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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룡 명인의 꿈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울림을 전하고 싶다

등록|2016.10.04 15:57 수정|2016.10.04 15:57

▲ ⓒ 바른지역언론연대


가지런히 정좌한 상태에서 머리를 조금 왼편으로 돌리고 대금을 입에 댄다. 숨을 불어넣자마자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김기룡 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이수자의 연주는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는 산중을 울렸다. 그의 집 앞 수백 년은 됨직한 매실나무도 그 옛날 들었을 맑고 청아한 대금 소리다.

김기룡 명인은 현재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를 꿈꾼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는 세계 장애인 합창대회가 그것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장애를 가진)끼 있는 아이들이 아주 많다. 부분부분 무대에 서지만 함께하는 자리는 없다. 무대에 선다는 기쁨을 주고 싶다. 하나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그동안 노력했던 결과의 자리, 감동의 무대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 합창대회를 통해 희망을 주고 싶어한다. "희망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 해냈다는 자부심, 억지로 정형화된 음악이 아닌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 잘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음악을... 실수도 하지만 마지막에는 해냈다는 감동의 눈물, 각자 재능에 맞게 만들어 나가면 된다." 끼와 재능을 간직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감동하는 무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의 목표가 됐다.

"척추를 다친 사람은 호흡이 일반인의 1/3 밖에 되지 않는다. 호흡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 대금이다" 불의의 사고 이후 대금과 인연을 맺은 김기룡 명인. 대학 시절 불의의 추락사고로 척추를 다친 이후 요양겸 고향인 병곡면 소현마을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아주 많이 힘들었다. 호흡을 위해 배우기 위한 대금의 소리에 반해 중요무형문화재 45호 김동표 선생을 찾아가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배우며 당당한 이수자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대금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함양문화원에서 대금 강좌와 함양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대금을 가르치고 있다. "자유롭게 가르친다. 한 음(音)을 들려주고 자유롭게 표현해 보라고 한다. 배우는 것은 인내의 싸움이다. 영혼이 맑은 사람은 잘 하드라" 아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김기룡 명인이다. "대금(大笒), 소금(小笒) 등 금(笒)자가 붙은 것은 옆으로 불고, 단소(短簫), 퉁소(洞簫) 등 소(簫)자가 붙는 것은 앞으로 부는 것이다" 마치 초등학생에게 가르치듯 부드럽게 설명한다.

대금산조 이수자인 그는 대금을 비롯해 단소와 태평소, 해금 등 국악기 대부분을 다룬다. 또 대금과 단소, 장구 등도 제작한다. 대금과 단소, 장구 등을 전문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작업실을 준비 중이다. 대금의 재료가 되는 쌍골죽(雙骨竹·양쪽에 골이 파진 대나무)은 직접 찾아다닐 수 없어 사람을 시켜 찾는다. "돌연변이인 쌍골죽은 여간 찾기 힘든 것이 아니다. 산삼만큼이나 찾기 힘든 것이 쌍골죽이다." 그렇게 마련된 재료를 다듬어 직접 만들어 나간다. 서각에도 조예가 깊은 그는 요즘 말로 하면 만능 엔터테이너다.

그는 전국으로 연주를 다닌다. 그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이들의 공연도 관람한다. "즐기면서 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이 살아왔던 인생이 보여지는 것 같다. 서양 음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의 소리다." 또한 그는 현재 대구에서 장애학생들을 모아 장애인 악단(오케스트라)을 꾸리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나 자신이 공부를 통해 배울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김기룡 명인. 그는 "나를 위해 쓰는 것 보다 배움이 중요하다. 마음에 없는 지식으로 말하는 것보다 가슴에 두고 있어야 한다"며 지금도 진주교대 대학원을 다닐 정도다. 그는 "자연과 교감하는 소리,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소리를 만드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라며 배움을 이어 나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주간함양 (강대용)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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