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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면 돈 더준다는데, 왜 성과평가제 반대할까?

[서평] 팀 베이커의 <평가제도를 버려라>

등록|2016.09.29 11:11 수정|2016.09.29 11:42

▲ 지난 26일 민주노총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2차 총파업 - 총력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모습. 이들은 "오는 27일 공공운수노조를 시작으로 28일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 등 총 18만 여명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 최윤석


9월 27일부터 전국철도노조, 서울메트로노조, 부산지하철노조가 연대파업에 돌입했다. '성과연봉제'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국토부 방침에 반발하는 이들은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 결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라면서 무기한 파업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연일 "성과대로 연봉을 준다고 해서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있는 건 결코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란 기존 호봉제와 달리 입사 순서가 아닌 능력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임금을 근속연수와 직급이 기준이 아닌 한 해 개인별 목표 대비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두는 제도다.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이 성과연봉제 확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통해 30개 공기업에 대해서 6월까지, 90개 준정부기관에 대해서는 2016년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성과연봉제, 왜 '반대'인가?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통해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정규-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또 성과가 높은 직원에게 더 많은 연봉을 지급한다는 데 대해 반대 명분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은 왜 이토록 파업까지 강행하며 반대하는 것일까. 우선 이들이 주장하는 성과연봉제 반대 이유를 들어보자.

이들은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 노동자를 더욱 쉽게 통제하고 해고하려는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은 처우를 원한다면 더 많은 성과를 거둬라"라는 정부의 태도에 반해 노동계는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무리한 요구"라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날 전국철도노조의 김영훈 위원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파업은 임금 조건을 사전협의 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말처럼 불이익이 없다면 누가 무노동·무임금까지 감수해가며,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가면서 파업을 하겠느냐"라고 항변했다. 공공의 영역에서 효율성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28일부터 파업을 예고한 보건의료노조 역시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을 통해 "병원 성과연봉제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병원 업무특성이나 조직문화에 전혀 맞지 않는 제도로 의료공공성을 파괴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병원 특성상 성과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환자의 생명이 얼마나 더 좋아지는지 수치로 재는 건 불가능하고, 성과연봉제 역시 부서 간 경쟁을 유발해 협력도 어렵게 만들어 결국 의료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정말 정부의 말처럼 성과연봉제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과도한 부채, 낮은 생산성 등 문제점을 해결할 가장 강력한 카드일까?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쟁점으로 공공 부문의 성과가 과연 측정 가능한 것인가와 이로 인해 공공서비스의 질이 나빠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철도-건강보험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철도-건강보험노조 수도권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 최윤석


우선 노동계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공공 부문 업무성과는 구성원들의 팀워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별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1978년 이후 세 차례나 공공 부문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한 원인도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 때문이었다.

정말로 성과연봉제는 성과를 높여줄까. '일하는 조직문화' '경쟁력 강화' '조직 개혁'에 성과연봉제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일까. 최근 성과 중심의 평가가 노동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지만, 평가를 하는 측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측의 갈등은 더욱 격화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서로의 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이 제도를 시행해야 할 사용자들은 먼저 근본적인 문제에 답해야 한다. 왜 하필이면 지금 '성과 평가'인가? 근로자들의 등급을 매기는 이 제도가 과연 조직의 효율과 개혁에 도움이 될까?

조직에도, 직원에게도, 성과에도 독이 된 평가제도 

평가제도를 버려라 저자저자 : 팀 베이커, 역자 : 구세희, 펴낸곳 : 책담, 출간일 : 2016.06.24. ⓒ 책담

위너스 앳 워크(Winners at Work)의 국제컨설턴트인 팀 베이커는 책 <평가제도를 버려라>에서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우선 성과평가제도는 사실상 성과를 갉아먹는 작업인 동시에 치명적으로 비생산적이라고 단언한다. 성과 평가로 불리는 낡은 평가 시스템이 이제는 정말 쓸모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우선 성과평가는 시간과 비용 낭비, 관계 파괴적 관리자의 독백, 피드백은 없는 등급만 매기는 작업, 그리고 모두가 부담스러워 하는 서류 작업이라고 규정한다.

