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동안 환불한 치약만 대형 박스 5개 분량"
가습기 살균제 치약 논란... 대형마트 고객센터 업무 2배 증가, 90%가 환불 고객
▲ 29일 오후 홈플러스 평촌점에서 한 고객이 아모레퍼시픽 치약을 환불받고 있다. ⓒ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유해물질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가 함유된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에 대한 환불 방침이 발표된 가운데 대형마트에 치약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9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빗발치는 고객들의 환불 접수를 처리하기 위해 고객센터 지원 인력을 늘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밝혔다.
29일 오전 9시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마트 양재점의 제품 판매 코너는 쇼핑객이 없어 한산했다. 하지만 고객센터에선 치약을 환불받기 위해 삼삼오오 대기 중인 고객들을 볼 수 있었다.
유모차에도 치약이... "다른 제품도 안전한지 불안하다"
▲ 이마트 양재점 고객센터 앞에 게시된 치약환불 관련 안내문. ⓒ
이른 아침 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주로 50~60대 이상의 장년층 고객들이 많았다. 아기와 함께 나온 젊은 주부들 중에서는 유모차 수납공간에 치약을 싣고 나온 경우도 있었다.
오전 10시경 이마트 양재점을 찾은 50대 주부는 "치약 14개 가져와서 3개를 제외하고 3만 원 정도 환불받았다, 쓰던 치약도 환불해준다고는 하지만 꺼림칙해서 갖고 오지 않았다"고 말하며 "환불대상이 아니라면 몸에 해롭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만 다른 제품도 안전한지에 대해선 전문 기관이 확인해주기 전까지는 못 믿겠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오전 11시 20분 이마트 역삼점 고객센터에서도 서너 명의 고객이 치약을 환불받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있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것. 27일 오후부터 환불 조치에 들어간 이마트 역삼점에서는 28일 하루 동안 대형 기저귀 박스 5개 분량의 치약을 환불조치 했다고 밝혔다.
주현자 이마트 역삼점 매니저는 "어제부터 고객센터 업무가 평소보다 늘었으며 80% 이상이 치약 환불 고객을 응대하는 일이라 무척 바쁘다, 환불 대상이 아닌 치약을 가지고 와 되돌아가는 고객들도 많은데 온라인을 통해 먼저 환불 대상 제품인지 확인해보고 매장에 오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오후 2시 30분 롯데마트 의왕점 고객센터에는 30명 이상의 고객이 번호표를 뽑아 들고 평균 10~15분씩 대기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고객센터 업무량이 2배 이상 늘어난 데다 10명 중 9명은 치약 환불 고객인 상황이라 2명의 지원 인력을 더 투입해 치약 환불 업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민경돈 롯데마트 의왕점 영업지원파트장은 "저희 지점이 어제 휴무여서 사실상 오늘부터 치약 환불 조치를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고객들이 몰려와 실시간 집계가 힘든 상황이다, 저희 잘못이 아닌데 항의하시는 고객들이 있어 난감하지만 고객센터에서는 당분간은 치약 환불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 29일 오후 롯데마트 의왕점 고객센터에도 치약을 환불받기 위해 대기하는 고객들로 붐볐다. ⓒ
오후 4시 홈플러스 평촌점에는 한 70대 남성이 추석 선물로 받은 치약 선물세트 박스 2개와 비닐봉지 한가득 치약을 가져왔으나 대부분 환불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항의하기도 했다. 일부 젊은 고객 중에는 마트 측에 문제 있는 제품을 판매한 것에 관해 따지는 경우도 있었다.
대형마트 3사는 제품의 종류와 중량에 따라 1500원, 3500원, 5000원 세 가지로 분류해 상품권 또는 현금으로 환불을 실시하고 있으며, 구매처, 구매 일자, 사용 여부, 본인 구매 여부, 영수증 소지 여부, 결제 수단 등에 관계없이 환불해주고 있다.
대형마트 3사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특별한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환불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주가 지나면 치약이 어느 정도 회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잠정적으로 이마트는 연말까지, 롯데마트는 10월 25일, 홈플러스는 10월 20일 경까지 환불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식약처 "국내 치약 살균제 성분 전수 조사할 것"
▲ 29일 오전 이마트 산본점 고객센터에서 한 고객이 치약을 확인하고 있다. ⓒ
한편 29일 정부 관계부처 회의 직후 "아모레퍼시픽이 애초 11개 제품 회수 계획을 신고했으나 식품의약처 조사 과정에서 메디안에이치프라그 치약에도 (문제의 성분이) 쓰인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따라서 CMIT/MIT가 함유된 아모레퍼시픽 치약은 12개 제품으로 늘어났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메디안에이치프라그는 2013년 12월 이후 생산이 중단됐으나 유통기한은 올해 12월까지다. 정부는 "시중 유통가능성이 낮아 아모레퍼시픽이 회수 대상에서 제외해 신고했으나 유통기한이 만료되지 않은 것을 고려해 회수 대상에 추가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부광약품의 '시린메드' 치약에도 미원상사 원료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문제의 원료를 공급한 미원상사는 화장품·의약 업체 등 11곳에 원료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치약 제조업체 68곳의 제품에 가습기 살균제 유해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 29일 이마트 양재점 고객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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