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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대신 OO상회, 국정원 선배에게 권합니다

[서점에서 발견한 책 9] '국정원 전문기자' 김당의 <시크릿파일 국정원>

등록|2016.09.30 15:56 수정|2016.09.30 16:08
점심시간 서점을 둘러보는 게 일상이 됐다. 가끔 눈에 띄는 책들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앞으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편집자말]

▲ 김당 기자가 쓴 <시크릿파일 국정원> ⓒ 김시연


국가정보원에 다니는 학교 선배가 있다. 가끔 동문회 때 보면 전화번호도 없이 '○○상회'라고만 적힌 명함을 자랑스럽게 내밀곤 했다. 10년 사이 만난 적 없는 그 선배가 문득 떠오른 건 바로 이 책 때문이다.

<시크릿파일 국정원>(메디치미디어. 2016.9.30. 664쪽. 2만8천 원)은 자칭 타칭 '국정원 전문기자'로 불리는 김당 기자가 30년 취재 내공을 쏟아 부은 역작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김당'은 전설로 통한다.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으로 있을 때, 취재 현장에서 타사 기자들을 만나면 '김당 선배는 잘 지내느냐'는 게 인사였을 정도다.

김당 기자는 언론인에게조차 철저히 베일에 가린 '성역'인 국정원을 뚫은 몇 안 되는 기자다. 대한민국에서 국정원을 제대로 파헤치는 책이 나온다면 그 주인공은 틀림없다고 예상했다. 국정원 출신 간부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국정원 내부를 속속들이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감히 '국정원 개혁'이란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동아일보 김충식 기자가 쓴 <남산의 부장들>이 국정원의 전신인 박정희 시대 중앙정보부의 권력 암투를 담았다면, 이 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국정원 개혁기'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잃어버린 10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까이는 18대 대선 댓글부대 사건부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등 온갖 불법 공작 뒤에 숨은 국정원의 흑역사를 만날 수 있다. 21세기판 <내곡동의 원장들>쯤 되겠다.

에필로그에서 김당 기자는 왜 국정원엔 '우익사범신고전화'가 없느냐고 꼬집는다. 국정원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친위대가 아니라 진정한 '국민의 국정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바람이 담겨있다. 600쪽이 넘는 두툼한 하드커버가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이처럼 김당 기자 특유의 신랄한 문체가 살아 있어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그 학교 선배가 20여 년 전 국정원을 직장으로 선택했을 때는, 그래도 자신이 국가와 국민 안전을 위해 헌신하길 바랐으리라. 어쩌면 지금도 국가 권력이 자신들을 올바르게 사용하길 바라고 있을 그 선배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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