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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나면 장애인은 더 불안, 안전대책 세워야"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창원장애인차별상담전화 지진대책 촉구

등록|2016.09.27 17:48 수정|2016.09.27 17:48
"활동보조인은 퇴근하고 혼자 있는데 갑자기 땅이 흔들려서 장롱이 넘어지는 줄 알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지은 지 오래되어 흙벽에 스레트 집이라 금방 무너질 것 같았다. 마당에라도 기어나가야 하는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지 두렵기만 했다. 아는 사람한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전화까지 불통이었다."

"아파트 11층에 살고 있는데 갑자기 집이 흔들렸다. 청각장애가 있는 부인과 단 둘이 있었는데, 영문을 몰라 텔레비전을 켜보니 뉴스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자막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간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줄 알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조건 집 밖으로 뛰쳐  나왔다."

지체장애 1급 조효영(김해 동상동)씨와 청각장애 1급 곽동운(창원 내서)씨가 지난 12일 저녁 발생했던 지진 때 겪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조씨는 "지진이 났을 때 대처 방법을 모르겠고,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고, 곽씨는 "긴급 재난 방송에 수화통역이 지원되지 않아 지진 발생 당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어 더 불안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사)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창원장애인차별상담전화 회원들은 27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들을 위한 지진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조·곽씨를 비롯한 (사)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창원장애인차별상담전화 회원들은 27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들을 위한 지진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2일 규모 5.1과 5.8에 이어 19일 4.5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후 계속해서 여진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누구보다 장애인들은 더 불안한 것이다. 경남지역 장애인은 18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한반도 전체가 지진에 대한 공포로 휩싸여 있지만, 정작 정부는 '더 이상의 큰 여진은 없을 것이고, 안심하라'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남도의 책임도 지적했다. 이들은 "경남도청 홈페이지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안전 매뉴얼은 그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며 "지진 발생시 지역에 살고 있는 장애인은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남도 차원의 안전대책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활동보조 서비스가 24시간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지진과 같은 긴급 재난이 발생되었을 때, 누군가의 도움없이 이동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들은 죽음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단체는 "경남에 살고 있는 18만 장애인, 그 누구도 대피 방안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부터라도 경남도가 지역에 살고 있는 장애인의 긴급 재난 대비를 위해 관공서와 119구조대 등 체계적인 비상연락망 구축과 재난 대응 키트 구비는 물론 재난피해가 발생했을 때 재난지원팀을 구성하여 우선적으로 긴급 피해조사와 신속히 복구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경남도는 장애유형별 재난 안전대책 매뉴얼을 제작하여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긴급 재난 발생 시 장애인들이 지금 자신이 있는 자리가 자신의 무덤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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