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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공에 무너졌지만 서울도 박수 받을 만했다

[ACL 4강 1차전] 전북에 3골 차로 대패한 서울, 투지 빛났다

등록|2016.09.29 17:07 수정|2016.09.29 17:07

▲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4강 1차전. 전북 임종은(위)과 이재성(아래)이 공중볼을 따내려다 충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예상치 못한 스코어였다. 전북 현대가 올 시즌 막강한 화력을 보여 왔지만 3골의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쉽지 않았다. 더욱이 FC서울은 이번 패배로 시즌 네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하며 자존심에 타격을 입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오오렐레(득점 후 전북현대 서포터즈의 응원가)가 네 번 울려 퍼졌다. 다소 굴욕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서울 역시 전북과 함께 10년 만에 K리그 팀들 간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 대진을 만들 만큼 실력 있는 팀이다. 후반은 서울이 전북을 압도했다. 전반 세 골을 넣은 전북도 후반 김신욱의 네 번째 득점이 터지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경기였다.

수동적이지 않은 대처

ACL 4강 1차전은 전반에 해당한다. 3주 뒤 자신의 홈에서 2차전을 하는 서울의 입장에서는 원정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득점을 터트리고 안방으로 들어오는 게 중요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전북과 ACL을 앞둔 리그 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성남FC를 상대로 백스리(back three)를 실험했다. 리그 최강의 공격을 자랑하는 전북의 공격수를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

예상대로 서울은 오스마르·김남춘·곽태휘를 세운 백스리로 경기에 나섰다. 여기에 부상에서 돌아온 파이터형 미드필더 김원식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고, 주세종과 이석현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최전방엔 스피드가 좋은 아드리아노와 볼을 소유하고 패스를 넣어 줄 수 있는 데얀을 투입했다. 역습을 노리는 선수기용이었다.

그렇지만 서울은 마냥 내려서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전반 10분 동안은 강하게 밀어붙였다. 전반 3분 전북 진영에서 프리킥을 얻어내 곽태휘가 호쾌한 슈팅을 시도했다(수비벽에 막혀 공식적으로 슈팅으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전북이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향해 지속적으로 볼을 투입하자, 서울의 수비진은 김신욱에 붙어있지 않고, 김신욱이 볼을 떨어뜨려 줄 만한 위치에 먼저 움직임을 가져가는 적극적인 대처 방식을 택했다.

전술적 수정, 달라진 후반

▲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4강 1차전. 전북 최강희 감독(오른쪽)과 서울 황선홍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 서울은 전북의 레오나르도 로페즈의 스피드, 김신욱의 높이, 김보경 이재성의 중원에 밀렸다. 세 골 차이나 났다. 자칫 원정에서 무너질 수 있는 흐름이었다. 황 감독은 전반이 끝나고 선수들에 "득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전반 자신이 들고나온 전술의 문제를 수정했다.

후반 정인환을 투입하며 스피드로 고생하던 오스마르를 최적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로 올렸다. 그리고 주세종과 이석현에 좀 더 직선적인 역할을 부여했다. 전반은 전북의 일방적인 경기였다면 후반은 서울의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전반 내내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서울은 후반에만 9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한 골을 따라잡았다. 아드리아노와 데얀이 살아나면서 둘을 막던 최철순도 고전했고 옐로카드를 받으며 2차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서울은 90분 내내 포기하지 않았고 투지를 보였다. 세 골 앞서가는 전북이 맘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서울은 패했지만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경기를 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친 후 "2차전에서 우리는 어차피 공격에 힘을 실어야 한다. 실점 위험은 있겠으나 그게 무서워서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는 게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황 감독의 말처럼, 서울은 2차전 안방에서 홈 팬들에 더 큰 박수를 받을 만한 경기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종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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