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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큰 소리 친 이유, 좋은 친구 둔 덕입니다

연휴가 지나면 할머니집 보일러 수리를 해야 합니다

등록|2016.09.16 16:31 수정|2016.09.16 16:31

▲ 추석 다음날, 쌀을 한포 샀습니다. ⓒ 신광태


추석연휴 3일째. 기어이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언제부턴지 집에 있는 게 그다지 편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화천군 사내면장 부임 이후부터 시작된 증상입니다. 당직자에게 별일 없는지 이것저것 확인하곤 자리에 앉았습니다. 

뭘 하지? 딱히 할 일이 없는 건 아닌데 갑자기 멍해집니다.

지인들에게 연락해 '점심이나 같이하자'고 할까? 연휴기간 넘쳐나는 쓰레기는 없는지 지역이나 돌아볼까... 순식간에 스친 생각 뒤에 갑자기 떠 오른 생각. '아! 그 할머니...'

과제를 얻었지만, 그래도 기분 좋습니다

▲ 할머니가 사시는 외딴집. 명절연휴인데 한적하기만 합니다. ⓒ 신광태


"왜 어디 마실도 안 가시고 방에 계세요?"

지난 늦은 봄날, 혼자 사시는 노인 분들을 찾아 뵌 적이 있었습니다. 내 질문에 "몸도 편치 않고 마을까지 너무 멀어서..."라고 말씀 하셨던 분입니다. "아들이 있지만, 어렵게 살다보니 자주 못 오지"라고 했던 할머님 말씀도 생각났습니다. 마트에서 소포장 햅쌀을 하나 샀습니다.

"아들 왔다갔어. 하루 자고 갔지."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반기셨습니다. 사실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하시면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그래요. 생활이 좀 더 나아지면 자주 올겁니다'란 대답까지 준비를 했었습니다.

"뭐 불편하신 거 없으세요?"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보일러가 고장 났어."
"걱정 마세요. 제가 10월초까지 고쳐드릴게요."

'10월초? 무슨 수로?'

큰소리친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사내면 의용소방대장을 하는 초교 동창 녀석이 보일러공(관련기사 : "이런 곳에 사람이..." 컨테이너 속에선 무슨 일이)이기 때문입니다. 연휴가 끝나면 '좋은 일 한 번만 더 하자'는 제안을 해 말 안 들으면 협박이라도 해 볼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신광태 시민기자는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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