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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북한 수재민도 우리 국민, 수해 지원해야"

[스팟인터뷰] 대북제재 수위 높이려는 여권 내 '이색 주장', 전략적 효용성 더 강조해

등록|2016.09.19 16:40 수정|2016.09.19 18:40

▲ 지난 6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간사로 선임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께 북한 수해를 계기로 김정은과 북한 주민을 분리 대응하는 대북광폭정치를 펴라고 건의하고 싶습니다."

어느 야권 정치인의 주장이 아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재선, 부산 해운대갑)이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입장이다. 정부·여당이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을 계기로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정반대의 주장을 편 셈이다.

오히려 야권의 주장과 더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은 최근 북한 수해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핵 개발로 북한 지도부에 대한 적대감마저 드는 최근 상황이지만 이와 별개로 인도주의에 입각해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신속한 구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야권의 주장은 이번 수해 지원을 통해 북한 핵실험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던 한반도 정세를 풀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녹아있다.

반면, 정부는 사실상 '북한 수해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통일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요청이 있다고 해도 현 상황에서는 이것(수해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좀 낮지 않은가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먼저 제안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수해 지원을) 제안해야 한다"면서 "북한 주민도 우리나라 국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인도적 지원을 기본으로 하되, 전략적 접근까지 포함해 (수해 지역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즉, 수해 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친(親)남한 정서를 심어주면 이를 바탕으로 김정은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김정은과 북한 주민을 분리대응하는 대북광폭정치'도 이와 맞닿아 있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한국 정부가 함북 수해 이재민을 대한민국 국민처럼 돌볼테니 김정은은 적극 협조하라고 대북 선전 공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적 지원하되, 북한 주민 겨냥 대대적 홍보해야"

▲ (서울=연합뉴스) 북한 선전매체 '내나라'가 공개한 함경북도 지역의 홍수 피해 모습. 홍수로 가옥들이 파손되고 다리가 끊어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2016.9.16 <<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 내나라/연합뉴스


하 의원은 구체적으로 "(북한 수해 지원을) 친(親)남·반(反)김정은 정서 확산 계기로 잘 접근하면 북핵에 대한 북한 내부의 견제 세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수해 지원을 먼저 주도하고 이를 선전하면, 민생보다 무기 개발에 몰두하는 김정은 체제를 향한 북한 주민들의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 의원은 "오히려 보수 쪽에서 적극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해야한다"며 이를 '전략수단'으로 강조했다.

기존 지원과 달리, 북한 주민을 겨냥한 홍보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 의원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적이 없다"면서 "홍보나 선전을 적극 강화해야한다는 것이 기존 방식과 다른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은 북한 주민에 대한 애정이 없어 수해가 나도 (지원을 받아) 그 돈으로 핵이나 무기 개발하는데 먼저 쓰지 민생에는 안 쓸 것이다"라면서 "이 부분에 대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수해 지원을) 하면 주민들의 민심도 한국 편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략적 대북 수해 지원'이 가능한 이유로 함경북도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꼽기도 했다. 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함북은 탈북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가 빠르다"면서 "이런 지역에 박 대통령의 수해 전면 지원 선언이 발표 되면 함북 지역에서 '친 남한' 정서는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 가지 변수는 김정은 정권이 한국 정부의 협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다. 하 의원은 이 변수에 대비한 또 다른 전략을 준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수해 지원에 김정은 정권이 협조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차선책으로 기존 방식인 국제기구나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지원하되, 삐라를 뿌리거나 라디오 방송을 하는 등 북한 주민에 적극적으로 선전·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하 의원의 주장은 여당 내에서는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수해 지원과 관련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규탄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 필요성만 언급했을 뿐이다. 하 의원도 "주변 의원들도 (북한 수해와 관련)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당론은 아직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았으니 정해지지 않았고 자기 의견을 얘기한 것"이라고만 답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4일 "8월 29일부터 9월 2일 사이 함경북도 지구를 휩쓴 태풍으로 인한 큰물(홍수) 피해는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었다"면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포함한 인명피해는 수백 명에 달하며 6만8900여 명이 한지에 나앉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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