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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가로수... "저, 오늘은 링거 맞아요"

해안도로 산책길에서 만난 작은 정성들

등록|2016.09.02 11:05 수정|2016.09.02 11:06

▲ ⓒ 김학용


▲ ⓒ 김학용


▲ ⓒ 김학용


모처럼 초가을의 시원한 밤공기를 만끽하려고 당진의 한 해변도로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도로변을 따라 심어진 가로수마다 정체불명의 주머니가 하나씩 매달려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점적관수(點滴灌水, 물주머니를 통해 물을 방울방울 떨어지도록 하는 급수장치)'라는 이름표를 달고, 그 주머니 안에는 물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가로수가 고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병원에서 환자에게 링거를 주사하는 것처럼 물을 공급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최근 충청지역의 가뭄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달 말을 중심으로 비가 조금 내렸지만, 가뭄 해갈에는 큰 영향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두 달 넘게 지속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탓에 가로수들도 고사 위기라 지자체에서 처방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아이디어가 참 돋보입니다.

이 물 공급 주머니는 한 번에 20ℓ의 물을 채워 1초당 2방울 공급 기준으로 대략 이틀가량 가로수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급수차를 이용해 생색내기로 한두 번 뿌려주는 방식보다 훨씬 성의도 있고 효과가 더 좋아 보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대략 7~8m 간격으로 모두 3km에 이르는 해변도로 가로수에 설치된 물주머니는 어림잡아도 400여 개가 넘습니다. 정성을 담은 어느 손길들이 참으로 수고한 덕분에 푸릇한 가로수와 이 가을을 함께 할 수 있음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렇게 폭염은 또 지나고 조금씩 희망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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