직원이 100명인 한 기업이 있다. 보통의 기업들처럼 여기에서도 1년에 1시간짜리 인사고과 면담을 두 번 치른다. 그러니까 1년에 200시간을 인사고과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평가자와 평가받는 사람은 두 명이니, 400인 시(人時)가 들어간다. 여기에 면담을 준비하기 위해 두 사람이 각각 30분씩을 투자한다고 치면 200시간이 추가된다. 이제 합은 600시간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 시간에 관리자와 직원들은 각자의 핵심 업무를 못했다. 이에 따른 기회비용은 600시간이다. 그러니 이 기업은 1년에 총 1200시간을 인사고과에 투자한 셈이다. 이만한 시간을 쓴 대가로 그 조직은 어떤 결과물을 얻었을까? 관행이라기에는 너무 심한 인력 낭비가 매년 반복되는 건 아닌가. 문제는 시간만이 아니다. 팀 베이커는 성과 평가제도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 성과 평가는 건설적인 대화의 시간은커녕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공식적인 평가라는 개념은 권력관계를 바탕으로 하며, 대화가 아닌 독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 평가의 형식이 자유로운 논의를 억압한다. 
▲ 1년에 한두 번 열리는 성과 평가는 지속적인 피드백의 과정이라기보다 일회성 행사에 가깝다. 
▲ 평가 시스템 자체가 행정 업무나 서류 작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 성과 평가에 후속 조치가 즉각적으로 따르는 경우는 거의 (혹은) 전혀 없다. 
▲ 등급을 매기는 사람도, 평가를 받는 사람도 모두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팀 베이커에 따르면 기업에서 이러한 평가 방식은 조직에도 직원에게도 특히나 성과에는 더욱 독이 될 뿐이다. 그런데도 성과 평가가 현재와 같은 모습인 건 군대에서 유래됐기 때문이다. 상급자 혹은 관리자가 옳다는 강력한 전제 아래 형성된 권력 불균형은 오직 평가의 대상일 뿐인 직원들을 수동적이고 시큰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더 나은 성과를 위해 혁신적·창의적·자발적 조직 문화에 투자한다면서 한편으로 성과 평가를 유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 가드너 교수는 <성과 압력 부작용에 대한 실증연구>에서 성과압력이 높아지면 그 부작용으로 '대충 그저 그런 결과물'만 도출되기 쉬우며, 실제적인 성과는 오히려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자칫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가시적인 단기 성과에만 몰두하도록 조장하고, 특수적 전문지식보다는 일반적 전문지식만 주로 사용하여 오히려 조직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중견기업들이 장기침체를 겪으며 직능급에 내재된 임금의 연공서열을 대폭 손질하고 역할·직무급을 도입하는 등 성과주의를 도입했던 일본의 실패 경험에서 잘 찾아볼 수 있다.

후지쯔에서 근무한 조 시게유키는 책 <후지쯔 성과주의 리포트>(들녘 출간)에서 잘못된 성과주의가 어떻게 한 기업을 병들게 했는지와 성급한 성과주의 도입으로 인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특히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기업에 단순히 성과평가를 도입할 경우 평가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팀워크가 해체되고 이직이 늘어났다고 회고했다.

최고의 기업들은 '등급'으로 직원을 평가하지 않는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 GE, 갭, 어도비, 엑센츄어 등 다국적 기업 30여 곳에서도 직원들을 등급으로 평가하는 제도를 과감히 버렸다. 가혹한 성과 평가를 시행한 후 기업 가치가 30여 배나 뛰었던 GE조차도 지금은 잊힌 옛날 이야기처럼 과감히 성과 평가를 없앴다. 이제 미국과 유럽에서는 '잭 웰치식 경영지침을 찢어버리라'는 말이 결코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 왜 지금 최고의 기업들은 줄줄이 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걸까?

"관리자는 예측 가능한 일련의 기준, 예를 들자면 정해진 프로세스나 절차와 비교해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고 감독할 수 있다. 우리는 핵심 성과지표에 집착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지표를 기준으로 직원의 성과를 측정하면 직원의 역할을 단순화·규격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오늘날 시장의 점점 빨라지는 변화 속도는 완전히 다른 업무 방식을 요구한다. 

사람들이 내리는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어떤 의사결정은 '흑 아니면 백'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반응은 아무 의심 없이 정해진 운영 절차를 따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전에 대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이 유형에 속한다. 

한편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창의력이 필요하거나 그 나름의 독특한 상황에 맞는 독창적인 해결책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에 제품을 배달하는 트럭 운전사가 도착지에서 물건을 받는 직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표준 운영 절차는 아니지만, 그는 곧장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대신 짐을 내리고 보관하는 곳까지 옮기는 것을 도와주는 편을 택할 수 있다. 그러면 도움을 받은 기업은 고마워할 것이고 그 결과 두 기업 사이에 선의가 더 커져 향후 재주문이 들어올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세 번째 유형은 직원이 곤경에 처한 상황이다.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가? 흑도 백도 아니고, 창의적 접근법이 완벽히 어울리는 상황도 아닌 이런 경우에는 의사결정이 가장 어려울 수 있다." - '혁신과 지속적인 개선' 중에서 

▲ 성과 평가제도의 폐해를 줄이고 그 시간에 성과에 전력할 수 있게 만드는 '수평적 대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 pexels


그렇다면 이를 극복할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성과 평가제도의 폐해를 줄이고 그 시간에 성과에 전력할 수 있게 만드는 5가지 수평적 대화 시스템을 제시한다. 실제로 성과 평가를 폐지한 세계적 기업들은 하나같이 지속적 대화와 피드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팀 베이커는 그 대화의 방법을 조직 내의 분위기 포착부터 직원의 강점 파악, 개선점 찾기, 다차원적 학습, 능동적 혁신까지 5가지 체계로 분류해 현장의 사례와 함께 조목조목 짚어준다.

조직의 전략적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불필요한 업무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것이 바로 성과평가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평가자와 평가받는 자 사이의 관계다. 성과평가방식은 결코 이들이 좋은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평가를 위한 관계는 가짜 업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혹시 당신은 지금 가짜업무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는 정부와 공공기관, 노조 모두 머리를 맞대고 앉아 정말로 국민 편익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노사가 충분히 협의해 절차적 정당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일방통행만 고수하다 "어! 이 길이 아닌가벼…"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애덤 스미스가 240년 전에 <국부론>에서 경고한 성과연봉제의 비극이 떠오른다.

"노동자들은 성과급제 임금에 의해 과로하기 쉽고, 수년 안에 자신의 건강과 육체를 망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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