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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재단 이사장에 캡사이신 뿌린 청년 첫 공판

검찰 '특수상해죄'로 기소... 변호인 "호신용 캡사이신, 인체에 무해"

등록|2016.09.08 18:15 수정|2016.09.08 18:15

'캡사이신 피습' 당한 김태현 이사장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바비엥 2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화해·치유재단 출범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이동하던 중 대학생이 뿌린 캡사이신을 맞고 고통스러워 하는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 ⓒ 유성호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출범식에서 김태현 이사장 등에게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려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심아무개(21)씨 첫 번째 공판이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형사15단독(최종진 판사)이 진행한 이날 공판에서 검사는 "피고인은 2016년 7월 28일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화해 치유재단 출범식을 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만을 갖고 재단이사장을 혼내주기 위해 미리 호신용 캡사이신을 소지하고 찾아가서 출범식을 마치고 나오던 위 재단 이사장 등 5명을 위험한 물건인 캡사이신을 수회 분사하여 상해를 가하였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검찰 "특수상해" vs. 변호인 "폭력행위"

이 같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피고인은 "김태연 이사장에 대해 1.5m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캡사이신을 뿌린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나머지 경찰관 등 4명이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경찰조사과정에서 전해 들었을 뿐"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씨에 대한 무료변론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위민의 윤기상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범행에 사용된 호신용 캡사이신은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검증이 된 제품일 뿐만 아니라, 호신용 캡사이신의 화학작용은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30분가량의 시간이 경과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모두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는 취지의 공소사실 또한 사실과 다르다"면서 "피고인의 행위를 폭행죄로 의율(법원이 법규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는 일)할 수는 있겠으나, 공소사실과 같이 특수상해죄로 의율 하기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윤 변호사의 이 같은 주장은 경찰 등 공권력조차도 국민들을 향해 캡사이신을 사용하는 현실을 예로 들면서, 누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호신용 캡사이신 스프레이를 두고 '위험한 물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요컨대 경찰도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 어떻게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변호인이 '위험한 물건'인지 여부를 문제 삼는 이유는 검찰이 심씨에 대하여 특수상해죄(형법 제258조의 2)로 기소하였기 때문이다. 특수상해죄는 2016년 1월 6일 형법 일부개정에 따라 신설된 죄명으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경우"에 적용되는 조문이다(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

'위험한 물건'이라는 법률용어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특별법(약칭 폭처법)에서 사용되어 오던 것으로, 총포류나 칼, 야구배트, 깨진 유리병, 자동차 등 일반상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험한 물건으로 인식되어 오던 물건을 휴대한 상태에서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도입된 개념이다.

이날 공판은 이 같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놓고 공방이 벌어진 후 최종진 판사는 변호인이 신청한 김태연 이사장 등에 대해 진단서를 발부한 의사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와 함께 변호인이 신청한 피고인에 대한 보석에 대해 검찰이 의견을 제출하면 판단하겠다고 밝힌 후 공판절차를 마무리했다.

변호인의 주장대로 호신용 캡사이신 스프레이를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일반상해죄(형법 제257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가 적용될 수 있다. 나아가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상해를 입지 않았다면 결국 폭행죄(형법 제260조,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로 의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원웅 전 의원 등 탄원서 제출

한편 이날 재판부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심씨의 석방 청원을 한 3066명이 낸 탄원서와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와 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원웅 전 의원의 탄원서가 접수됐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심00 군이 사용한 호신용 캡사이신은 경찰당국이 시위대에 사용하는 캡사이신이나 물대포에 비해 그 위험성이 매우 미약한 수준"이라며 "그럼에도 심군이 물리력을 사용한 것이 잘못이라면 타일러 가르칠 일이지 구속까지 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심군 본인 또한 순간적으로 일어난 충동적 흥분에 작은 물리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또 김원웅 전 의원은 탄원서에서 한일 양국정부 정상이 합의한 '치유·화해재단에 대해 "치유·화해재단에는 치유도 없고 화해도 없다"며 "이 재단 이름은 이름 자체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인이든 국가든 범법자의 사과와 배상 없이는 치유도 불가능하고 화해도 불가능하다"면서 "진실을 밝히고 사과와 배상을 했을 때만 화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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