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따르자니 힘들고 안 하자니 아쉽다면
[서평] 전통 음식 관련 3권의 책
둘째가 몇 년 전 성년이 되었으니 며느리로 어지간히 살았다 싶다. 그래도 명절이나 제사는 아직도 편하지 않다. '어느 정도의 불편과 희생은 받아들이자'인데도 쉽지 않은 숙제다. 설빔이나 추석빔, 명절 음식을 손꼽아 기다리며 자라난 세대다. 이렇다보니 몸과 마음이 편한 쪽에 이끌려 차례나 제사가 꼭 필요할까 싶다가도 명절과 전통이 사라짐이 아쉬워 붙잡게 된다.
뭣보다 아쉬운 이유는 명절이나 제사와 함께 우리 고유 음식들과 그에 깃들인 '무언가' 또한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여러 책에서 읽었다. 명절과 제사 덕분에 우리 음식문화가 더욱 발달했다고, 우리 고유 음식으로 알고 있는 음식들 대부분은 명절과 제사 때 먹던 음식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이다.
이런지라 TV 등을 통해 옛 전통과 풍습이 가장 많이 살아있는 종가와 종부 등 종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면 고단한 생활이 짐작되어 일종의 연민이 생긴다. 그러다가도 함께 소개되곤 하는 종가의 내림음식을 접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앞서곤 한다.
이번 추석에도 전통과 풍습을 따르자니 힘들고 놓자니 막상 아쉬웠을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문득 '아랫동서 셋을 둔 어떤 큰며느리가 동서 각자 형편에 맞는 차례 음식을 준비해 차례 당일 날 모이게 하면서 명절 스트레스가 사라졌다'는 기사가 생각난다. 이처럼 전통과 풍습을 따르면서 스트레스 덜 받고 가족이 화합하는 명절을 지내는 가족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을 담아 오늘날 여성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는 명절과 제사 음식, 그에 깃들인 전통과 풍습을 그 어떤 책보다 많이 소개하는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와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 <주전부리>를 소개한다.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종가 음식에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글을 쓰자고 찾아보니 여러 권이 보이는 것이 말이다. 하필 이 책들을 권하는 이유는 '책 참 잘 썼다' 고맙게 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가 내림음식을 전통 속에만 묻어두지 않고 사업으로 대중화한 사례, 즉 종가(음식)과 우리 전통 미래까지 제시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윤두서 관련 책에서 해남 윤씨 집안의 염전 사업에 대해 읽었다. 우리에게 눈빛이 매섭고 강렬한 초상화로 유명한 해남 윤씨 윤두서는 윤선도의 증손자이자 정약용의 외증조부다. 해남 윤씨 집안은 해남을 비롯한 근방에서 큰 일가를 이루고 살았는데, 집안이 염전 사업을 한 이유는 굶는 날이 더 많은 배고픈 이웃들을 위해서였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든 필요한 사람은 곡식을 퍼가라고 큰 뒤주에 곡식을 늘 채운 후 문을 열어뒀다는 류이주 종가(운조루)이야기나,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며 해마다 수확하는 3천석 중 2천석을 남에게 베풀었다는 경주 최씨 부자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이다. 이런 두 집안 이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해남 윤씨 집안 염전 이야기는 매우 신선했다.
옛날 부자들은 제사나 잔치 등에 음식을 충분히 장만해 집안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게 했단다. 재산을 가문이나 후손 영달에만 쓰지 않고 사회 환원을 실천했던 이들 집안들은 더했을 것이다. 이들 집안들은 어떤 음식들을 즐겨 먹었으며, 어떤 내림음식들이 있을까?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담앤북스 펴냄)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국에 밥을 마는 '국말이'는 이런 제사를 지내고 난 음식을 제사에 참석한 사람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효율적이면서도 맛있게 나눠 먹는 방법으로 탄생했을 것이다. 백일헌종택의 국말이도 제사 지낸 후 그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데서 유래했다. 백일헌종가 국말이는 밥 위에다가 고사리, 콩나물, 시금치, 숙주 등 나물을 얹은 다음, 끓인 육수(소고기국)를 부어 완성한다. 육수는 소고기, 파, 무, 대파, 다시마를 넣어 끓인다. 소고기는 양지를 사용한다. 윤순종 종부는 시집을 온 후 가장 많이 한 일이 제사를 지내고 국말이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한다. 종부는 이 국말이가 일제치하에서도 장군 집안의 전통을 유지하게 해주고,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자주 집안임에도 한사람도 다치지 않게 해 주었다고 한다.
