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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남한강 루어 낚시,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단양수중보 건설을 바라보는 농민의 심란한 마음

등록|2016.09.15 16:22 수정|2016.09.15 16:24

단양 고수대교와 루어 낚시꾼단양 읍내를 흐르는 남한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과 고수대교 야경 ⓒ 유문철


추석을 맞아 도시 사는 가족들이 속속 귀향한다. 농사일을 일찍 마치고 식구들과 마을 아래를 흐르는 남한강변을 호젓하게 드라이브 하며 단양 읍내로 외식하러 나간다. 우리 마을 남한강 북로는 이 강의 하류인 서울에서 한강 북쪽에 있는 강변북로를 드라이브 하는 것보다 훨씬 운치있다.

서울 사람들은 이 맛을 알까? 120년 전 이 강을 지난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알았는데... 비숍 여사는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에서 우리 마을 아래 하진리부터 도담삼봉이 있는 도담리 일대를 극찬한 바 있다.

단양 읍내 단골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새로 조성된 강변 산책로를 거닌다. 고수대교에서 번쩍이는 나이트클럽 조명같은 요란하고 경박한 불빛이 눈에 거슬린다. 하지만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과 밤 낚시를 즐기는 루어 낚시꾼들은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브래드 피트가 주연인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본 낚시 장면보다 아름답다.

강물과 낚시꾼의 아름다움에 취하다가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단양을 흐르는 이 아름다운 남한강 상류도 얼마 뒤면 호수로 변한다. 비숍이 예찬했던 적성면 하진리에 수중보가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물의 흐름을 막아 유람선을 단양읍내까지 다니게 한다는 것이 수중보의 건설 목적이다. 단양 읍내 상인들의 숙원사업이었고 지금은 철도비리로 국회의원직을 잃고 감옥살이 하고 있는 새누리당 송광호 전 의원과 새누리당 김동성 전 단양군수의 작품이다.

강물은 흘러야 한다. 흐름을 멈춘 강물은 더이상 강물이 아니라 죽음의 호수다. 녹조로 가득한 4대강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이명박의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을 날마다 절감하고 있다. 단양을 흐르는 남한강은, 단양 읍내에서 영월 쪽은 아직 흐르는 강의 모습이 살아있지만 그 아래는 충주댐의 영향으로 강과 호수의 어중간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진리에 수중보가 지어지고 나면 남한강은 단양 읍내까지 호수가 된다. 그러면 낚시꾼들은 깨끗하고 빠르게 흐르는 낮은 여울에 사는 쏘가리 대신 녹조가 낀 호수에서도 살 수 있는 잉어나 붕어 또는 외래종 베쓰를 낚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걸까? 중앙정부 단위에서도,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도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단양 수중보는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전임 군수가 주도하였고 이에 대다수 군민들도 적극 찬성했다. 유람선을 띄우면 관광객이 단양읍내로 몰려 들어 지역 상권이 살아난다고 본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단양주민의 1번 후보 투표율은 76프로였다. 환경과 생태 대신 개발을 앞세우는 새누리당에게 몰표를 던지는 단양군의 현실 앞에서 넘어설 수 없는 성벽에 선 것과 같은 좌절을 느낀다.
덧붙이는 글 유문철 시민기자는 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고 녹색당 농업위원입니다. 본 기사는 블로그 <단양한결농원의 유기농사 이야기>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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