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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석면까지 떨어져... 위험한 학교 건물

경남도 일부 학교, 12일 지진에 천장 텍스 떨어지기도... 환경단체 "석면 자재 점검해야"

등록|2016.09.20 20:51 수정|2016.09.20 23:10
지난 12일 경북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경남 도내 학교에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일 경남교육청은 4.5 규모의 여진이 발생하기 전을 기준으로 창원·김해·거제·밀양·양산·의령·함안 등 7개 지역 49개 초·중·고등학교와 창원교육지원청 건물 3채에서 지진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 피해는 주로 건물 내·외벽 균열과 천장 텍스(타일) 탈락, 형광등·엘리베이터 등의 집기 파손이었다.

지진 피해 사진경주 지진으로 천장의 형광등이 떨어져 내리고 천장텍스가 파손된 포항의 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 ⓒ 환경보건시민센터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청 교육감은 19일 본청 월요회의에서 "이번 지진 피해 중 천장 텍스가 떨어졌다는 보고가 많이 있는데 텍스가 석면으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이 부분부터 우선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경북의 한 학부모는 "가뜩이나 계속되는 지진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더욱 불안하고 무섭다"면서 "교육당국은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 솔직하게 알려주고, 석면 철거를 위해 더욱 노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진으로 인한 석면 자재 노출 상태 점검해야"

환경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도 19일 성명서를 내고 "경주 지진을 계기로 학교를 비롯하여 모든 건축물의 석면 자재 파손 상태를 점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주 지진으로 포항의 한 고교 자습실에서 천장의 형광등이 떨어졌는데, 해당 천장 마감재는 3~6% 농도의 일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함유된 것이지만 지금까지 정부나 지자체의 지진관련 대처 내용과 언론 보도에서 지진으로 인한 석면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천장에서 떨어진 텍스는 조각나서 교실 곳곳에 흩어졌고, 석면 먼지가 교실을 뒤덮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고베 지진과 후쿠시마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도 파괴된 건물의 잔재를 치우는 작업자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며 "공공건물과 다중 이용 시설물에 석면 지도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비치하고 화재·지진 시 행동요령을 교육할 때 석면에 관한 내용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천장의 석면텍스가 파손되어 떨어져 내릴 때,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대피하여 석면 먼지를 흡입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등 오래된 건물은 아직도 석면이 그대로

지진 피해 사진(창원)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경남 창원시내의 한 초등학교 교실 천장 모습 ⓒ 경남교육청


지진 피해 사진(밀양)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경남 밀양의 한 고등학교 교실의 천장 붕괴 모습 ⓒ 경남교육청


건축 자재로 널리 쓰인 석면은 먼지 형태로 폐에 들어가 폐암·악성중피종·석면폐증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는 석면 사용이 중단되긴 했지만 과거에 지어진 학교의 천장 대부분은 석면 자재로 이루어져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연구원은 전국의 초중고 건물의 80% 이상이 석면 자재를 사용한 건물이라고 보고있다. 교육부는 올해 7월 기준으로 전국 2만여 개의 학교 중 68.2%의 학교 건물이 석면이 사용된 석면 건축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석면이 암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당국은 매년 예산을 확보해 500여 개 학교씩 석면을 제거하고 있다.

침묵의 살인자 석면석면은 먼지 형태로 폐에 들어가 폐암·악성중피종·석면폐증 등을 일으키는 침묵의 살인자로 알려지면서 197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1급 발안물질로 규정하였다. ⓒ 환경부


불멸의 1급 발암물질우리나라에서도 2009년부터 석면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 환경부


문영민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석면함유 건축물 관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학교(2013년 7월~2014년 4월 기준) 건축물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학교 2225개교 중 석면 자재를 사용한 학교는 1566개교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하여 석면텍스 제거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약 46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문영민 의원은 "현재 학교 석면텍스를 교체할 경우 철재레일 전면을 철거하고 재설치하는 공사방법을 취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기존 철재레일은 깨끗하고 유지가 잘 된 곳이 많다. 따라서 이를 재사용할 경우 약 1200억 원인 25%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그 절감 예산으로 더 많은 석면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흥규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위원은 "일부에서 석면은 그대로 가만히 놔두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번 지진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석면에 덧칠을 하거나 덧대는 방식이 미봉책이라는 것이 드러났으니 이제는 석면 존치에서 석면 전면 제거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당국은 늘 예산타령만 하는데, 지진이 아니라도 학교 천장의 석면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아이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니 우선적으로 예산투자를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이후 국민들의 안전의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문제만큼은 국가에서 책임지고 예산을 투입해 조속히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면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먼지 형태로 폐에 들어가 폐암·악성중피종·석면폐증 등을 일으키는 침묵의 살인자, 석면 ⓒ 환경부


덧붙이는 글 이와 유사한 내용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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