종가의 후한 인심은 가울 벼농사 타작에서도 읽을 수 있다. 백일헌종가는 한국전쟁 전까지만 해도 천석 이상의 벼농사를 지었다. 종가에서 타작을 하고 난 다음, 마을 사람들은 이미 타작을 한 종가의 볏단을 다시 털었다. 그렇게 타작을 한 볏단을 털면 나락이 열 가마니 이상 나왔다는 것이다. 종가 어른들이 일부러 벼 이삭을 완전히 털지 않도록 했기 때문일 것이다. (논산 백일헌종가 국말이)
책은 ▲류이주 종가의 내림간장으로 만들어내는 소박한 밥상 ▲중요무형문화재인 경주 최씨 집안의 교동법주와 안주들 ▲해남 윤씨 종가의 비자강정 ▲화합을 다지는 매개 역할을 하는 봉화 충재 종가의 동곳떡 ▲독립운동가 안희제가 한보따리 들고 다니다 배고픈 독립군들과 나눠 먹었다는 의령 백산 종가의 망개떡 ▲가난한 이웃을 위해 심고 가꾼 나무 열매 도토리로 죽과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으며 굶주림과 고통을 이겨낸 사연의 영양 석계종가 도토리죽 ▲'일꾼들의 밥상이 가장 화려해야 한다'며 일꾼들을 위해 여러 가지의 떡과 보양음식들을 장만해 대접했다는 강릉 명숙공종가의 질상과 못밥 ▲일제강점기 일본 바둑을 눌러 민중들의 울분을 달래줬다는 바둑 기인 노근영 집안에서 바둑 미생들을 위해 준비한 사초국수 등 43 종가의 음식들을 '먹 치레'와 '술 치레'로 나눠 소개한다.
이야기마다 종가 시조나 중요인물에 대해 녹여 썼는데 뒤에서 다시 2쪽을 만들어 별도로 소개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종가기행과 전통음식기행, 역사인물 기행을 각각 완벽하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던 책이다. 2014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전국 종가를 취재, 영남일보에 격주로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수정·보완해 발간한 책이라고 한다.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오픈하우스 펴냄)은 방송 당시 입소문 났던 <종부의 손맛>(KBS)을 바탕으로 2014년 4월에 발간한 책이다(관련기사 : 호박죽에 양파를? '끌리는' 종부의 음식들)
2014년 봄에 읽었다. 계절별로 10종가씩, 40종가 계절음식 2, 3가지를 소개했다. 대략 100가지다. 목록을 훑으며 '종가가 이렇게 많나?' 생각했다.
먼저 소개한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란 책이 나오기 전이다. 그때 생각이 나 목록을 비교해보니 중복되는 종가도 있지만 두 권 각각 독자적으로 소개하는 종가가 더 많다.
게다가 흥미롭게도 두 책이 소개한 음식들은 별로 중복되지 않는다. 종가 음식이 몇 되지 않을 텐데 어떻게?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는 제사나 명절, 손님 접대 등에 주로 하던 종가 내림음식들이 위주다. 그런데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은 내림음식과 함께 조상들이 평소 해먹던 음식들을 종부 지혜로 현대 입맛에 맞게, 과한 영양은 줄이고 모자란 영양은 더해 평소 즐겨 해먹는 반찬들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권 다 음식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종가에 깃들인 역사나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니 이 두 권만으로 우리나라 모든 종가를 접할 수 있겠다 싶다. 그에 이처럼 소개하는 음식들이 중복되지 않으니 훨씬 많은 종가와 종가 음식 관련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주제는 같아도 누가 쓰는가에 따라 다르다.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은 종가를 대표하는 역사인물보다 현재 종가의 전통을 잇는데 가장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종부 이야기에 비중을 많이 뒀다. 종부만의 요리 팁이나, 음식재료의 영양이나 특징 등을 쪽지처럼 작은 공간으로 내용에 끼워 넣은 것도 돋보이는 특징이다.
