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종교와 사상들이 저마다 외치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때로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우리네 일상에서 경험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진실은 단순하다고 합니다. 그 진실을 찾아 길을 나선 한 나그네의 소담스런 일상을 매주 월, 수, 금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말]
그를 기다리던 중년의 신사는 현대 심리 상담계의 살아있는 전설, 칼 로저스였습니다. 당시 55세. 시대를 호령하던 두 거인의 만남 그 자체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청중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한시간 남짓 진행된 공개 대화는 두 거인의 숨소리와 표정까지 살려서 나중에 출간됐습니다. 그날 대화에서는 79세임에도 안광이 형형한 마틴 부버의 절정에 달한 사상과 칼 로저스의 그것이 엇갈렸습니다. 서로 분야가 다른 연유도 있었지요.
그리고 20년 뒤, 부버는 세상을 떠난 지 오래고, 원숙한 경지에 이른 칼 로저스가 노년에 쓴 심리 상담분야의 바이블인 'A Way of Being'이 출간됩니다. 거기 언젠가 의기소침했을 때 용기 백배 나게 해준 한마디가 나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내부에 자아상과 자신의 태도, 자신이 결정한 행동을 변화시키고 성장케 할 수 있는 '거대한 원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원천은 어떤 경우에도 소멸되지 않는다."
때로 길 위에서 지쳤을 때 저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내게 있는 저 거대한 원천, 그것은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
누구나 저 원천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있는 저 심원한 '원천'은 여러 가지가 아닌 단 하나의 동일한 원천이라고 합니다. 인류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기신 석가모니와 예수께서도 한결같이 저 거대한 원천을 발견하고 경험했다지요.
석가모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부처다."
그 원천과 하나된 자만이 할 수 있는 얘기 같습니다.
그후 수백년 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바꿔서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너희는 빛이다."
제 귀에는 두분이 말씀하신 '너희'와 '부처'와 '빛'이 동일한 것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우리가 부처고 빛이라면 우리 모두에게 있는 저 거대한 '원천'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 원천이 우리의 일상과 무관할 수 있을까요. 많은 종교와 사상이 우리에게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일상이라는 과녁을 빗나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도, 근무 하는 오후 내내, 저녁 여가 시간에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저 거대한 원천이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쉰다고 합니다. 우리가 아직 느끼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할 뿐이라네요. 밝은 달이 짙은 구름에 가린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구름은 곧 지나가겠지요.
우리의 일상은 24시간 '마음'과 통해 있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마음이 뒤집히지 않고 고요한 항해를 이어가려면 힘이 필요하지요. 그 진짜 힘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저 거대한 '원천'에서 나온답니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뒤집히는 마음은 '나'가 아닙니다. 참다운 '나'는 부처고 빛이며 그 원천이겠지요.
일상을 통해 저 거대한 원천에 발을 담그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언제나 모두에게 친절하려 하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두 가지만 가져도 그 원천을 경험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때가 되면 그 거대한 원천은 각자의 경험 만큼 스스로 솟아난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휘영청 밝은 달이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출 것입니다.
▲ 마틴 부버와 칼 로저스당대를 풍미했던 두 거목 역시 저 거대한 원천을 발견했습니다. 그 원천에 어느 정도 몸을 담갔는지의 차이지요. 그들의 가슴 속에 거대한 원천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 Fre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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