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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사진'을 많이 찍었던 이유

내 평생의 업(業)에 대한 단상

등록|2016.09.18 15:13 수정|2016.09.18 15:13
선친께서는 고작 단 한 장의 당신 사진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것도 내 아들의 첫돌 때 내가 선친을 찍어드린 사진뿐이다. 반면 나는 아이들의 사진이 참 많다.

이는 지난 사진이 없음이 거의 원한 수준으로까지 내 마음 깊이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이 어렸을 적엔 나의 직업이 유명 카메라 회사의 판매부장이었다. 따라서 만날 카메라와 필름을 수중에 지니고 있었기에 마치 사진기자처럼 사진촬영이 누구보다 용이한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 판매권역은 전국을 무대로 했는데 제주도와 북한만 빼곤 대한민국을 모두 가봤다. 사진은 당시의 순간을 구속하여 보여준다. 그래서 지금도 지난 사진을 보자면 흐뭇함이 묻어난다. 더욱이 아이들이 어렸을 적 모습을 보자면 세월이 참 빠름을 새삼 절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사람(인간)은 과거의 포로다. 또한 인생이란 가둠과 풂, 버림과 모음, 떠남과 돌아옴 등의 반복이다. 이러한 까닭에 사진을 간직한다는 건 대단히 좋은 습관이란 생각이다.

사진은 가둠과 풂은 물론이요 버림과 모음에 더하여 떠남과 돌아옴까지를 두루 포괄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의 지난 사진을 보노라면 마치 화톳불처럼 훈훈해져 오는 감정이 행복으로 연결된다.

지난 추석에 딸과 사위가 집에 왔다. 그래서 아내는 정성을 다해 집밥을 지어 내놨다. 식사를 마쳤기에 평소 작심했던 바를 실천에 옮겼다. 그건 바로 아이들의 지난 시절 사진을 분배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간직해온 사진이 너무 많은 터여서 아예 커다란 라면박스에 보관하고 있다. 그 박스를 개봉하면서 딸과 사위에게 말했다. "여기에 있는 사진을 보고 맘에 드는 건 다 가져가." 그러자 두 사람의 안색이 커다란 선물을 받은 양 금세 보름달로 바뀌었다.

"와~ 이 사진은 내가 서너 살 때 사진이네!" "이건 초등학교 졸업사진인 듯싶은데 지금 모습하고 별로 차이가 없어 보여." 그처럼 환호작약하며 사진을 고르자니 아내가 말추렴을 했다.

"예전엔 네 아빠가 사진을 하도 많이 찍기에 내가 잔소리깨나 퍼부었지, 하지만 오늘 이처럼 너희들에게 사진을 나눠주는 걸 보니 정말 흐뭇하고 뿌듯하구나. 네 오빠도 어서 결혼을 해야 며느리에게 이 사진을 나눠주련만..."

허름하기 짝이 없는 단칸방에서 살 적에도 아이들의 사진과 상장 등은 절대로 허투루 취급하지 않았다. 사진과는 별도로 아들과 딸이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에 다닐 때까지 재학 중에 받아온 각종의 상과 상장이 서가에 가득하다.

아버지께선 나의 어렸을 적 사진을 한 장도 남기지 않으셨지만 나는 진작부터 속어림으로 아이들의 사진 간직을 내 평생의 어떤 업(業)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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