세월과 함께 묻히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그 어떤 요리책보다 건강한 음식들이 많이 소개된, 그것도 밥반찬들이 주로 소개된 책이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읽던 2014년 봄, 따라해 보고 싶은 음식들이 많았음에도 그간 바람만큼 활용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쉽게 펼쳐볼 수 있는 곳에 두고 자주 펼쳐 가급 많은 음식들을 따라해 가족들에게 대접할 생각이다.
<주전부리>
마지막으로 없으면 때로 허전한 주전부리에 대한 책. 아쉽게도 우리가 흔히 사먹는 과자나 빵을 만드는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는 수입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수입되어 오는 동안 변질되거나 해충의 피해를 막고자 살충과 같은 어떤 조치를 해야만 하고, GMO작물일 가능성이 높다. 먹거리로 바람직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차례나 제사상에 올린 후 먹는 우리 전통 과자들이나, 오래전부터 주전부리로 먹던 것들은 쌀을 비롯한 깨나 콩과 같은 곡식들과, 고구마 등으로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흔히 사먹는 주전부리들보다 훨씬 바람직한 음식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가? 현대적인 설비와 방법으로 만들었을 것인데도 우리 전통과자들은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만들지 못하는 만큼 아무 때나 쉽게 먹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멀리하게 된다.
건강한 우리 주전부리들. 어떻게 하면 쉽게, 그리고 즐겨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 입에 우리의 전통과자들이 낯설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전부리>(동녘라이프 펴냄)는 이런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관련기사 : 전통 '주전부리', 이거 다 어디갔어?).
여러 가지 떡이나 강정, 양갱, 식혜처럼 주전부리로도 먹을 수 있고, 차례나 제사상에 올리거나 손님접대 음식으로도 내놓을 수 있는 우리 전통 주전부리들과 달걀빵이나 호떡과 같은 길거리 주전부리들,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호박죽과 단팥죽과 여러 가지 음료들, 고구마경단과 고구마맛탕, 꽈배기나 술빵 등 다양한 맛의 주전부리 60가지 레시피를 담았다. 우리 간식 이야기와 동서양 간식이야기 등, 주전부리에 얽힌 이야기들과 함께.
'이렇게 만들면 어린 아이들도 참 잘 먹겠다' 감탄,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소개한 레시피도 몇 있다. 그동안 이 책 덕분에 가끔 양갱도 만들어 먹었고, 고구마나 단호박을 쪄서 경단을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했는데 "음식이 재치 있다. 음식 잘 한다"는 덕담도 들은 적 있으니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뭣보다 아쉬운 이유는 명절이나 제사와 함께 우리 고유 음식들과 그에 깃들인 '무언가' 또한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여러 책에서 읽었다. 명절과 제사 덕분에 우리 음식문화가 더욱 발달했다고, 우리 고유 음식으로 알고 있는 음식들 대부분은 명절과 제사 때 먹던 음식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이다.
이런지라 TV 등을 통해 옛 전통과 풍습이 가장 많이 살아있는 종가와 종부 등 종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면 고단한 생활이 짐작되어 일종의 연민이 생긴다. 그러다가도 함께 소개되곤 하는 종가의 내림음식을 접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앞서곤 한다.
이번 추석에도 전통과 풍습을 따르자니 힘들고 놓자니 막상 아쉬웠을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문득 '아랫동서 셋을 둔 어떤 큰며느리가 동서 각자 형편에 맞는 차례 음식을 준비해 차례 당일 날 모이게 하면서 명절 스트레스가 사라졌다'는 기사가 생각난다. 이처럼 전통과 풍습을 따르면서 스트레스 덜 받고 가족이 화합하는 명절을 지내는 가족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을 담아 오늘날 여성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는 명절과 제사 음식, 그에 깃들인 전통과 풍습을 그 어떤 책보다 많이 소개하는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와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 <주전부리>를 소개한다.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책표지. ⓒ 담앤북스
몇 년 전 윤두서 관련 책에서 해남 윤씨 집안의 염전 사업에 대해 읽었다. 우리에게 눈빛이 매섭고 강렬한 초상화로 유명한 해남 윤씨 윤두서는 윤선도의 증손자이자 정약용의 외증조부다. 해남 윤씨 집안은 해남을 비롯한 근방에서 큰 일가를 이루고 살았는데, 집안이 염전 사업을 한 이유는 굶는 날이 더 많은 배고픈 이웃들을 위해서였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든 필요한 사람은 곡식을 퍼가라고 큰 뒤주에 곡식을 늘 채운 후 문을 열어뒀다는 류이주 종가(운조루)이야기나,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며 해마다 수확하는 3천석 중 2천석을 남에게 베풀었다는 경주 최씨 부자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이다. 이런 두 집안 이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해남 윤씨 집안 염전 이야기는 매우 신선했다.
