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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담보로한 일, 후쿠시마의 노동도 '착취'

[일본에서 온 평화의 메시지] 후쿠시마에서 만난 후쿠시마의 노동자들

등록|2016.09.14 13:20 수정|2016.09.14 13:20
<희망의 종이학 프로젝트>는 후쿠시마 참사 5주기,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 71주기를 맞아 기획된 탈핵을 위한 프로젝트로, <희망의 종이학 프로젝트> 노동당 참가단은 후쿠시마와 히로시마 등 핵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지난 8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연재합니다. - 기자 말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고 5년 반이 지났다. 아직도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방사능 물질을 계속 뿜어내고 있고, 위험한 지역 또한 여전히 많다. 하지만 핵발전소의 위험을 줄이고, 주변지역의 방사능 수치를 줄이기 위한 일을 누군가가 하고 있다. 바로, 피폭노동자다.

지난 8월 4일, 핵발전소 사고 이후 후쿠시마에서 피폭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스즈키 유타카 씨와 가츠라 타케시 씨를 만나 제염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황을 들을 수 있었다.

▲ 참가단과 교류중인 피폭노동상담센터의 스즈키 유타카(오른쪽) 씨 ⓒ 최승현


"피폭노동상담센터 3년, 임금체불이 제일 많다"

"피폭노동상담센터를 만든 지 3년이 됐다. 준비하는데 1년이 걸렸고, 2년 동안 운영해왔다. 상담센터에 찾아오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제염 노동자지만,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상담이 들어온 사항 중 50개 정도가 해결된 상황이다. 대부분은 임금체불에 대한 상담으로, 월급·잔업수당·위험수당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임금체불이 제일 많다."

제염 작업은 방사능을 줄이기 위해 시행되는 작업으로, 도로와 지붕은 주로 물로 씻어내며, 오염된 흙은 걷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걷어내고 나면, 오염되지 않는 깨끗한 흙으로 다시 덮고, 걷어낸 흙은 매립하게 된다.

일부 공공시설은 새로 짓기도 한다. 후쿠시마 발전소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제염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 스즈키 씨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제염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대개 방사선량이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한다. 피폭을 최대한 막기 위해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우의를 입고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 그런 상태로는 작업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이 위험해도 마스크를 벗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노동자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 피폭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꿈을 가지고 오는 것은 업자들"

함께 대화를 나눴던 가츠라 타케시씨는 "원자력 발전은 자본이 많은 부담을 미래세대에 떠넘긴 채 말도 안되는 이익을 추구하는 산업"이라면서 "산업자본에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은 노조 밖에 없다, 산업자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정치인들에게 (탈핵을) 기대해도 그것은 헛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자본과 직접 대결해야만 원자력 문제도 해결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해 원전을 중지하라는 총파업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노동조합도 탈핵 운동을 해보자는 발언을 했다.

▲ 제염 작업 이후 중간저장소에 보관 중인 폐기물 ⓒ 최승현


한편 다음날인 8월 5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일을 했던 원전노동자 A씨로부터 핵발전소 사고 이후 어떤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지와 함께 제염노동의 현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A씨는 후쿠시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로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신분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해 익명으로 인터뷰를 이어갑니다).

"후쿠시마 발전소에서 여전히 엄청난 양의 방사선량이 방출되고 있다. 시멘트로 흙을 덮는 작업(피싱)을 통해 방사선 검출양이 감소해, 오히려 발전소 인근 작업장에서 원전에 가까운 6번 국도보다 방사선량이 낮게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원자로 인근에서는 여전히 높은 방사선량이 검출된다.

후쿠시마 1·3호기에는 원자로 가까이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1호기는 원자로를 덮는 뚜껑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 근방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많이 피폭되고 있다. 순간 방출되는 방사선량이 너무 높기 때문에 수 분 정도만 일하고, 다른 사람으로 다시 교체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 후쿠시마 제1원전 부근에서 노동했던 A씨와의 교류회 ⓒ 최승현


한동안 제1원전에서 일을 했던 A씨는 현재 정부가 정한 방사선 피폭기준을 넘어, 제1원전 주변에서 배관을 조립하는 일을 맡고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장기간 동안 작업에 투입될 때 '방사선관리수첩'에 노동시간을 기록해 계획선량(작업에 따른 피폭 정도를 계산하는 것)이 기준치를 넘지 않게 일을 배치 받게 된다.

방사선 기준치를 넘은 노동자의 경우 원전 주변에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기준치는 일본 정부에서 임의로 설정한 것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1년에 1mSv를 기준치로 잡고 있으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기준치를 20mSv로 높였다.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하청"

일본에서 원전 노동 및 제염 노동은 건설노동에 해당한다. A씨는 원전·제염 노동자들 또한 기존 건설업에 따른 다양한 문제를 그대로 갖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후쿠시마의 제1원전 인근에서는 하루에 7000명 정도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2년 전에는 2~3천 명이었으나, 차츰 수가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2,3차의 하청 노동자들이다. 일용직으로 노동자를 모집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파견업자들이 새로운 형태로 사람을 모집하고 있다. 가장 큰 대기업인 도쿄전력은 전체 작업에 대한 감독만 한다. 제1원전 사고에 대한 공사는 매우 큰 규모의 공사이기 때문에 몇 차 하청까지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차례에 걸친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지고 있다." 

노동조합 단체교섭으로 위험수당 쟁취하다

A씨는 피폭노동을 하면서 노조와 함께 위험수당을 지급받게 된 경험을 말하기도 했다.

"위험수당이 1만엔인데 하루 일당이 1만 엔이었다. 위험수당을 지급받으면 2만 엔이 되는 것인데 회사가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회사에 속한 8명과 같이 숙소를 썼던 이들을 포함해 열 몇 명이 고발을 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섭을 하고, 설명회를 열어라 요구했고, 결국 회사는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2차 하청 회사는 설명회에서 '위험수당을 지급하겠다. 그리고 임금을 1만 엔에서 최저임금인 6000엔으로 인하 하고, 숙소비 2000엔을 받겠다. 결론적으로 1만2000엔 주겠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쟁의를 그만뒀지만, A씨를 포함한 4명은 노조에 가입해 노조로써 교섭을 했다. 상급단체인 일반노조 전국협의회가 함께하자, 1차 하청회사와도 교섭을 할 수 있었다. 쟁의가 끝난 후 모든 노동자들이 임금과 위험수당을 받게 돼, 총 2만 엔을 받게 됐다. 이 일은 이후 아사히 신문 1면에 보도됐고, 위험수당이 있는지도 몰랐던 많은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쟁의를 시작하게 됐다.

"원전 노동자의 문제는 전체 노동구조를 바꾸면 된다"

참가단과의 교류를 마치며 A씨는 "탈원전 운동을 하며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지 않다"라면서 "또한 관심을 가지더라도 원전 노동자에게만 관심 가지고, 다른 노동문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다중하청구조는 원전뿐만 아니라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라고 짚었다. 이어 "원전 뿐 아니라 모든 하청 노동에 관심을 가지고 전체 구조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원전의 하청 문제도 바꿀 수 있다"면서 "자기 주변에 있는 노동자가 가진 문제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최종적으로는 구조를 바꾸는 운동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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