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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가렸어도 달은 빛나고 있습니다

[살며 사랑하며 ⑪] 거대한 원천

등록|2016.09.21 11:46 수정|2016.09.22 15:56
많은 종교와 사상들이 저마다 외치는 소리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때로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우리네 일상에서 경험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진실은 단순하다고 합니다. 그 진실을 찾아 길을 나선 한 나그네의 소담스런 일상을 매주 월, 수, 금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말]
1957년 4월 어느날 저녁, 미시간 주립대 강당을 청중들로 가득 메운 채 연단에서는 중년의 신사가 상기된 얼굴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저만치서 백발의 노구를 이끌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다가오는 이가 있었으니, 세상에... 유대 영성운동의 대부 마틴 부버였습니다. 당시 79세.

그를 기다리던 중년의 신사는 현대 심리 상담계의 살아있는 전설, 칼 로저스였습니다. 당시 55세. 시대를 호령하던 두 거인의 만남 그 자체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청중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한시간 남짓 진행된 공개 대화는 두 거인의 숨소리와 표정까지 살려서 나중에 출간됐습니다. 그날 대화에서는 79세임에도 안광이 형형한 마틴 부버의 절정에 달한 사상과 칼 로저스의 그것이 엇갈렸습니다. 서로 분야가 다른 연유도 있었지요.

그리고 20년 뒤, 부버는 세상을 떠난 지 오래고, 원숙한 경지에 이른 칼 로저스가 노년에 쓴 심리 상담분야의 바이블인 'A Way of Being'이 출간됩니다. 거기 언젠가 의기소침했을 때 용기 백배 나게 해준 한마디가 나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내부에 자아상과 자신의 태도, 자신이 결정한 행동을 변화시키고 성장케 할 수 있는 '거대한 원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원천은 어떤 경우에도 소멸되지 않는다."

때로 길 위에서 지쳤을 때 저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내게 있는 저 거대한 원천, 그것은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

누구나 저 원천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있는 저 심원한 '원천'은 여러 가지가 아닌 단 하나의 동일한 원천이라고 합니다. 인류 역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기신 석가모니와 예수께서도 한결같이 저 거대한 원천을 발견하고 경험했다지요.

석가모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부처다."

그 원천과 하나된 자만이 할 수 있는 얘기 같습니다.

그후 수백년 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바꿔서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너희는 빛이다."

제 귀에는 두분이 말씀하신 '너희'와 '부처'와 '빛'이 동일한 것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우리가 부처고 빛이라면 우리 모두에게 있는 저 거대한 '원천'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 원천이 우리의 일상과 무관할 수 있을까요. 많은 종교와 사상이 우리에게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일상이라는 과녁을 빗나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도, 근무 하는 오후 내내, 저녁 여가 시간에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저 거대한 원천이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쉰다고 합니다. 우리가 아직 느끼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할 뿐이라네요. 밝은 달이 짙은 구름에 가린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구름은 곧 지나가겠지요.

우리의 일상은 24시간 '마음'과 통해 있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마음이 뒤집히지 않고 고요한 항해를 이어가려면 힘이 필요하지요. 그 진짜 힘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저 거대한 '원천'에서 나온답니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뒤집히는 마음은 '나'가 아닙니다. 참다운 '나'는 부처고 빛이며 그 원천이겠지요.

일상을 통해 저 거대한 원천에 발을 담그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언제나 모두에게 친절하려 하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두 가지만 가져도 그 원천을 경험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때가 되면 그 거대한 원천은 각자의 경험 만큼 스스로 솟아난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휘영청 밝은 달이 어두운 밤하늘을 밝게 비출 것입니다.

마틴 부버와 칼 로저스당대를 풍미했던 두 거목 역시 저 거대한 원천을 발견했습니다. 그 원천에 어느 정도 몸을 담갔는지의 차이지요. 그들의 가슴 속에 거대한 원천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 Fre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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