옛날 부자들은 제사나 잔치 등에 음식을 충분히 장만해 집안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게 했단다. 재산을 가문이나 후손 영달에만 쓰지 않고 사회 환원을 실천했던 이들 집안들은 더했을 것이다. 이들 집안들은 어떤 음식들을 즐겨 먹었으며, 어떤 내림음식들이 있을까?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담앤북스 펴냄)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국에 밥을 마는 '국말이'는 이런 제사를 지내고 난 음식을 제사에 참석한 사람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효율적이면서도 맛있게 나눠 먹는 방법으로 탄생했을 것이다. 백일헌종택의 국말이도 제사 지낸 후 그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데서 유래했다. 백일헌종가 국말이는 밥 위에다가 고사리, 콩나물, 시금치, 숙주 등 나물을 얹은 다음, 끓인 육수(소고기국)를 부어 완성한다. 육수는 소고기, 파, 무, 대파, 다시마를 넣어 끓인다. 소고기는 양지를 사용한다. 윤순종 종부는 시집을 온 후 가장 많이 한 일이 제사를 지내고 국말이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한다. 종부는 이 국말이가 일제치하에서도 장군 집안의 전통을 유지하게 해주고,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자주 집안임에도 한사람도 다치지 않게 해 주었다고 한다.
종가의 후한 인심은 가울 벼농사 타작에서도 읽을 수 있다. 백일헌종가는 한국전쟁 전까지만 해도 천석 이상의 벼농사를 지었다. 종가에서 타작을 하고 난 다음, 마을 사람들은 이미 타작을 한 종가의 볏단을 다시 털었다. 그렇게 타작을 한 볏단을 털면 나락이 열 가마니 이상 나왔다는 것이다. 종가 어른들이 일부러 벼 이삭을 완전히 털지 않도록 했기 때문일 것이다. (논산 백일헌종가 국말이)
책은 ▲류이주 종가의 내림간장으로 만들어내는 소박한 밥상 ▲중요무형문화재인 경주 최씨 집안의 교동법주와 안주들 ▲해남 윤씨 종가의 비자강정 ▲화합을 다지는 매개 역할을 하는 봉화 충재 종가의 동곳떡 ▲독립운동가 안희제가 한보따리 들고 다니다 배고픈 독립군들과 나눠 먹었다는 의령 백산 종가의 망개떡 ▲가난한 이웃을 위해 심고 가꾼 나무 열매 도토리로 죽과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으며 굶주림과 고통을 이겨낸 사연의 영양 석계종가 도토리죽 ▲'일꾼들의 밥상이 가장 화려해야 한다'며 일꾼들을 위해 여러 가지의 떡과 보양음식들을 장만해 대접했다는 강릉 명숙공종가의 질상과 못밥 ▲일제강점기 일본 바둑을 눌러 민중들의 울분을 달래줬다는 바둑 기인 노근영 집안에서 바둑 미생들을 위해 준비한 사초국수 등 43 종가의 음식들을 '먹 치레'와 '술 치레'로 나눠 소개한다.
이야기마다 종가 시조나 중요인물에 대해 녹여 썼는데 뒤에서 다시 2쪽을 만들어 별도로 소개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종가기행과 전통음식기행, 역사인물 기행을 각각 완벽하게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던 책이다. 2014년 6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전국 종가를 취재, 영남일보에 격주로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수정·보완해 발간한 책이라고 한다.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
▲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책표지. ⓒ 오픈하우스
2014년 봄에 읽었다. 계절별로 10종가씩, 40종가 계절음식 2, 3가지를 소개했다. 대략 100가지다. 목록을 훑으며 '종가가 이렇게 많나?' 생각했다.
