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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야권 막강 대선주자는 김부겸, 안희정"

[관훈토론] 안철수 '제3지대론' 비판도 "국민 숙제 미루고 권력잡기 게임만"

등록|2016.09.21 16:38 수정|2016.09.21 17:22

▲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답해야할 질문이 있다."

여권 예비 대선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당내 유력 대선 후보인 반 사무총장에게 "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려 하는지 스스로 답해야 한다"며 '돌직구'를 날렸다. '반 총장은 여당 후보로서 과연 적합 인물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제기였다.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 참석한 남 지사는 "반 총장이 내년 1월에 귀국한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리겠지만, (대선 후보로서) 답해야할 세 가지가 있다"며 입을 뗐다.

"반기문, 스스로 왜 새누리당 후보인지 설명해야"

먼저 남 지사는 "대선 출마를 할 것인지, 한다면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변화를 얼마나 어떻게 고민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임기 10년 동안 해외에 있었던 반 총장이 현 국내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겠느냐는 간접 비판이었다.

그는 그 근거로 구체적 법 조항까지 들었다. 남 지사는 "헌법 67조와 공직선거법 15조를 보면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40세 이상에게만 대통령 피선거권을 준다고 돼있는데, 물론 공무로 인한 해외 파견일 경우는 예외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법 조항에 담긴 정신은,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우리 사회 문제에 깊은 성찰과 고민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 후보 자격이 있다는 뜻 아니겠나"라면서 "반 총장은 (해외에 있는 동안) 그런 성찰이 있었는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반 총장의 강점으로 꼽히는 대북 영향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안보 문제로 불안한 국민들이 반 총장의 역할을 기대를 하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반 총장이) 10년간 북핵 문제를 위해 어떤 노력과 성과를 보여줬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국내에 들어오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성과를 가져 올 수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남 지사는 반 총장의 '새누리당 사람'으로서의 자격을 따져 물었다. 그는 "반 총장은 왜 새누리당 후보인가, 단순히 지지율이 높아서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리 당의 혁신과 변화에 관해 어떤 고민을 했고, 또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야권에 비해 '인물'이 적은 여당이 인지도가 높은 반 총장을 어쩔 수 없이 내세우고 있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남 지사는 "자칫 다른 대안이 없다보니 고육지책으로 내는 후보가 아닌가, 스스로 이런 상황을 반성을 하기도 한다"면서 "그런 우리 당의 상황에 반 총장이 어떤 답을 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당 내부 경쟁력이 약화되다보니, 반 총장과 같은 '알려진 인물'이 주목 받게 됐다는 주장이다. 남 지사는 비슷한 예로 지난 대선 당시 야권의 문재인 후보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내부 경쟁력이 떨어지면 바로 누굴 모셔와 대선 후보로 만드는데,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도 이러한 고육지책 후보였다"면서 "(문 후보가) 열심히 했지만 패배하지 않았나, 새로운 영웅을 모셔다가 (후보를) 내자는 발상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는 일부  친박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 총장의 모습도 반길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계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가 국민에게 얼마나 공감을 사겠나"라면서 "민심은 찢어진 여야를 하나로 묶으라는 건데, 여야도 아니고 특정 계파의 지지를 받는다고 도움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야권 막강 대선 주자는 김부겸, 안희정... 안철수 제3지대 경선은 거절"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5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내일정을 마치고 출국하고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반 총장 뿐 아니라 여야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들에 대한 남 지사의 '평가'도 요구됐다. 여권에서는 새누리당 유승민·김무성·나경원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그리고 야권에서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희정 충청도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특히 남 지사는 모병제를 두고 '온라인 찬반 토론'을 나눈 유승민 의원에 대해 "평소에도 함께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 의원과는) 협력적 관계로 볼 수 있다"면서 "정쟁이 아닌 (모병제와 같은) 가치 논쟁을 당내에서 항상 하고 싶었는데, 그런 뜻에서 (유 의원의 반대 의견에) 즉각 반응한 거다"라고 밝혔다(관련 기사 : 한자릿수 지지율... 무게감 떨어진 새누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권 도전에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남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전에 많이 선거에서 떨어지셨고, 링컨 대통령도 7번인가 떨어졌다"면서 "(오 전 시장이) 이번 총선에서 떨어진 것이 일부 장애가 될 수는 있겠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야권 주자 중 가장 위협적인 주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대세' 문재인 의원이 아닌 김부겸 의원과, 안희정 지사를 꼽았다. 남 지사는 "우여곡절 끝에 김부겸, 안희정이 문재인을 꺾는다면 그들이 막강한 후보가 되지 않겠나"라면서 "김 의원은 포용성이 높은 정치인이고, 안 지사 또한 친노 적자로 불리면서도 굉장히 유연한 태도를 지녔다"라고 치켜세웠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친박·친문을 제외한 후보들의 '제3지대' 경선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남 지사는 "저는 새누리당으로 시작해 새누리당으로 끝날 것"이라면서 "안 전 대표의 제안은 감사하지만 제3지대를 만들기 전에 먼저 현 국회 지도자들이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일축했다. 그는 "당장 하라는 숙제도 안 하면서 엉뚱하게 권력잡기 게임만 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걱정된다"며 안 전 대표의 '제3지대론'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토론회 말미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겨냥한 쓴 소리도 나왔다. 남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더 많은 소통을 통해 국민 의견을 듣고 여야 간 소통의 선봉장으로 서주길 바랐다"면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의 시대정신을 묻는 질문에도 "이젠 카리스마, 영웅의 (지도자) 시대는 갔다"면서 국민을 설득하고 권력을 나눠 지혜를 받아들이는 덕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자진 사퇴하는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이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이날 토론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2시간가량 진행됐다. 남 지사에 이어 안희정 충남도지사(22일), 박원순 서울시장(27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내달 6일) 또한 언론인 단체 관훈클럽이 주최하는 관훈토론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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