자료를 통하여 분석하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 책 표지 ⓒ 도서출판 메디치

그는 왕위 승계, 근본주의와 지하드, 여성 인권, 청년 실업, 질 낮은 복지, 부실한 교육 등 다양한 중동문제의 축소판인 사우디를 언론인으로 30년 넘게 취재하면서 그 상태를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다. 

현재 사우디는 우리에게는 서아시아 최대의 교역국이자, 최고의 원유수입국이다. 국제기구 등에서는 우방국이며 한류의 수출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인이 일반적으로 아는 사우디에 대한 지식은 이슬람 석유왕국, 미국의 우방, 그리고 수많은 왕자들이 있다는 것 정도로 일천한 수준이다.

2011년 9월 사우디 청년이 자국의 빈곤층을 촬영한 9분의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여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놀란 사우디 정부가 그를 체포하여 더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책은 그 동영상처럼 사우디 전반에 대한 5년간의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탐구의 결과물이다.

책은 사우디 사람들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을 통하여 갈등과 모순, 분열로 점철된, 저자 말마따나 붕괴 직전의 소련을 연상케 하는 사우디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사우디라는 미라를 감싸고 있는 전통과 종교라는 껍질을 일일이 벗긴다. 그런 다음 이 기이한 사회의 작동방식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여전히 망토와 아바야 아래 감춰진 종교, 왕국, 경제, 문화, 전통, 현재성을 보여주며 서아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오일머니로 쌓아 올린 부를 바탕으로 안정적 체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우디는 왕자만 7000명이 넘는 탓에 나라가 부패로 병들었다. 또 인구 2/3는 30세 이하지만 일자리는 마련돼 있지 않고 이슬람의 영향으로 과학기술교육도 부실해 외국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사우디 청년들의 해답은 시니컬하고 잔인하다. "목을 매달아라, 너는 사우디인이다."

저자는 사우디가 자신의 고향인 미국 텍사스주의 마타도르와 매우 비슷하다고 말한다. 외지인에게 친절하고, 종교가 일상을 정의하며, 술과 카드게임이 금지된 자유가 죄악인 곳들. 어린 시절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삶의 방식을 취재차 방문한 사우디에서 발견하면서 그는 이 나라에 대해 깊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저자에 따르면 사우디란 나라는 이렇다.

1932년 사우디 왕국이 수립된 이래, 80년 넘게 지속된 알 사우드 왕위 계승은 위태로운 일이었다. 왕이라기보다는 정신적 종교지도자로 군림하며 왕국을 유지해왔지만 정보통신의 보급 및 소득의 증대와 함께 군중은 사분오열하고 있다. 

인구 8000만 명의 과거 서아시아의 맹주였던 이웃 이란이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중동의 패권국가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수십 년 간 지역의 수장 역할을 해 왔던 사우디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풍부한 석유를 저가에 공급하는 전략으로 이란의 자금줄을 옥죄고 있었고, 그것이 날갯짓이 돼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2010년 12월 이후 튀니지에서 촉발되어 주변국가로 번진 아랍의 봄은 대부분 경기침체와 정부의 부패, 독재에 대한 반발, 청년층의 분노 등이 폭발하여 일어났다. 비록 사우디는 혁명은 비껴갔지만 다양한 문제는 내재되어 있다. 단지 왕가가 재력으로 폭발력을 잠재웠을 뿐이다. 사실 사우디는 종교, 세대, 여성, 교육, 복지, 경제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갈등과 분열이 가득한 나라다.

사우디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이슬람교지만, 사우디의 청년들은 인터넷과 외국문물의 유입으로 다양한 세상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는 오늘날 변화하는 환경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따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또 점점 줄어가는 석유와 미국의 셰일 혁명은 미국과의 석유 안보 관계를 약화시키고 있다. 나아가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 근본주의를 완전히 잠재우기 어려운 사우디는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이는 사우디 내에 갈등과 분열, 왕위 계승의 문제 등과도 이어져 있다. 복잡하게 얽힌 사우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우디의 역사, 여성, 교육, 청년, 종교, 석유, 외교 등의 모든 문제를 다각도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무엇보다 사우디의 가장 치열한 난제는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것이다. 아랍의 봄을 이끈 계층이 분노한 청년층이라면, 사우디 사회의 개혁 요구는 여성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이 거대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엄밀하게 근본주의적이며 보수적이기도 한 여성들 역시 존재한다.

저자는 사우디의 첫 여성 차관, 여성 축구팀을 비롯해 여러 여성들을 만났다. 리야드의 킹사우드대학을 졸업하고 구직활동을 장려 받은, 선택받은 여성들의 모임에 참가해 그들의 서구화된 모습을 관찰하는 한편, 하층민 여성의 집에 한동안 머무르기도 했다.

특히 대학교수의 두 번째 부인으로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인 룰루는 종교적 헌신과 보수적이고 평범한 가족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줬고, 사우디 전반에 흐르는 순응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줬다. 저자는 사우디 여성의 권익을 신장하려는 움직임만큼이나 여성 스스로를 옥죄는 내재적인 규범이 여전히 존재함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우디 사회의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높은 인구 증가율에 비해 일자리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우선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제공된다 해도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능력이 되지 못한다. 바로 보수적 종교지도자들이 교육에 간섭해 청년들이 실질적인 교육은 받지 못하고 실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쿠란(Quran)만 읽다가 대학을 졸업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들은 육체노동이나 단순한 일을 하기 싫어하며 의욕이 없는 반면, 여성들은 취업은커녕 운전하는 것까지 제한되어 있다. 많은 일자리가 외국인들의 차지가 되면서 청년들은 또다시 절망한다. 이들 중 일부는 테러리스트가 되는데, 이들을 전향시키기 위해 정부가 갖은 혜택을 베풀수록 종교적 명분은 잃게 된다.

한편 국민들이 초대 국왕의 호혜에 감사를 느꼈다면, 오늘날의 사우디 국민들은 더 이상 왕가에 감사하지 않는다. 청년층은 양질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 40%에 달하는 빈곤층에 대한 기초 복지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한 점, 왕가의 어마어마한 부에 박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현재 사우디의 여러 문제와 현황 및 과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저자 캐런 엘리엇 하우스는 월스트리트저널 전 편집장. 30년 이상 사우디와 중동을 취재해온 저널리스트로 퓰리처상을 비롯한 언론상을 수차례 수상했다. 텍사스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정치학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가르쳤다. 케네디 스쿨의 밸퍼 연구소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언론인이자 국제문제 전문가로서 PBS, FOX, CNN과 CNBC 등 방송 매체에도 자주 출연했으며 마거릿 대처, 리콴유, 블라디미르 푸틴, 사담 후세인, 호스니 무바라크, 압둘라 국왕 등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을 인터뷰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광범위한 인터뷰와 심도 깊은 관찰, 분석을 통해 베일에 싸인 사우디 왕국에 대한 전례 없는 지식을 펼쳐 놓는다. 나아가 사우디 내부의 균열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깊이 있게 탐구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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