먼저 소개한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란 책이 나오기 전이다. 그때 생각이 나 목록을 비교해보니 중복되는 종가도 있지만 두 권 각각 독자적으로 소개하는 종가가 더 많다.
게다가 흥미롭게도 두 책이 소개한 음식들은 별로 중복되지 않는다. 종가 음식이 몇 되지 않을 텐데 어떻게?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는 제사나 명절, 손님 접대 등에 주로 하던 종가 내림음식들이 위주다. 그런데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은 내림음식과 함께 조상들이 평소 해먹던 음식들을 종부 지혜로 현대 입맛에 맞게, 과한 영양은 줄이고 모자란 영양은 더해 평소 즐겨 해먹는 반찬들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권 다 음식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종가에 깃들인 역사나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니 이 두 권만으로 우리나라 모든 종가를 접할 수 있겠다 싶다. 그에 이처럼 소개하는 음식들이 중복되지 않으니 훨씬 많은 종가와 종가 음식 관련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주제는 같아도 누가 쓰는가에 따라 다르다.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은 종가를 대표하는 역사인물보다 현재 종가의 전통을 잇는데 가장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종부 이야기에 비중을 많이 뒀다. 종부만의 요리 팁이나, 음식재료의 영양이나 특징 등을 쪽지처럼 작은 공간으로 내용에 끼워 넣은 것도 돋보이는 특징이다.
세월과 함께 묻히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그 어떤 요리책보다 건강한 음식들이 많이 소개된, 그것도 밥반찬들이 주로 소개된 책이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읽던 2014년 봄, 따라해 보고 싶은 음식들이 많았음에도 그간 바람만큼 활용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쉽게 펼쳐볼 수 있는 곳에 두고 자주 펼쳐 가급 많은 음식들을 따라해 가족들에게 대접할 생각이다.
<주전부리>
▲ <주전부리> 책표지. ⓒ 동녘라이프
수입되어 오는 동안 변질되거나 해충의 피해를 막고자 살충과 같은 어떤 조치를 해야만 하고, GMO작물일 가능성이 높다. 먹거리로 바람직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차례나 제사상에 올린 후 먹는 우리 전통 과자들이나, 오래전부터 주전부리로 먹던 것들은 쌀을 비롯한 깨나 콩과 같은 곡식들과, 고구마 등으로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흔히 사먹는 주전부리들보다 훨씬 바람직한 음식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가? 현대적인 설비와 방법으로 만들었을 것인데도 우리 전통과자들은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만들지 못하는 만큼 아무 때나 쉽게 먹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멀리하게 된다.
건강한 우리 주전부리들. 어떻게 하면 쉽게, 그리고 즐겨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 입에 우리의 전통과자들이 낯설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전부리>(동녘라이프 펴냄)는 이런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관련기사 : 전통 '주전부리', 이거 다 어디갔어?).
여러 가지 떡이나 강정, 양갱, 식혜처럼 주전부리로도 먹을 수 있고, 차례나 제사상에 올리거나 손님접대 음식으로도 내놓을 수 있는 우리 전통 주전부리들과 달걀빵이나 호떡과 같은 길거리 주전부리들,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호박죽과 단팥죽과 여러 가지 음료들, 고구마경단과 고구마맛탕, 꽈배기나 술빵 등 다양한 맛의 주전부리 60가지 레시피를 담았다. 우리 간식 이야기와 동서양 간식이야기 등, 주전부리에 얽힌 이야기들과 함께.
'이렇게 만들면 어린 아이들도 참 잘 먹겠다' 감탄,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소개한 레시피도 몇 있다. 그동안 이 책 덕분에 가끔 양갱도 만들어 먹었고, 고구마나 단호박을 쪄서 경단을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했는데 "음식이 재치 있다. 음식 잘 한다"는 덕담도 들은 적 있으니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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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종부의 손맛 제작팀 이윤희) ㅣ2014-04-04ㅣ오픈하우스 ㅣ15000원.
-<주전부리>(백오연) ㅣ2011-12-23 ㅣ 동녘라이프 ㅣ1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