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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의 '무리수'... 잔인·불편한 웹툰

웹툰 '사라지는 사람들'... 안전띠 착용 독려치고는 '황당' 그 자체

등록|2016.09.04 18:37 수정|2016.09.04 18:37

▲ 한국도로공사 공식블로그 대표사진 ⓒ 한국도로공사


지난 8월 29일 한국도로공사 공식 페이스북 '그대로'에 안전띠 착용 홍보의 목적으로 웹툰 하나가 공유돼 게시됐다. 이 게시물 역시 공식블로그인 '그대로'에 게시돼 있는 웹툰으로 한국도로공사에서 자체 제작한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바로 가기로 연결된 이 웹툰의 제목은 '사라지는 사람들'. 사전에 이 웹툰이 공포물임을 미리 짐작하도록, "본 만화에서는 충격적인 장면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임산부, 노약자, 심장이 약하신 분들은 이용을 삼가시기 바랍니다"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예고대로 이 웹툰에서 공포를 느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웹툰 '사라지는 사람들'의 일부분. ⓒ 한국도로공사


"대관령 IC 인근, 한적한 도로를 주행하는 한 승용차. 뒷좌석의 8살 진수는 누워서 애니팡 게임 삼매경이다. '이제 게임은 좀 그만하고, 안전띠를 하라'는 엄마의 말은 들은 체 만 체다. 커브 길을 돌자 귀신이 유리창을 덮쳤고 계속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승용차는 원인 모를 사고를 당하고 만다. 누나 수연과 엄마는 대수롭지 않은 부상에 그치지만, 사고 시 튕겨 나간 진수는 행방불명이다. 

… 화물차가 승용차를 들이받는 또 다른 사고가 이어진다. 승용차에 탄 일가족은 전원사망. 뒷자리에서 안전띠를 하지 않은 딸과 아들이 퉁겨 나오는 바람에 피해는 더욱 컸다. 매년 원인불명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데…. 묘한 것은 안전띠를 하지 않은 누군가는 반드시 실종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다음 희생자는 누굴까?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뒷좌석 안전띠 착용,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라는 구호로 마무리된다.

▲ 웹툰 '사라지는 사람들'의 일부분. ⓒ 한국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의 지속적인 홍보로 인해 지난해 고속도로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2배 가까이 증가했고, 관련 사망자 수도 15%나 감소했다. 특히 고속도로 이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 웹툰은 최근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위한 캠페인의 하나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공사의 안전운행 캠페인 전개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사고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이나 또 그 목적으로 제작된 홍보물에도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안전띠 착용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만화 치고는 표현의 수위나 소재의 선정성이 도가 지나쳤다. 그래서 어떠한 이유로든 수긍하기 힘들다. 웹툰 중반부에 안전띠를 매지 않는 응징을 위해 귀신이 등장하는가 하면.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 구급차에 사망자가 실려 가는 끔찍한 장면들이 여과 없이 이어진다. 또, 이 웹툰은 전체공개로 로그인 절차 없이 누구나 볼 수 있었다.

최근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의하면 5년간 전국고속도로에서 안전띠 미착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평균 90명으로 치사율은 앞 좌석은 2.8배, 뒷좌석은 3.8배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통사고 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착용한 경우보다 사망률이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안전띠 착용은 사회적 문제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황당한 스토리로 안전띠 착용을 강조하면서 억지스러운 공포를 유발하는 웹툰의 스토리 설정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이거 캠페인이라기보다… 좀 기분이 별로인데요? 사고가 위험한 건 알지만요…"라고 댓글을 남긴 한 고객에게 한국도로공사는 이렇게 답했다.

"안전띠 미착용으로 인한 불행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내용과 그림을 이용해 웹툰을 제작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전띠 안 매면 귀신이 잡아간다는 당혹스러운 이 설정, 운전자들의 피부에 얼마나 와 닿을지 의문이다. 보는 사람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한다. 차라리 '안전띠 미착용 과태료로 집안이 거덜 났다'는 허무맹랑한 설정이 오히려 더 실감이 날지도 모르겠다.

▲ 한국도로공사 공식블로그에 올라온 웹툰 아래에 달린 댓글중의 일부. ⓒ 한국도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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