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도 좋아하는 무화과, 잼은 어떤 맛일까
[시골노래] 우리 집 가을잼 담기
▲ 우리 집 무화과 ⓒ 최종규
무화과를 실컷 따서 먹습니다. 우리 집에는 무화과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화과나무는 감나무 못지않게 여느 살림집에서 제법 많이 키웁니다. 제가 나고 자란 인천에서도 무화과나무를 마당에 기르는 분이 꽤 많았어요. 전남 고흥에서도 읍내를 거닐다 보면 골목 안쪽 집 마당에서 무화과나무를 곧잘 봅니다.
우리가 심은 무화과나무는 아니지만, 이 집에 깃들 적에 무화과나무가 퍽 작게 있었어요. 우리는 이 나무를 살뜰히 건사하기로 했고, 가지치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지를 치면 나무는 '난쟁이 나무'가 되지요. 이러면 사다리를 안 받치고도 열매를 따기 쉽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나무에는 좋은 일이 아니라고 느껴요.
▲ 우리 집 뒤꼍으로 가는 길에서 해마다 무럭무럭 가지를 뻗는 무화과나무 ⓒ 최종규
▲ 날마다 무럭무럭 익는 무화과입니다. ⓒ 최종규
늦여름부터 익는 무화과를 노리며 멧새가 으레 우리 집으로 찾아옵니다. 무화과는 우리 식구도 먹지만 새가 함께 먹습니다. 이러면서 개미랑 벌이랑 파리도 무화과를 함께 먹어요. 새가 콕콕 쫀 틈으로 개미가 드나듭니다. 잘 익다 못해 옆구리가 터지면 이때에도 개미가 드나들어요. 말벌은 무리를 지어 무화과 열매 한 톨을 삭삭 갉아서 먹습니다.
무화과를 딸 적에 옆에서 말벌이 붕붕거리면 무섭다고 여길 수 있을 테지만, 저는 무섭지 않아요. 말벌한테도 가만히 얘기해요.
"얘들아, 말벌아, 너희는 우리 집 무화과 나무가 좋지? 너희는 그 알을 먹으렴. 우리는 다른 알을 먹을 테니까. 너희는 이 한 알에다가 저 한 알, 또 저기 한 알을 즐겁게 먹으렴. 우리 같이 먹자."
▲ 잘 익은 무화과는 사람만 좋아하지 않아요. 멧새는 날마다 수없이 무화과나무를 찾아들어 잘 익은 녀석을 골라서 쪼고, 말벌이나 파리도 무화과를 먹으려고 달라붙습니다. ⓒ 최종규
말벌 무리가 갉는 무화과 알 바로 옆에 잘 익은 무화과를 톡 톡 따더라도 말벌은 저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다디단 무화과를 갉느라 바쁠 뿐입니다.
한 소쿠리 가득 따고서 더 딴 뒤에 이 무화과를 달리 먹어 보자고 생각합니다. 지난해까지는 그날그날 따서 그날그날 다 먹었는데, 올해에는 잼을 졸이기로 합니다.
▲ 무화과를 따 놓으면 한 그릇도 금세 빕니다. ⓒ 최종규
▲ 맛있지? ⓒ 최종규
먼저 무화과 알을 알맞게 썰어 놓습니다. 사탕수수 가루(사탕수수를 졸여서 나온 덩어리를 다시 잘게 부수어 놓은 가루)를 10:6 부피로 넣습니다. 1:1로 하거나 10:5로 맞추어도 되고, 덜 단 잼을 바란다면 10:2나 10:3으로 할 수 있어요. 무화과가 워낙 달기에 설탕이나 사탕수수 가루는 적게 써도 됩니다. 여기에 라임을 조금 섞습니다.
한 시간쯤 사탕수수 가루에 재우고서 큰 냄비에 부은 뒤 졸입니다. 처음에는 가운뎃불(중불)로 졸이고, 제법 부글부글 끓으면 나무주걱으로 살살 저으면서 여린 불로 바꿉니다. 이때부터 두 시간 남짓 졸이면서 젓기를 되풀이한 끝에 잼을 석 병 얻습니다.
첫여름에 들딸기로 잼을 졸이며 온 식구가 즐겁게 먹었으면, 이제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서는 무화과로 잼을 졸이며 온 식구가 새삼스레 즐겁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집에서 빵을 구워서 무화과 잼을 발라서 먹으려 합니다.
▲ 무화과잼을 졸이기 앞서, 사탕수수가루(사탕수수를 졸여서 우린 뒤에 낸 가루)로 재워 놓습니다. 흔히 흰설탕을 쓰지만, 우리 집 잼은 사탕수수가루를 쓰기로 했어요. ⓒ 최종규
▲ 크게 한 소쿠리 반을 졸였는데 석 병이 가까스로 나왔습니다. 다음에는 더 많이 따서 졸이려 해요. ⓒ 최종규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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