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두테르테, 오바마 욕설 논란에 "유감"
오바마 향해 '개XX' 욕설... 미-필 정상회담 '불발'되기도
▲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욕설한 것에 대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사과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사과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각)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한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공격하게 되어 유감(regret)"이라며 "나의 강경한 발언이 많은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양국이 최우선 과제를 상호 인식하는 데 발생하는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며 "서로 책임 있게 주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필리핀 대통령으로 취임한 두테르테는 이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라오스를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 미국-필리핀 양자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라오스 방문 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말 것을 백악관에 요청했다"라며 "그래도 거론한다면 개XX(Son of a b****)라고 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 경찰이 마약 관련 용의자를 발견할 경우 현장에서 즉시 사살하도록 허용하면서 지난 3개월간 2400여 명의 용의자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자 미국이 우려를 나타낸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욕설 논란에 사과한 '필리핀의 트럼프'
미국 언론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외교적 결례를 일제히 비난했고, 백악관은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신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황급히 유감을 표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곧 퇴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아시아 순방이 끝나면 다시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시작도 못해보고 불발되면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맞서기 위한 미국과 필리핀의 공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프란치스코 교황,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 등에게 욕설과 막말을 쏟아내며 외교적 갈등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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