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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만의 콜롬비아 평화협정, 국민투표서 '부결'

여론조사 뒤집고 '깜짝' 부결... 콜롬비아 정부·반군 '당혹'

등록|2016.10.03 13:41 수정|2016.10.03 13:41

▲ 콜롬비아 평화협정의 국민투표 부결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52년간의 내전을 끝내기 위한 콜롬비아 평화협정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각) 콜롬비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콜롬비아 정부와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체결한 평화협정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개표 결과(투표율 37%) 찬성 49.78%, 반대 50.21%로 부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8차례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찬성한다는 반응이 우세해 무난한 가결을 전망했던 콜롬비아 정부와 FARC, 평화협정을 중재한 국제사회는 예상치 못한 국민투표 결과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평화협정을 주도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개표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후세에 평화로운 국가를 물려주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장 농민군 지도자 출신들이 1964년 결성한 FARC는 기존의 기득권 계층을 무너뜨리고 좌익정부 수립과 반미주의를 표방하며 정부군과 대립해왔다. 남미 역사상 최장기 내전으로 기록된 갈등으로 최소 26만 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오랜 내전에 지친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1999년부터 평화협상을 시작했다. 진전과 교착이 거듭됐다. 산토스 대통령과 론도뇨는 2012년 11월부터 이어온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지난달에 마무리하며 서명까지 끝냈지만, 국민투표 부결이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관련 기사 : 콜롬비아 평화협정 서명, 52년 내전 '마침표')

국민투표가 부결됨에 따라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새로운 내용의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다시 국민투표를 치르거나, 정부가 아닌 의회가 기존 평화협정의 입법을 추진할 수도 있다.

콜롬비아 국민, 왜 평화협정 거부했나

이번 국민투표에선 FARC가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 밀매나 민간인 납치를 했던 지역에서 반대표가 쏟아졌고, FARC의 일부 강경 세력도 평화협정을 반대하며 무장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FARC에 납치를 당했던 한 피해자는 CNN 인터뷰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 평화협정은 정당하지 않다"라며 "정의라는 관점에서 평가할 때 평화협정 내용은 불공정하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FARC와 치열한 내전을 치렀던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은 FARC의 정치 참여와 전쟁 범죄 면책을 보장하는 평화협정 내용을 비판하며 반대 여론을 주도, 부결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로드리고 론도뇨 FARC 지도자는 "증오로 평화협정 반대 여론을 선동한 권력가들에게 깊은 유감"이라며 "그러나 대화가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유일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판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카리브 해 연안 지역에 태풍이 불면서 대다수 주민이 투표소에 가지 못한 것도 부결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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